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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50여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년병들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길은 아직도 멀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4년 12월 대표발의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은 2년이 넘도록 국회 정무위원회 법률심사소위에서 잠자고 있다.

16대 국회에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별 논의없이 회기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장윤석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이 커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에 가서 설명하는 등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위원들도 소년병의 국가유공자 인정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정부가 수용하지 않아 소위에서 정체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문닫으면 개정 어려워"

장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각별한 법안인데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서 여당 의원들의 협력을 얻을 수 없는 상태"라며 "정부가 문을 닫고 있는 한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렵다"고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이어 그는 "국가보훈처가 예산문제, 문호개방 등을 이유로 개정안을 반대해온 것으로 안다"며 "소년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경우 연금지급 등에 소요되는 예산이 1000억원이 조금 넘는데 이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국가유공자로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대상을 늘리면 예산 확보 등에서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언제까지 그 문을 닫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권이 교체된다면 정부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내년에 정권이 교체돼서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면 (개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두 번이나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정권도 잡고 여당이 된다면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소년병 징집의 불법성과 관련 "전시에 18세 미만을 징집할 수 있는 소집령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소년병을 만드는) 병역법도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국가는 법적 근거 없이 소년병을 징집한 불법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법 등을 보면 소년이 전쟁 속으로 들어오는 경우 (무조건) 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라도 소년병에 대해선 국가가 최우선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병 수기집 발간·정훈교재 채택 등 지원

장 의원은 지난 2004년 12월 10명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소년병의 국가유공자 인정. 물론 여기에는 ▲연금 지급 ▲교육·취업 보호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국가유공자로 예우받고 있는 재일학도의용군 수준으로 소년병을 예우해야 한다는 것. 그는 연금 지급 등으로 소요되는 예산을 1137억여원(1만2225명 대상)으로 추정했다.

지난 2005년 4월 제안설명에서 그는 "비록 신체적 희생이 없다 하더라도 국가를 위한 공헌을 높이 인정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예는 지금도 있다"며 무공수훈자·보국수훈자·4·19혁명공로자·국가사회발전특별공로자 등을 예로 든 뒤 "재일학도의용군의 경우 소년지원병과 비슷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은 한창 배움에 정진하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감으로써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며 "종전 후에도 입대 연령에 도달했다고 해서 계속 군 복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결국 이들은 적령기에 배움의 기회를 완전히 상실하여 한평생 전쟁의 상처와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살아왔다"며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소년지원병의 의기와 호국충정을 받들어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여 예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2005년 소년병에 관한 유일한 자료인 소년병 수기집(<우리들의 아름다운 날을 위하여>, 소년병전우회)을 발간되고, 이것이 각급 부대의 정훈교재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개정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는 수기집 발간과 정훈교재 채택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는 "사실 국가보훈처가 소년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수기집을 인쇄해 병영에 보급하는 것이 껄끄러웠을 것"이라며 "내가 국방부에 '호국정신을 기리는 것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정훈교재 보급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장윤석 의원은 '소년병 전우회' 회원들과 함께 소년병의 국가유공자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윤석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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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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