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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의 고교학군 개편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
ⓒ 연합뉴스 조보희
다양한 비판이 나온다. 고교를 서열화·양극화할 것이란 지적에서부터 강남 집값은 잡지 못하고 오히려 강남 인접지역 집값만 들썩거리게 만들 것이란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서울시 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동국대 박부권 교수팀이 마련한 '서울시 일반계 고교 학교선택권 확대방안'에 대한 반응이다. 1단계로 서울시 전체에서 두 학교를 복수 지원하고, 2단계로 자신이 속한 학군 내 두 학교를 지원하는 게 박부권 교수팀이 내놓은 방안이다.

비판 종류는 다양하고 비판 강도는 센데 서울시 교육청은 강행하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교 평준화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학교에는 학생선발권을, 학생에겐 학교선택권을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근거가 있다. 박부권 교수팀의 조사 결과가 그 근거다.

박부권 교수팀은 지난 7월 서울지역 전체 중학교 3학년 학생의 87.5%에 이르는 11만 3225명을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했다. 그 결과 90%의 학생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학군에 지원했고 강남학군에는 정원의 130% 가량이 지원했다.

강남학군에 거주하는 학생이 자기 학군에 지원한 비율이 남학생 98.4%, 여학생 97.6%였으니까 이 수치를 기준으로 강남학군에 배정되는 비강남권 학생의 비율을 추산하면 남학생 10.9%(821명), 여학생 11.1%(713명)다.

박부권 교수팀과 서울시 교육청은 이 모의실험 결과를 토대로 강남 학군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으니까 학교선택권 확대방안을 시행해도 된다고 한다.

모의실험 결과를 거꾸로 해석하면...

@BRI@하지만 거꾸로 읽을 수도 있다. 강남학군에 배정되는 비강남권 학생이 전체의 10%대에 불과한데도 굳이 학교선택권 확대방안을 시행할 이유가 있을까? 90%의 비강남권 학생이 강남학군에 갈 생각이 없는데 굳이 현 학군제를 무너뜨릴 이유가 있을까? 다수의 원리에 입각해 본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

백번 양보하자. 다만 10%의 학생이라도 원하는 바를 실현시켜 준다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얼핏 들어선 타당한 말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런 주장은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비강남권의 어떤 학생이 강남학군에 지원할까?

두 가지 경우일 것이다. 성적이 최상위인 학생, 그리고 강남학군을 오갈 경제적 여력이 있는 학생이다. 아마도 이 두 가지 경우는 'or'가 아니라 'and'의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간·학군간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이 학군내 성적간·계층간 격차를 조장하는 결과를 빚는다.

도려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서울 전체 학교 중 두 곳을 골라 지원하게 하는 방안은 일단 제쳐놓아야 한다.

마저 짚자. 자기 학군 내 두 학교를 지원토록 하는 방안도 문제다. 이렇게 하면 학군내 고교 서열화가 나타난다. 학군내 '명문'과 '똥통' 학교가 갈린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교육수준과 여건 등을 고려한 학생들의 선택 결과인 만큼 교육투자를 하지 않은 학교는 그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럴 것이다.

학군내에서도 갈리게될 '명문'과 '똥통'

하지만 그건 결과다. 교육투자 여지가 단지 학교 책임이냐는 반론은 생략하자. 더 큰 문제가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에게 '똥통학생'이란 멍에를 이유 없이 짊어지라고 하는 건 횡포다.

이리저리 묘안을 짜내봤자 어차피 '틀어막기'에 불과할 뿐이다. 거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큰 화를 부른다. 이런 경우다.

학교선택권 확대방안이 나오자마자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터져나오고 있다. 고교 평준화제도 틀 자체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껏 양보한 듯한 주장도 나온다. 평준화 틀을 깨지 못할 거면 차라리 특수목적고를 늘리라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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