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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좀 따뜻해지는 것 같아 살만해요. 하지만... 우리 친구들 생각을 하니 겨울이 끝난 게 아니네요.” ‘인간의 도시’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고양이
ⓒ 김애리나
우린 겨울이 싫어요.
먹을 것을 구하기도 힘들고 추위 피할 곳을 찾기도 힘들어요.

▲ "스키어들의 점퍼 깃에 매달려 함께 미끄러지는 우리 친구들이 보이세요?"
ⓒ 김애리나
하지만 인간들은 우리가 추워서 달달 떨고 있을 때도 우리 친구들의 옷을 빼앗아 입고 아름다운 산을 매끈하게 밀어서 만든 눈 위에서 땀을 흘리며 즐거워합니다. 스키를 전혀 즐기지 않는 오리는 사람들 몸통에 달라붙어서, 여우는 사람들 목에 칭칭 감겨서 스키도 탄답니다.

참 인간들은 좋겠어요. 평생을 새장에 처박혀서 지내는 암탉이 낳은 달걀을 먹으면서, 창문도 없이 썩어가는 더러운 암모니아로 뒤덮인 계사 안에서 미쳐가는 닭을 먹으면서, 어미로부터 떨어져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음껏 다리를 뻗고 누워 볼 자유마저 박탈당한 가여운 송아지 고기를 먹으면서, 앞뒤로 한걸음 이상을 걸어볼 수도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발과 다리에 손상을 입고 고통 속에 사는 돼지를 먹으면서….

사계절 어느 때고, 우리 친구들의 몸뚱어리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아무 걱정도 하지 않죠.

겨울, 우리 친구들이 잔인한 죽음을 맞이하는 계절

▲ "아줌마와 아가씨의 '등에 업혀 백화점 구경'을 하는 동물 친구들"
ⓒ 김애리나
당신들에겐 우리 친구들 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이 겨울의 패션이죠. 밍크인지, 여우인지 비명에 간 우리 친구들의 털을 걸치고, 저녁 식탁에 올릴 도막난 우리 친구들의 시체를 사들고 가겠지요.

여우라면 10마리, 친칠라라면 100마리, 밍크라면 50~200마리의 끔찍한 삶과 죽음이 담긴 털코트를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당신의 뒷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아요.

▲ "모자, 머리밴드, 머리방울, 귀걸이, 코사지, 장갑, 핸드백... 구두에 이르기까지 우리 친구들로!"
ⓒ 김애리나
머리에서 발끝까지, 우리 친구들을 이고 다니는 인간들이 겨울의 칼바람보다도 싫습니다.

▲ "당신에겐 화려하게만 보일지 모르지만, 제겐 친구들의 검붉은 피와 벗겨진 살, 고통의 몸부림이 보여요."
ⓒ 김애리나
죽어서야 우리 친구들은 특별 대접을 받기도 하지요. 값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리고 살아 있을 때에도 이렇게 빽빽이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서 살았지요. 아니면 홀로 라면상자 같은 철장에 갇혀 1~7년을 견뎌야 했습니다. 살아 있을 때는 빗질 한 번 해보지 않았지만 죽고 나니 빗질도 해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이 싫어요. 또 우리의 털이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워지는 겨울은, 그 털 때문에 우리 친구들이 잔인한 죽음을 맞이하는 계절입니다.

어느덧 3월이 되었으니 곧 봄바람이 불겠지요. 우리 친구들의 털을 조금은 싼 값에 내놓았네요. 그렇다고 겨울이 없어지지는 않아요. 다시 올 겨울을 준비하는 인간들이 있기에, 계절에 관계없이 우리 친구들의 비명은 그치지 않을 거예요.

미국산 모피 최대수입국인 '한국'

한국은 이미 10여 년 전 미국산 모피의 최대수입국이라는 명예를 안게 되었다지요. 모피를 가공하며 폐수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방류하기도 해서 그도 문제라 하더라고요.

그리고요, 인간들 곁에서 살아가는 우리 고양이들과 개들도 털가죽을 많이 빼앗긴다고 하더군요. 대형트럭에 가득 실려 온 개와 고양이들이 짐짝처럼 땅에 내팽겨쳐져, 피범벅이 되어 먼저 도살되고 있는 친구들을 공포 속에서 지켜보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저도 '나쁜 놈'한테 잡혀 모란시장에 가서 끔찍한 일을 당할까봐 무서울 때가 있답니다.

EU는 개, 고양이 모피의 수입과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지요. 동물보호 관련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은 모든 동물의 모피 판매를 금지하고 싶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가 보네요. 우선 사람과 가까운 반려동물부터라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보다 사람들을 위해 더 필요할지도 몰라요.

▲ "제발, 제발... 가죽을 벗기기 전에 미리 죽게라도 해주세요~" 중국 모피농장의 너구리(raccoon dog) 모피 생산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에서 갈무리. 장갑, 모자의 가장자리에 달리는 털이 대부분 너구리털.
ⓒ Swiss Animal Protection, EAST International
2년 전 중국 모피농장에서 살아 있는 우리 친구들의 털가죽을 벗기고 있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돌아 많은 사람들이 충격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제까지 저렇게 모피를 걸치고 다니던 이들 중에도 그 동영상을 보면 다시는 모피를 입지 않을 사람이 많을 거라고 믿어요.

그 농장에 잠입했던 활동가는 가죽을 벗긴 지 10분 뒤에도 숨이 붙어 있는 동물을 보았다고 합니다. 산 채로 털을 벗기지 않더라도, 털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생식기 감전사', '목 부러뜨리기', '신경흥분제로 인한 독살', '덫을 사용한 포획' 모두 끔찍한 고통을 동반하지요.

인조모피가 있는데, 굳이 동물의 털을 벗겨야 할까?

우리 고양이들은 아이들에게 쥐나 비둘기 등 작은 동물을 잡아먹더라도 단번에 숨통을 끊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하지만 연구를 그렇게 잘 하는 머리 좋은 사람들은 덜 괴롭게 죽이는 방법에는 좀체 관심이 없고 돈을 많이 버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싼 값에 모피를 구하려 하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악행들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식용으로 사육되는 친구들이 이윤을 위해 점점 더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고 점점 더 참혹하게 죽어가는 것처럼….

▲ "인간들은 못하는 게 없지요.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눈도 만들잖아요."
ⓒ 김애리나
▲ "이것 봐요. 얘네들은 우리 친구들이 아니에요. 인조 모피랍니다."
ⓒ 김애리나
인조모피를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우리들의 털과 너무나 닮았잖아요. 따뜻함도 우리들 털보다 못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굳이 우리 친구들을 잔인하게 죽이면서까지 동물들의 털을 뺏어 입어야 하느냐고요.

정말 겨울은 너무 싫어요. 봄이 왔으니 이제 다시는 겨울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살아 숨쉬는 동물들을 안아 보세요. 진짜 '따뜻'하지요." 길을 헤매다 아저씨 품에 안겨 와 애리나의 가족이 된 아름이, 콩콩이, 예삐, 나리
ⓒ 김애리나
▲ 2005년 초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에서 만든 모피동물 교육자료 중 어린이 버전이다.
ⓒ 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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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무크지 <숨>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숨 1집 <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에서는 동물권과 생명권에 대한 개론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동물실험, 생명공학, 축산, 모피산업, 동물원, 보양식 문화 등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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