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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어린 아이가 우는 것만큼 안쓰럽고 보기 딱한 것도 없습니다. 그것도 부모 손을 잡고 어디를 가던 아이가 무슨 이유에선지 생떼를 쓰며 울어댈 때는 부모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부모의 속내를 잘 아는 영악한 아이는 더 세게 울다가 한번 숨을 고르고는 뭔가를 요구합니다. 그러면 부모들은 대개 세 가지 정도로 반응합니다.

‘그래, 한 번 실컷 울어봐라. 울음 그치면 얘기하자’고 마냥 울도록 지켜보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엄하게 꾸짖고 이유를 물어 생떼를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부모들은 성가시다고, 남 보기에 낮 뜨겁다고 사탕을 물려줍니다.

그런데 지치도록 울어도 부모가 달래주지 않으면, 그 아이는 비뚤어지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부모님께 함부로 생떼 쓸 게 못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울음이 그친 후 대화를 통해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며 잘잘못을 가르쳐 주면 아이는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아이로 잘 자라게 됩니다.

한편 엄하게 꾸짖고 가르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말할 것도 없이 부모 말에 순종할 줄도 알고, 경우가 바른 집안의 기둥으로 크게 됩니다.

반면 사탕을 물고 울음을 그쳤던 아이는 가정의 우환으로 자라기 십상입니다. 사탕을 한 입 문 아이는 또 다른 사탕을 물기 원하고, 한 손에는 풍선을, 또 다른 손에는 솜사탕까지 들기를 바라며 부모를 압박하는 기술을 터득하기 때문입니다.

우는 아이 달래는 방법이 가지가지이듯, 국가 정책에 있어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이익집단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사실을 저는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인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선정과 관련하여, 정부 부처에서 대응하는 방식이 각각 입장을 달리한다는 것입니다.

당초 노동부는 그동안 우리나라 외국 인력의 중요한 축이었던 산업기술연수생 제도를 잘못 운영하여 ‘숱한 인권침해와 비리를 저질렀던 단체에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대행기관의 자격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었습니다.

반면 중기청은 ‘그래도 그동안 해 온 것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이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되느냐. 그 일을 하던 사람들 일자리는 보장해 주어야 할 것 아니냐’고 이익단체를 줄기차게 옹호해 왔습니다.

부처 간 이견이 있고, 쉽게 조율이 되지 않자 국무조정실은 처음에는 중기청측 손을 들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자 지금은 한 발 물러선 모양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17일에 노동부 ‘외국인력 고용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위원회는 각 정부부처와 시민단체, 학계, 노동계, 사용자단체 인사 총 25명으로 구성되어 외국인력 정책에 관한 심의를 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회의를 주재한 노동부 차관이 “지금 일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면,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지정을 하지 않아도 되느냐?”고 산업기술연수생 제도의 존속을 계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중소기업 중앙회 연수단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논리대로라면 직원들의 고용보장만 되면 달리 대행기관 지정을 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 없어 보였던 연수단장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대행기관 지정은 직원 고용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해줘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의 고용보장이라는 사탕 외에, 대행기관 지정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풍선과 솜사탕까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어 연수단장은 “최근 시민단체들이 중기중앙회가 과거 10여 년 전에 잘못했던 일들을 들춰내서 대행기관 지정은 안 된다고 못박는데, 억울함 감이 있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수생에 대한 인권침해는 과거가 아닌 현재형이라는 사실을 중기중앙회 관계자들은 전혀 모르는 모양입니다.

저는 산업기술연수생들이 불편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것을 매주 직접 상담을 통해 듣고 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의 경우, 중기중앙회 산업기술연수생으로 입국하여 임금을 6개월 동안 받지 못하여 체불금품 청산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하산(Hasan)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6개월간의 체불된 금액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하산은 체불금품 청산에 대한 합의각서를 받고 현재 근무처를 변경한 지 석 달이 지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연수애로 신고서
ⓒ 고기복
그런데 중기중앙회에 제출된 ‘연수애로신고서’를 보면, 체불금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돼 있었고, 체불금품도 실제 받아야 할 급여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산은 장기간의 체불로 송금뿐만 아니라 국내 생활도 어려움이 있어 도와달라고 중기중앙회 산업연수생 위탁관리회사에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억울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중기중앙회 등의 연수추천단체는 ‘중기중앙회가 사용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서비스단체인데, 사용주들을 위해 사업을 하겠다는데 왜 막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지정을 주장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산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대행기관이 사용주와 외국인 사이에 발생하는 일을 중재하는 사후관리 역할을 할 때, 사용주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과연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겠느냐?’는 것이 시민단체의 우려입니다.

그동안 ‘현대판 노예제도’라 일컬어지던 산업기술연수생 제도를 운영하다, 이제는 그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만든 고용허가제 대행기관이 되겠다고 울며 떼쓰는 중기중앙회 등의 연수추천단체를 정부가 어떻게 달랠지 궁금해집니다. 제발 집안의 우환으로 키우는 방법을 택하지 않기만을 기대하며 지켜보고자 합니다.

▲ 외국인력고용위원회의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심의를 규탄하는 시민단체 집회
ⓒ 고기복

덧붙이는 글 | 1. 국무조정실은 오는 30일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지정 등에 관한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2. 산업기술연수생의 경우 체불임금이 3개월 이상 발생할 경우 보증보험을 통해 해결하고 근무처변경을 하도록 돼 있으나, 6개월 이상을 방치한 것은 연수생의 애로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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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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