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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붓기 시작한 아연이.
ⓒ 이영학
국내 환자 2명, 전세계 5명인 희귀 질환. 얼굴뼈의 대부분을 제거해야 하는 병. 환자를 눈앞에 두고 설명을 들었지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전성 '거대 백악종'(Gigantiform cementoma) 환자인 이영학(25)씨는 가벼운 병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영학씨의 딸 아연(3)이도 살짝 보기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영학씨 모녀를 만나고 난 며칠 뒤 그들을 시술한 서울대 치과대학 이종호 교수를 만났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뭐랄까요. 사람 같지 않았어요. 종양이 얼굴을 덮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으니까요."

이 교수는 지난해 아연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중증 환자를 많이 봤을 그에게도 아연이의 모습은 충격인 듯했다. 당시 아연이의 상태는 호흡 곤란으로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든 상태였다고. 누우면 숨을 쉴 수 없어 앉아서 잠을 잘 정도였다고 한다.

수술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아연이는 마취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얼굴 종양 때문에 내시경을 집어넣어 특수마취를 해야 하는데, 그 고통을 성인도 감당하기 힘들었단다. 수술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얼굴뼈 8개를 제거한 뒤, 골막에 얼굴을 지탱할 수 있는 고정 장치(프레임)를 설치했다.

설치에 걸린 시간이 약 1시간. 지난해 12월에 고정 장치를 설치하고, 올해 4월에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지금은 3개월에 한 번씩 CT 촬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뼈 늘이는 수술을 할 계획이다.

부계나 모계 쪽에 관련 병이 없었던 이영학씨가 갑자기 병에 걸린 이유가 궁금했다. 이 교수는 "쉽게 단정하기 힘든 문제"라면서 입을 열었다.

"이런 병은 가족력 확인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형질이라는 게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에요. 때론 건너뛰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옛날에 병에 걸려서 일찍 죽기도 하고, 또 숨기기도 하니까 그런 병이 있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 수술 뒤 엄마와 함께.
ⓒ 이영학
수술을 마치고 정상인에 가까운 얼굴로 돌아온 아연이, 후유증이나 합병증은 없을까. 이 교수는 합병증은 없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아연이는 수술 때문에 입천장과 혀 위치가 많이 달라져 있다. 말하는 게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발육부진이 예상되며 눈 초점이 안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후각 기능의 손상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사회생활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무겁게 말했다.

그가 우려하는 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재발 가능성, 얼굴 균형 여부, 혀와 입천장의 위치. 문제는 이 세 가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속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절반 이하 비용으로 수술한 배경이 궁금했다. 이 교수는 한 제약회사가 장비를 싸게 대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얼굴뼈를 제거한 뒤 고정하는 장치의 비용은 약 1500만원 가량. 그런데 그 장비를 해당 제약회사가 400만원에 대여해줬다. 병원 내에 있는 후원회도 약 100만원 가량 후원을 했다. 이 교수는 "매번 싸게 빌릴 순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매번 저렴하게 수술을 하긴 힘들 것임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후 비용. 아연이는 의료보호 1종 보호 대상자로 100%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1종 보호 대상자의 경우 CT 촬영은 무료다. 하지만 제한 횟수가 있어 몇 번째 뒤엔 유료로 바뀐다. 지금 아연이가 CT 촬영을 할 때는 약 2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일상생활이다. 묘하게도 희귀질환자들 중엔 빈곤계층이 많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빈곤계층은 임신 기간 중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고, 충분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게 한 이유일 수 있다. 또한 유전성 질환은 합법적으로 유산할 수 있지만 그런 정보에 둔감한 게 또 한 이유일 수도 있다.

유전성 거대 백악종이란?

거대 백악종(Gigantiform cementoma)은 백악모세포종(cemen-toblastoma), 백악질화 섬유종(cementifying fibroma), 치근단 백악질 이형성증(periapical cemental dysplasia) 등 4가지 백악종(cementoma) 중 하나다. 1930년 Norberg에 의해 처음 알려졌으며, 가족력을 가진(유전성) 거대 백악종은 1953년 Agazzi 등에 의해서 이탈리아 가족의 사례가 최초 전해졌다.

흑인, 백인, 황인종 등 인종에 상관없이 걸린다. 거대 백악종은 무척 드문 병인데, 그 중에서도 유전성 거대 백악종은 더욱 드물다. 현재 문헌상으로 확인한 유전성 거대 백악종은 외국 3가족, 국내 2가족이다. 이 중 국내 한 가족은 '유전성 거대 백악종'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희귀질환은 장기 환자가 많아 가족이 환자 간호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연이가 학교에 입학할 시기부터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많이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더불어 드러나지 않은 환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이 있어요. 그러면 우리도 방송이나 언론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봐요. 하지만 대부분 알리길 꺼려해요. 아연이 같은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예요. 항상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환자들이 무척 많아요. 그 환자들이 얼마나 밖에 나가고 싶겠어요. 그런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후원 계좌 : 새마을금고 0534-09-005832-7 예금주 이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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