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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들 대학진학을 위해 인터넷 진학정보 사이트와 학원들이 제공한 배치 기준표(이하 배치표)와 관련해 대학생들의 논쟁이 뜨겁다. 배치표의 합격 가능점수별 학교 분류를 마치 학벌 순으로 인식하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

▲ 시중에서 판매중인 배치표 서적, 수능점수에 따른 지원가능 학교가 나온다.
ⓒ 이상욱
학교 홈페이지, 배치표 관련 글 많아져

이달 13일 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에 맞추어 인터넷 진학정보 사이트와 학원들은 일제히 배치표를 발표했다. 배치표란 입시기관에서 대학 모집 단위별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알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배치표는 각 대학에서 공개한 모집 단위별 합격자의 수능 평균성적을 토대로 각 대학의 모집 단위별 합격자 커트라인 성적을 추정한다.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 오차를 줄이며, 수험생들의 대학 및 학과 선호도를 파악해 합격선을 올리거나 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배치표는 수험생들의 입학정보를 알려주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과 학과의 흐름을 알려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배치표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고3 수험생과 부모들, 그리고 진학지도 교사다.

그러나 요즘은 고3 수험생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배치표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각 대학 자유게시판에는 배치표 결과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특히 배치표에 나온 합격 가능 점수가 다른 학교보다 낮으면 이를 분석하거나 상대방 학교를 비방하기도 한다. 배치표에 따라 발표된 자신의 학교 위치를 학벌 순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A학교가 B학교보다 한 수 아래 학교다', '학교 순위 A대학>B대학>C대학>', '이제 한국 3대 명문 사학은 A, B, C 대학' 등과 같이 학교 순위를 매기는 글들이 많다.

소위 라이벌 대학이라 불리는 학교는 배치표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학교·학과와 라이벌 대학의 학교·학과의 배치표 상 합격 점수를 비교해 자유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이와 같은 배치표 관련 글들은 조회수도 높다.

▲ 한 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 이상욱
라이벌 대학, 배치표 결과에 더욱 주목

서울의 A대학의 경우 이번 배치표에서 라이벌인 B대학에 비해 낮은 점수가 나왔다. 이로 인해 A대학 자유게시판에는 배치표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조선일보(에 발표된) 배치표 보고 왔는데 정말 숨이 턱 막혀'라는 글을 쓴 아이디 '지네딘조단'은 'B대랑 우리랑 10점차, 반면 우리랑 C대는 5점차... 정말 학교가 싫어지게 만들어주는군요'라고 썼다.

아이디 '날개짓'은 '우리 최상위학과가 B대학의 중간밖에 못가다니...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요'라고 썼다. 또한 '입시사이트 가보니깐 C대학과 비교까지 당하던데 진짜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A대학 법대생 유모(25)씨는 배치표에 대해 "비록 학교의 순위를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수험생들에게 학교 순위를 생각하도록 만든다"면서 "이번처럼 우리 학교가 B대학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면 B대학보다 순위가 낮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배치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배치표를 보면 학부모들도 학교의 순위를 생각할 것이고, 결국 이를 통해 우리학교가 B대학보다 한 수 아래로 생각되지 않겠는가"라며 "이런 이유로 대학생들도 고등학생들만큼 배치표에 민감한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했다.

같은 대학 인문대에 다니는 김모(27)씨는 "자기만 열심히 공부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평가도 중요하지 않냐"며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그 사람 출신 학교가 실력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오미련(23)씨는 "배치표가 얼마만한 정확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냐"며 "배치표는 말 그대로 참고자료일 뿐이지 학벌 순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배치표를 기준으로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대학 윤모(22)씨 역시 "학벌 순위를 결정짓는 것은 배치표가 아니라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이전 선배들이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가 아닌가"라며 "자신의 학교가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에 대해서나 고민하라"고 충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상욱 기자는 <오마이뉴스>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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