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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라이트운동의 본류를 자임하고 있는 자유주의연대는 지난 2004년 11월 23일 출범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때 보수라고 얘기하면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진보라고 하면 부끄러워지는 때다."

뉴라이트 그룹에 정통한 한 인사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10년에 걸친 민주파 정부의 무능력이 곧 한국사회 진보진영의 실패로 귀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한 보수진영의 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네트워크형 조직화와 새로운 이론무장 등 내부혁신을 통해 놀라울 정도의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뉴라이트'(new right)는 그러한 보수진영 진화의 중심에 서 있다.

[자유주의연대] '뉴라이트 본류' 자처... 신지호 등 '전향 386'이 주도

@BRI@뉴라이트 흐름은 지난 2004년 탄핵과 17대 총선을 기점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실패하고, 그 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제2당으로 전락하자 보수진영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뉴라이트라는 내부혁신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뉴라이트운동의 깃발을 가장 먼저 올린 곳은 자유주의연대였다. 지난 2004년 11월 23일 창립한 자유주의연대는 '뉴라이트 본류'를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천하사분론'(수구좌파-혁신좌파-수구우파-혁신우파)을 설파하며 기존의 보수-진보 양자구도를 해체했다.

물론 자유주의연대가 처음부터 뉴라이트를 자처했던 건 아니다. 이들은 '자유주의'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수구좌파-수구우파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이러한 흐름을 1950~60년대 유럽의 '뉴레프트(new left)' 흐름과 대비시켜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어주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뉴라이트를 띄웠다"고 진단한다.

현재 자유주의연대는 '전향 386 3인방'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 학생운동·노동운동을 경험했던 신지호 대표와 홍진표 사무총장, 최홍재 조직위원장이 그들이다.

신지호 대표는 "나는 사회주의자에서 사민주의자로, 다시 사민주의자에서 자유주의자로 전향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1990년대에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울산지역 책임자)와 진보정당추진위에서 활동했다.

자유주의연대의 핵심인물들이 과거 민족해방그룹(NL) 주사파였다는 점을 헤아릴 때 그의 운동이력은 좀 독특하다. 신 대표는 운동권 좌파들이 사상을 전향한 기점이 됐던 이른바 '고백논쟁'을 주도한 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들어갔다.

이후 그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한 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등을 지내다가 자유주의연대를 출범시키며 뉴라이트운동에 첫시동을 걸었다.

홍진표 사무총장은 서울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을 거쳐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통일분과 간사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조직국장 등을 지내며 10여년 동안 통일운동에 전념했다.

90년대 중후반 전향한 그는 오랫동안 중도우파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으로 활동해오다 최근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현재 뉴라이트의 사상이론지인 <시대정신>(계간지)의 창간멤버이기도 하다.

▲ 자유주의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신지호 대표와 홍진표 사무총장, 최홍재 조직위원장(왼쪽으로부터).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홍재 조직위원장도 스스로 "골수 주사파였다"고 고백할 정도로 NL 주사파의 핵심이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조국통일위원장 대행과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정책실장, 민족통일민주주의전국연합 자주통일위원회 부장을 지냈다. 이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연수기획부장)와 개혁성향 시민단체인 열린사회시민운동연합(은평지부장) 등에서 활동했다.

그는 최근 '민중을 저버린 민족사학자, 강만길 교수'라는 도발적인 글(<시대정신> 가을호)을 통해 "강 교수의 학문은 민중과 민족에 기여하기보다는 북한의 독재와 인권 말살에 부역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를 실명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박정희 정권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자유주의연대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자유주의연대의 출범에 대해 "한국 우파의 횃불이 기성 아날로그 우파의 손에서 젊은 디지털 우파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우파 386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뉴라이트 386의 대부'를 자임하고 있다.

변호사 등 전문가그룹까지 가세... 뉴라이트 연대기구 구성 주도

▲ 지난 2004년 11월 23일 '자유주의연대 창립식 및 기념토론회'.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한 자유주의연대는 전향 386에 의사·변호사·교수 등 전문가그룹까지 가세하면서 제법 탄탄한 조직기반을 마련했다. 이재교·차기환(변호사)·심용식(의사)·이대영(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교 변호사는 광주·대구·인천지법 판사를 지냈다. 미국 인디아나 주립대 로스쿨에서 조세법을 전공한 그는 <뉴라이트닷컴>의 편집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최근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산하 클린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운영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대영 중앙대 겸임교수(문예창작학과)는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문화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그는 극단 '그리고' 대표이자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사무국장이다. 특히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실정을 비판한 연극 <환경경제>의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용식 전주삼성병원 원장과 박종우 트리디아 이사, 김종천 정파휴먼서비스연구소장(부산), 이보성 대원E&C 대표(울산) 등도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혜준 정책실장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자유주의연대는 그동안 ▲국보법의 전향적 개정 ▲북한인권 개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성사 ▲북핵실험 반대 및 금강산관광 중단 ▲세금폭탄 반대(캠페인) ▲북한의 공개처형 중단 등을 주장해왔다.

특히 자유주의연대는 교육감·교육위원 선거 직선제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통과)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또 80년대 NL주사파가 벌였던 '북한 바로알기 운동'을 본따 '신북한바로알기 운동'을 펼치면서 <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북한의 진실>이란 시리즈를 책자로 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주의연대는 교과서포럼·뉴라이트싱크넷·북한민주화네트워크·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의료와 사회포럼·자유네티즌협의회(폴리젠)·한국기독교개혁운동 등과 함께 뉴라이트 연대기구인 '뉴라이트네트워크'(대표 신지호) 구성을 주도했다(딸림기사 참조).

[전국연합] 선거조직 방불케 하는 조직력... 김진홍 1인 체제?

▲ 지난 11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1주년 기념대회 및 전국대의원 총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된 이석연 변호사(왼쪽)가 김진홍 상임의장과 악수를 하고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유주의연대와 함께 뉴라이트그룹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전국연합)은 김진홍 목사의 주도로 지난 2005년 11월 7일 '실용적 우파'를 자임하며 출범했다. 원래 자유주의연대 등과 함께 '뉴라이트 연대기구'를 출범시키려고 했지만, 내부갈등으로 인해 김 목사가 전국연합이란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전국연합은 조직면에서 자유주의연대를 능가한다. 전국연합에 따르면, 183개 지역조직과 9개 직능조직 등을 합쳐 회원만 11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인천·광주·대전·대구·부산 등 지역연합과 함께, 노동·학부모·교사·불교·문화체육·청년·의사·대학생 부문까지 조직화되어 있다. 조만간 과학기술인과 여성, 천주교에도 조직을 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미국·일본·베트남·호주 등 해외지부까지 갖추고 있다.

이렇게 지역과 직능조직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언제든지 선거조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뉴라이트의 무풍지대였던 광주·전남에서도 지역조직을 출범시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뉴라이트대학생연합을 통해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좌파 정권의 재집권 저지'를 목표로 출범한 전국연합은 현실정치 참여에 매우 적극적이다. 노골적으로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경선과정에까지 개입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출범 초기 공동대표였던 유석춘 교수가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에 임명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은 전국연합에 대해 "한나라당에 입당하라" "시민운동으로 위장한 정치꾼들" 등의 악평을 쏟아냈다. 또한 다른 뉴라이트단체들로부터도 '한나라당 2중대' '정치지망생의 정치권 진출 통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전국연합은 스스로 한나라당 2중대를 자처하면서 뉴라이트운동을 변질·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최근 선진화국민회의를 이끌던 이석연 변호사가 상임공동대표에 선출됨으로써 전국연합의 노골적인 정치성이 다소 옅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뉴라이트 진영의 한 인사도 "전국연합의 한나라당 2중대 전략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국연합은 상임의장 1인과 몇 명의 공동대표를 둘 수 있다. 출범 초기에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 밑에 강혜련·유석춘·제성호 교수 등 8인을 공동대표로 두었다. 하지만 상임의장이 전국연합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전국연합은 '김진홍 1인 체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신반대 시위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김 목사는 1970년대 청계천에 '활빈교회'를 세우고 빈민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경기도 화성에 '두레마을'이란 빈민자활공동체를 만들었으며, 현재 두레교회 담임목사로 있다.

이석연 변호사는 최근 전국연합의 상임공동대표로 선출됐다.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냈던 그는 지난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비판하며 개혁성향 시민단체와 결별했다. 이후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소송(2004년)을 벌여 '위헌결정'을 받아냈다. 헌법포럼 상임대표와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모임'(시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대선-총선 거치면서 내부 분화 이루어질 듯

▲ 지난 11월 9일 열린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1주년 행사. 전국연합은 좌파정권 교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유주의연대와 전국연합이 2007년 대선에 부여하는 표현은 약간 다르다. 자유주의연대는 '선진화체제 개막', 전국연합은 '좌파정권 교체'를 내걸고 있다. 물론 이렇게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이들의 단기적 목표는 '정권교체'로 모아진다.

특히 자유주의연대는 "한나라당의 변화없이 집권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자유주의연대 내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눈길을 끈다.

뉴라이트그룹은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계기로 현실정치 참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들은 각 조직별로 심도있는 세미나와 포럼 등을 통해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다. 국가경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태도다. 뉴라이트그룹은 특히 2008년 총선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라이트의 한 활동가는 "자유주의연대는 준정치결사체로 출발했다"며 "우리의 단기적 목표는 2007년 정권교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2008년 총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월 수련회에서 우리가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정치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다만 특정후보 지지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뉴라이트그룹이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모두 석권해 '새로운 중도우파국가'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와 함께 현실정치 참여를 둘러싸고 뉴라이트그룹도 내부분화 과정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자유주의연대의 시사웹진이었던 뉴라이트닷컴은 최근 우파논객들(자유네티즌협의회)의 정치웹진인 폴리젠과 통합하고 '뉴라이트 폴리젠'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대표와 편집위원장은 각각 강화식 폴리젠 대표와 박용석 운영위원장이 맡았다.

또 지난 98년 김영환·홍진표·한기홍 등 전향 386들이 창간했던 <시대정신>도 지난 5월 뉴라이트재단(이사장 안병직)의 기관지로 재창간된 뒤 뉴라이트의 사상이론지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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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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