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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관ㆍ장두식의 <문학 속의 서울>.
ⓒ 생각의나무
문학작품 속에는 우리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공식적인 역사적 기록은 아닐지라도, 그에 못잖은 역할을 하는 문학작품들이 분명 있게 마련이다. 그 시대를 똑똑히 말해주고 여실히 보여주는 시며 소설, <문학 속의 서울>을 통하여 우리가 만나게 되는 문학 속의 도시는 '서울'이다.

문학 속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이야말로 어쩌면 서울의 진짜 모습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문학 속에는 지은이가 말하듯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메타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장 '당신들의 서울에서 길을 묻다'는 권위주의 정부 주도의 근대화 정책 과정에서 소외된 서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비춘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사람이 되지 못한, 서울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보여준다.

언제부턴가 서울에는 부자들만 모여 사는 특정 권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북동에서 시작된 이러한 부유층만의 특권 도시는 다시 평창동, 구기동, 한남동, 강남으로 이어진다. 신도시가 개발될 때마다 서민들, 빈민들은 내몰리고 또 내몰렸다.

70년대 서울 중산층의 속물적인 이기주의를 보여주는 최인호의 <미개인>, 교통수단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70년대의 구보 씨 최인훈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팍팍한" 서울살이를 암시하는 김지하의 <서울길>, 이농민들이 서울에서 겪어야 했던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는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 도시 개발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0년대 아메리칸 드림에 빠져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 '중앙'에 대한 반감과 변두리 의식을 내비치는 장정일의 <'중앙'과 나> 등등을 이 책은 펼쳐들고 있다.

2장 '서울에 뿌리내리다'는 '집 마련'과 관련된 서울 사람들의 고충을 다룬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아파트'의 의미를 짚어본다.

김광식의 <213호 주택>은 50년대 후반 재건주택 거주자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것은 규격화된, 부품화된 삶의 모습이다.

70년대 이전의 '잠실'은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 그러던 것이 유로변경사업과 1974년 구획정리사업을 거치면서 강남 개발의 중심지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조세희의 <민들레는 없다>에서처럼 "잠실은 모래로 만들어진 동네"였고 "모래는 모래끼리 아무리 뭉치려고 해도 뭉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BRI@1980년대 서울 근교의 부실주택 문제를 보여주는 양귀자의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소음 없는 방을 찾아 헤매는 작가를 등장시키는 박영한의 <지상의 방 한 칸> 역시 서울 혹은 그 근교에서의 집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형태는 서울의 '단절성'과 '익명성', 그리고 '인간 소외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인 동시에, 여간해서는 이루기 힘든 서민들의 꿈이기도 하다.

3장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군사정권하 불평등한 분배 과정에 분노하는 민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민들의 권리 찾기 과정에서의 희생과 저항, 절망과 희망을 담는다.

70년대 군사 문화로 인해 파생되는 기막힌 교육 현실을 형상화한 이순의 <영하 4도>, 80년대 독재 권력의 공포에 대한 고발로서의 윤정모의 <신발>, 공포에 질려 더듬거리는 '나'를 숨죽여 노래하는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등을 읽어낸다.

<신발>은 평범한 한 가정주부의 체험을 통해 80년대의 한국 사회가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 감시시설과 같이 구조화되어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167쪽)

4장 '아름답고 행복한 서울의 뒤편'은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그 삶의 익숙함과 낯설음을 발견한다.

"사람은 만원이어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모두가 쓸쓸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 여성의 서울살이를 보여주는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과 <염소는 힘이 세다> 등의 작품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김승옥의 작품에서 서울이 갖는 의미는 특별함이다. 서울이라는 단어는 우월한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수사이다. (중략) 서울은 하나의 권력이다. 타지 사람들이 서울에 정착해서 신분 상승을 이루려면 '힘센 것'에 기생해야 한다. <서울의 달빛 0장>의 한영숙, <무진기행>의 '나'처럼…. (226~228쪽)

서울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그럼에도 서민들의 힘겨운 일상까지 행복한 일상으로 바뀐 것 같지는 않다. 많은 부분 민주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와는 상반되게 더욱더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 있는 것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학'은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이면의 기록이고 현장의 기록이며 진실된 기록이다. 이 책의 의의를 찾자면 바로 이러한 문학작품을 통하여 서울을 기록해 놓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김재관ㆍ장두식 / 펴낸날: 2007년 1월 30일 / 펴낸곳: 생각의나무 / 책값: 1만5000원


검은 고양이 - 에드거 앨런 포 대표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행복한아침(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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