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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전자상가의 한 난방기기 매장.
ⓒ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름값 아끼려고 온풍기 썼다가 피봤습니다."

김순례(27·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씨 가족은 지난달 22일 홈쇼핑 책자를 통해 가정용 온풍기를 한 대 구입했다. 집 안에 웃풍이 세서 기름 보일러로는 역부족인 데다 치솟은 기름값보다는 전기가 싸다고 생각했기 때문.

온풍기를 하루 5시간씩 보름 정도 사용했는데 한국전력 직원이 갑자기 집에 방문했다. 한 달 요금이 4만 원 정도이던 집 요금이 22만원을 넘어 혹시 누전되고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하러 나왔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온풍기를 발견한 직원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저런 온풍기 한 대가 백열전구 80개랑 맞먹는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한 가정에 배당되는 시간당 전력량이 3000W 정도인데, 온풍기 한 대가 2800W를 쓴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온풍기를 쓸 엄두가 안 난 김씨는 결국 홈쇼핑에서 18만원 주고 산 온풍기를 불과 4만원에 중고로 넘겼다. 그 돈으로는 따뜻한 내복을 사입었다고 한다.

평소 4만원이던 전기요금 22만원?

@BRI@도대체 온풍기가 얼마나 전기를 먹기에 전기요금이 보름 만에 22만원을 넘었을까? 소비전략 2.8kW인 전기온풍기를 하루 5시간씩 15일 썼을 경우 전력량은 210kWh 정도다. 이 값을 단순 계산하면 전기요금은 2만2740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가정용 전기요금은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누진요금이라는 것.

평소 김씨 집의 한달 전기요금이 4만원 정도였다면 전력사용량은 300kWh 정도. 여기에 210kWh를 보태면 12만8940원(510kWh)이 나온다. 2만원이 아니라 무려 9만원이 늘어난 셈. 이대로 한 달동안 계속 썼다면 전기요금은 28만원(720kWh)에 이르렀을 것이다.

과연 이런 '누진부담 폭탄'은 소비전력이 높은 제품을 겁없이 쓴 탓일까? 집집마다 하나쯤 있는 선풍기형 온풍기나 전기장판은 별 문제 없을까? 지난 여름 '코드 뽑기 작전'으로 새는 전기요금을 잡은 김정혜 시민기자 가족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비교체험] 시댁 전기료가 두 배나 많이 나온 까닭

가을을 건너뛰어 성급하게 들이닥친 겨울. 채 한 뼘도 안 되는 겨울 햇살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마당을 쓰는 손이 시리다. 요즘 세상에 아랫목이 따로 있을까만 방바닥에 깔아놓은 이불 속으로 시린 손을 디밀어본다. 그저 미적지근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일러가 돈 지 벌써 3시간이나 지났다.

4시간마다 돌아가게 맞춰놓은 보일러 타이머에 눈이 간다. 한 시간 단축시켜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흔들고 만다.

"장에 좀 갔다 올게."
"추운데 그냥 계시지… 옷이나 든든히 입고 가시는 거예요?"
"그래. 든든히 입었다. 추우면 그 옥장판 좀 바닥에 깔아 놓지 그러냐?"
"옥장판? 그건 뭐 전기 안 꼽아도 저절로 따뜻해지는 자동구들장인 줄 아세요?"
"하긴… 예나 지금이나 이 겨울은 왜 이리 없는 사람들에겐 징그러운지…."
"괜찮아요. 금방 마당 쓴다고 밖에 좀 있었더니 그래요. 어머니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장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어머니 등 뒤로 매서운 바람이 휘감긴다. 겨울은 없는 사람이 살기엔 참으로 징그러운 계절이라며 겨울만 되면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던 어머니. 지금 내 모습이 딱 그 모습이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내 귀엔 회오리바람에 돈 날아가는 소리로 들리니 말이다.

우리보다 살림도 없는데 전기요금은 두 배?

여름 한 철 더위를 식혀주던 선풍기는 전기요금만 먹어치우더니 겨울 추위를 녹여주는 보일러는 기름값에 전기요금까지 이중으로 먹어치운다. 한여름 전기요금이나 지금 전기요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걸 보면 보일러나 선풍기나 전기요금으로 따지자면 도토리 키 재기인 듯싶다. 그러니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어찌 돈 날아가는 소리로 들리지 않겠는가.

▲ 전기장판, 전기요. 온풍기보다는 소비전력이 낮지만 겨울철 전기요금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지난 10월 초. 어머니는 내게 아주 큼지막한(?) 선물 두 가지를 해주셨다. 옥장판과 전기 반신욕기가 그것이다. 라디오 방송에 사연이 채택되어 받은 선물이었다. 어머니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그 두 가지 선물을 선뜻 내게 주셨다. 옥장판은 내게, 명품반신욕기는 남편에게.

옥장판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나를 위해서이고 전기를 꼽으면 원적외선이 방출되어 한순간에 피로를 녹여주는 명품 반신욕기는 백화점 전기 일로 밤새는 일이 부지기수인 남편을 위해서였다.

그날 이후. 체질적으로 남보다 몇 배는 덜덜 떨며 겨울을 보내는 나로선 다가올 겨울이 오히려 기다려졌었다. 올겨울. 뜨끈뜨끈한 옥장판에 배를 깔고 누워 원 없이 한번 책을 봐야겠다는 들뜬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날 지경이었었다. 그 순간, 이 어리석은 아줌마는 왜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을까. 그 옥 장판이 하루종일 그리 뜨끈뜨끈하려면 얼마나 많은 전기를 흘려보내야 할는지는 도대체 왜 생각을 못 했었는지….

10월 말. 시댁에 들러 우연히 전기요금 영수증을 보게 되었다.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이 청구내역 맨 밑에 빨간 글씨로 쓰인 금액이었다.

'어머! 웬 전기료가 7만원이 넘게 나왔네. 가만 우리 집엔 얼마가 나왔었지? 3만8천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온풍기와 옥장판이 '전기 도둑'이네

순간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시댁 살림이야 손바닥 보듯 훤한 살림살이다. 그러니 시댁에서 쓰는 가전제품이야 말해 무엇할까.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압력밥솥 등인데 반해 오히려 우리 집은 컴퓨터에 김치냉장고에 또 전자레인지까지, 시댁에 비하자면 서너 가지 더 쓰는 셈이다. 그런데 왜 시댁 전기세가 3만원씩이나 더 나온 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나 안방에 들어가 보고서야 의외로 쉽게 의문이 풀렸다.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온풍기(선풍기형)와 바닥에 깔린 누런 금장으로 치장된 옥장판이었다. 지난 봄. 위암수술을 받으신 시아버님은 10월이 되자마자 추위를 영 못 견뎌 하셨다. 하여 일찌감치 온풍기와 옥장판을 사용하고 계신다 하셨다.

바로 그것들이 비싼 전기료의 주범이었다. 우리 집에 비해 시댁에서 더 쓰고 있었던 가전제품은 바로 그것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간,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온풍기와 옥장판이 어째서 대여섯 가지 가전제품과 맞먹는 전기를 먹고 있는 걸까.'

결론은 누진세였다. 지난 8월 난 에어컨 문제로 전기에 대하여 상세히 알아본 적이 있다. 그때 누진요금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대기전력이란 것도 알게 됐다. 그 후 매월 20kWh씩 절전효과를 보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코드 뽑기를 착실히 실천한 덕이다.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누진요금의 위력

우리 집과 시댁의 전기료를 한번 비교해보자. 10월 우리 집 전력사용량은 275kWh이며, 전기료는 약 3만5000원이 나왔다. 시댁은 10월 전력사용량이 420kWh이며 전기료는 약 7만원이었다. 우리 집과 시댁과의 전력량 차이는 145kWh였지만 요금 차이는 두 배였다.

▲ 일부 난방기기에는 전기요금 누진세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하지만 145kWh의 순수한 전력요금을 계산해 보면 1만1000원 정도다. 그런데 전기요금 영수증 상으로는 3만5000원의 차이가 난다. 결국 2만4000원이 누진요금이란 이야기이다.

간단히 말해 1만1000원어치 전기를 쓰고 정작 실질적인 전기요금은 2만4000원 웃돈을 얹은 3만5000원을 내야 한다. 이럴 때 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말하는 것이지 싶다. 누진요금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옥장판 광고에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하루 10시간 사용해도 한 달 전기료 5000원이면 충분해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단, 다른 가전제품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옥장판만 하루 10시간, 한달 90kWh 정도 사용했을 때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 달 200kWh 정도 전기를 쓰는 집에서 이 옥장판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 집에서 소비전력 1kW인 선풍기형 히터를 하루 10시간씩 한 달(300kWh) 썼다고 가정해 보자. 300kWh의 전기요금을 단순계산하면 4만원 정도지만 총전력량은 500kWh가 되고 전기요금은 2만원에서 11만5천원으로 10만원 가까이 오른다.

여기에 옥장판 하나만 더 보태도 월 전기요금은 18만7000원으로 무려 17만원 오른다.(표 참고) 가스비나 기름값 좀 아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난방기기 사용할 때 전력량요금 변화(평소 월 200kWh 사용 가정 사례)

구분

소비전력

한달사용량

단일요금

총사용량

누진요금

평소

 

 

 

200

20,130원

선풍기형 히터

1kW

300

39,960원

500

115,550원

옥장판

300W

90

5,140원

590

187,510원

가습기

100W

30

1,480원

620

209,470원

주택 저압 기준, 전력량 단위: kWh (하루 10시간 사용시)

ⓒ 오마이뉴스 고정미

시댁의 경우 10월 이야기이다. 그리 춥지도 않을 때라는 이야기이다. 본격적인 추위가 이어지는 요즘엔 과연 어떨까. 온풍기나 옥장판을 사용하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고 전력량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누진세는 그에 비례해 더 늘어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머니가 선물한 옥장판과 반신욕기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몇 만 원 아까워 겨우내 움츠리고 사는 것보단 다른데 절약하고 오히려 난방용품을 사용해 따스한 겨울을 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어려워지는 살림살이에 단돈 몇 만 원도 아쉬운 게 요즘 서민들 살림살이이다. 고유가시대 기름값 때문에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도 경기를 일으킬 판인데 거기다 전기요금까지 몇 만 원, 몇 십만원 더 내야 한다면 우리 서민들의 겨울은 어머니 말씀처럼 그야말로 징그럽기 한정 없을 것이다.

난방기기 고를 때 전기요금부터 따지세요
소비전력으로 예상요금 계산하기

▲ 가전매장에서 가습기를 둘러보고 있는 손님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고유가시대 상대적으로 값싼 난방용 전열제품을 찾는 집이 늘고 있다. 보통 가정에서 선풍기형 히터나 소형 팬히터, 전기장판 등을 주로 쓴다. 온풍기는 주로 사무실이나 매장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요즘엔 크기가 작은 가정용 온풍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전기온풍기가 여름철 에어콘 못지않게 전기요금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라는 것.

지난 14일 오후 용산전자상가의 한 난방기기 전문매장. 겨울답지 않게 비교적 포근한 바깥날씨 탓일까, 난방기기를 찾는 손님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간혹 눈길을 주는 몇몇 손님조차 직원에게 몇 마디 묻고는 발길을 돌아가기 일쑤였다.

난방기기 매장은 지난 10월경부터 열었지만 아직 손님은 뜸한 편이다. 매장 직원은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지 않아 찾는 손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때 이른 탓도 있지만 비싼 난방비 영향도 적지 않다. 요즘 고객들은 난방기기를 고를 때 난방비용을 가장 먼저 따진다고 한다. 전기 많이 먹는다는 소문이 난 탓인지 소비전력이 높고 값만 비싼 제품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진열대에 있는 제품에도 가격 못지않게 소비전력량을 크게 써붙인 게 눈에 띈다. 하지만 한 달 전기요금이 얼마쯤 나오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대충 다른 제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판단할 따름이다.

4만~6만원선에 판매되는 선풍기형 히터의 최대소비전력은 800W~1100W 정도, 작은 팬형 제품도 비슷한 수준이다. 6~8평 정도 작은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소형 온풍기는 17만~30만원대로 소비전력은 2.6~2.8kW 정도다. 사무실이나 소규모 매장에서 주로 쓰는 90만원대 15평형 중형 온풍기의 소비전력은 무려 9kW다.

전기요나 전기장판은 크기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보통 80~120W 정도로 비교적 소비전력이 적은 편이다. 겨울철 건조한 실내에 장시간 틀어놓는 가습기도 비슷한 수준이다.

제품을 고를 때는 제품의 소비전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상 사용시간을 대입해 한달 전력량을 계산(소비전력×하루 예상사용시간×30)한 뒤 평소 월 전력사용량을 더하면 예상 전기요금을 산출할 수 있다.

☞ 전기요금 계산 바로가기(한전사이버지점)

/ 김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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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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