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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 1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민자의 날 집회 장면
ⓒ 하승창
지금 미국 정가는 이라크 전 문제로 뜨겁지만 또 하나의 뜨거운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해 수많은 이민자를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던 이민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지난 해 상정되었던 이민법안들이 회기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됨에 따라 새로운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새 법안은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일명 스트라이브 법안)으로 기본적으로는 친이민법이다. 반이민법을 주도했던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던 지난 중간선거의 결과에 비추어 보면 친이민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미국 내 뜨거운 이슈, 이민법 개정

미국 이민법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민법에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침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뉴욕, 뉴저지에서 이민법 문제를 전문으로 활동하는 최수진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 정치·경제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뒤로 하고 우선 이민법과 관련된 기본적인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그가 보여주는 이민법 판례 책자의 두께가 미국의 역사가 이민의 역사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선 외국인에게 미국에 올 수 있는 비자를 내주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민비자, 다른 하나는 비이민비자이다. 이민비자야 이미 이민을 허용하는 비자니까 나온다면 별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문제가 되는 것은 늘 비이민비자이다.

비이민비자는 취업비자와 비취업비자로 나뉜다. 비취업비자란 학생비자나 관광비자를 말한다. 취업비자는 취업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돼 있다. 전문직, 비전문직, 계절노동자, 주재원, 종교인, 무역인, 투자자 등 그 형태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발급된다.

비이민비자는 미국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을 허가하는 것이다. 비이민비자를 발급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비자만료기간이 지난 후에도 미국에 남아 다른 형태의 비자로 거주기간을 연장하거나, 시민권자와 결혼해서 남게 되거나, 서류가 미비한 상태로 남아서 소위 서류미비체류자(소위 불법체류자라 함은 대개 이들도 포함되는데, 비자없이 그야말로 불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과 구별하기 위해 서류미비자로 부른다)다.

당연히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찾아 온 사람들이 쉽게 돌아가려 하겠는가? 지금 현재 미국에는 1200만명의 서류미비자들이 있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서류 미비자들이기도 하다.

각각의 비자에는 미국 의회가 결정하는 쿼터가 있다. 비자 전체 쿼터는 미국의 고용시장안정을 고려해서 발급한다. 말하자면 그 해에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필요노동력을 감안하여 정해지고 이는 다시 비자를 발급하는 대상국가에 대한 쿼터도 함께 정해진다. 따라서 이 쿼터를 정할 때면 이해관계에 따른 로비도 치열하다.

이민자를 둘러싼 입장 차

전통적인 노조는 은근히 쿼터가 작아지기를 기대하고 이민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쿼터가 늘어나기를 요구한다. 공화당이 이민자를 제한하려 하는데 기업들이 그를 반대하는 것은 나름의 경제적 이유가 있다. 이민자를 늘리자는 사람 중의 대표적인 사람이 빌 게이츠다. MS가 필요로 하는 인도인 이민자에 대한 쿼터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늘 사람이 모자란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쿼터에 따라 기업에서 이 사람이 우리 기업에 필요하다는 서류를 미국 노동청에 내면 노동청은 이를 검토하여 노동허가(work permission)를 내준다. 이를 가지고 다시 국토안보부 산하의 이민국에 비자관련 서류를 내 줄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승인이 나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은 이렇게 미국에 온 사람들이 비자만료기간이 되었다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어서 대개 한 10년정도 지나고 나면 서류미비자들이 많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이민법을 개정하여 이들을 사면하고 다시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선언하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반복되어 왔다.

특히 멕시칸과 아시안 이민이 많았던 최근에 기존의 앵글로 색슨 계열의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나라에 와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각종 복지제도의 혜택은 이들이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많았다. 우리도 옛날에 많이 들어 보지 않았는가? 노인들은 정말 아무 것도 없어도 다 알아서 해 준다고….

필자의 고모님도 일찍이 미국에 오신 이래로 귀국 한 번 하지 않고 계신다. 여기가 너무 편하다는 게 그 이유. 나이 들어 병든 몸으로 한국에 있어 봐야 식구들한테 짐만 되지만 여기 있으면 돈 들일이 없으니 그만이라고 말씀하신다. 더구나 대개 멕시칸들은 출산율도 높아서 여러 혜택을 누린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90년대 중반에 이민자들의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고 통과됐다. 지금은 저소득층 의료보험이나 현금지원, 푸드 스탬프 등이 폐지되었다. 서류미비자의 자녀라 할지라도 학교는 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것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말하자면 최근의 이민자들이 앞선 이민자들이 만들어 놓은 나라의 복지혜택을 누린다는 것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9·11이다. 이민국의 허술한 관리가 테러리스트들이 활개치도록 만들었다는 여론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단속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멕시코 국경 펜스 설치, 연방정부 차원의 리얼아이디법(기존의 신분증명 역할을 하던 운전면허가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발급된다고 판단하여 연방차원에서 새로운 신분증명을 만들기로 한 법), 이슬람 출신 특별관리법안 등이 그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 지난 해 논란이 되었던 센센브로너-킹 법안이다. 이 법안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중심인데, 국경강화는 물론 기본적으로 불법체류자들을 형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고,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도 처벌받게 되어 있는 내용이다. 불법체류자를 기본적으로 형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이 법안은 결국 수많은 이민자들의 거센 항의를 초래했고, 급기야 케네디-맥케인 법안으로 불려지는 친이민법안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 이민자의 날 집회 장면.
ⓒ 하승창
이민노동력 없이 유지 불가능한 미국사회

이 법안도 물론 국가안보 차원에서 거론되는 국경강화 같은 것은 포함되어 있고,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의 불법체류자에 대한 사면과 영주권 및 시민권 부여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법안인 셈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이민노동력 없이 유지되기 어렵다. 지난 해 이민자들의 파업으로 아예 도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무엇보다 실제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미국 내에서 충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사회가 모셔야 할 인구는 늘고, 일할 인구는 적기 때문에 더 많은 노동력의 필요는 필연적이다.

따라서 여전히 미국은 이민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반이민정서와 친이민법 사이에서 이 두가지 요구를 절충해 보려 한 것이 부시의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사면하고, 지금부터는 이민자들에 대해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기 어렵게 하고, 다시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해마다 이주노동자를 임시직으로만 40만명을 받아들이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한은 6년으로 제한하고, 6년 후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고, 그 후 5년이 경과한 후 그동안 납세, 직업, 영어능력 등을 감안하여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도 빌 게이츠는 현재 미국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이민정책이라며 고급인력에 대한 비자철폐를 주장하고 나설 정도로 기업은 이민노동력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도 미국내 각종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라틴계열의 노동자들 없이 미국이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 이민자의 날 집회 장면.
ⓒ 하승창
친이민법 통과 가능성 크지만...

그럼에도 최근까지 두 가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을 아예 지역정부들이 단속하려 하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의회 의원들은 불법 이민으로 인한 주의 재정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들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불법이민자 채용 고용주의 면허증 폐지, 불법이민자 대상 교육, 복지 등 공공혜택 배제(긴급의료는 제외), 주 경찰이 이민법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등이다.

그 외에도 여러 시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다. 반면에 3월 22일 연방 하원에는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이 상정되었다.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이민법 성향의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의 상태나, 부시도 이민개혁법안을 서둘러 처리하자고 요청하고 있는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하지만 지역정부들의 대응에서 보듯이 이민자 문제를 둘러 싼 미국 내 갈등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태그:#이민법, #스트라이브, #아름다운 재단, #빌 게이츠,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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