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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순교 각오하고 감옥 갈 청년 120명만 있으면 다빈치 코드 막 내릴 수 있다."

2006년 교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순교'다. <다빈치코드> 상영저지, 개정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은 올 초부터 '순교'를 마치 유행어처럼 남발했다.

@BRI@ 런 모습에 종교적 신념에 앞서 기득권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종교를 사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사회 공공성 문제, 양극화 및 평화 문제에 대해선 결사의 각오를 보이지 않다가 사익과 밀접한 사건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기독교 정신 훼손과 더불어 미성숙한 모습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를 해결키 위해 교계 인사들은 무엇보다 교단 지도자들의 이성적이고 성숙한 모습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또, 성도들의 정확한 정체성이 확립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잘못된 일에 교회 이름을 내세우는 지도자들에게 따끔한 지적 및 충고와 더불어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 지도자 이성적이고 성숙한 모습 요구돼

한기총은 올해 초 1월 19일 영락교회에서 '비상구국기도회'를 열고 '순교'의 포문을 열었다.

기도회에 나선 최성규 목사는 "개정사학법 시행은 기독교 교육의 소멸을 뜻한다"며 "사학수호를 위해 선배 신앙인들의 순교적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순교적 헌신을 각오하는 성직자 일동으로 낸 성명서를 통해 "일제 시기나 군사 정권에서도 종교교육의 자유를 억압받은 적은 없다"며 "한국교회가 순교 각오로 대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바퀴 달린 십자가를 지고 행진을 벌였다.

다음달인 2월 11일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가 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사학법 재개정 촉구 범국민대회'. 참석한 이들은 "사학악법 재개정 하자. 순교 각오로 관철시키자"란 구호를 외쳤다. 이날 김선도 목사는 기독사학들을 지키기 위해선 순교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월 25일 한기총의 사학법 재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영로 목사는 "거룩한 순교의 마음으로 기독교 사학뿐 아니라 일반 사립학교를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기총이 6월 12일 연 '사학법 재개정 촉구 비상대책회의'에서도 순교 발언은 계속됐다. 이들은 "우리는 개정사학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펼칠 것이며, 재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7월 19일 서울 앰베서더 호텔에서 열린 '사립학교법 대책 교단장 연석회의'. 이날 안영로(통합 전 총회장) 목사는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순교한다면서 왜 순교 안 하느냐 따졌다"며 "순교를 원한다면 내가 폭탄이라도 짊어지고 가겠지만 내가 순교하면 누가 일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다빈치코드 상영 때도 순교한다더니...

12월 12일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이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단장협은 ▲개방형이사제 등 독소조항 완전 철폐할 것 ▲요구 미 관철시 학교 폐쇄 불사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는 정부와 여당 책임이라고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8개 노회 대표들은 12월 20일 삭발식을 단행,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순교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참석자들은 성명을 통해 "소수 사학들의 비리를 빌미로 개방형 이사를 파송하는 사학법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대한민국 교육역사, 현 정부 및 법을 제정한 국회에도 치욕으로 남을 권력의 폭거"라고 비난을 쏟았다.

이광선 총회장은 "개정사학법은 사탄의 법"이라며 "사학법이 재개정 될 때까지 순교를 각오하고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사학법에 이어 영화 하나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을 분노케 하며 '순교' 발언을 이끌어 냈다. 한기총은 4월 1일 다빈치코드 상영 반대 성명서를 통해 "<다빈치코드>는 신을 모독하고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전국에서 상영하는 영화관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들이 분연히 일어나 순교적인 각오로 영화 상영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를 저지키 위해 테러도 불사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5월 16일 '한기총 전국 기독교연합회 대표자 및 한기총 임원 간담회'에서 한기총 서기 이남웅 목사는 "순교 각오하고 감옥 갈 청년 120명만 있으면 <다빈치코드> 막 내릴 수 있다. 무슬림같이 과격하게 투쟁하면 쉽게 끝날 일"이라고 말했다.

순교 운운 지도자답지 않아, 타협점 찾는 성숙한 모습 보여야

이런 교계 지도자들의 순교 남발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구교형 목사는 "사건 본질을 보지 않고 엉뚱한 이유를 대며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단의 앞잡이'라는 극한 표현과 함께 순교 각오로 지키겠다는 것은 문제 본질을 이해 못 하고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구 목사는 "교단 지도자들의 미성숙한 모습이 아쉽다"며 "삭발과 순교 각오는 사회공공성, 양극화 및 평화 문제에 필요한 일이다. 마치 밥그릇 싸움이란 느낌이 드는 일에 대해선 자중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 목사는 아울러 "성도들 또한 정체성을 확고히 해 교인들 의견과 관계없이 종교지도자들이 교회와 교인을 내세워 이용하는 것에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순교는 남발해선 안된다"며 "사학 비리 척결하자는 정책에 순교를 갖다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순교를 내세우는 것은 기독교를 하나의 방패로 삼아 속에 있는 비리와 부정을 덮으려는 인상이 강하다"며 "이는 순교 정신과 위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목사는 이어 "교인들을 동원하고 움직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충분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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