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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네일
지난 11월 19일(일), 처음으로 100km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42.195km 풀코스 마라톤도 쉽지않은 마당에 100km마라톤은 사실, 내겐 꿈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비록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별다른 후유증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새벽 미명이 채 밝아오기 전, 어둠이 짙던 새벽 5시 정각에 출발한 100km 울트라마라톤은 해가 진 오후 5시 30분이 되어서야 비로서 마칠 수가 있었다. 새벽 찬 공기에 하얀 서리마저 내려앉아 있던 탄천과 양재천을 지나면서 밝아오는 해를 맞이할 수 있었지만, 가양대교 지점 65km반환점을 돌아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올 때, 성수대교 부근에서 지는 노을을 등질 수 있었다.

이번에 참가한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는 순수한 마라톤클럽에서 주관한 대회이다. 우리나라에 울트라마라톤이 처음 공식적으로 개최된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처음으로 이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를 주관했던 서울마라톤클럽(회장 박영석)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국내울트라마라톤대회의 ‘맏형’격인 대회로 알려져 있다.

일요일 새벽 4시 20분경, 마라톤 출발과 도착지점인 서울 올림픽공원내에 있는 ‘평화의 문’ 광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울트라마라토너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대회장에 마련된 탈의실에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커피, 주먹김밥, 순두부 등으로 간단하게 배를 불린 마라토너들은 출발 30분 전부터 대회측에서 준비한 스트레칭 시간을 가졌다.

▲ 울트라마라톤 출발전 대기 중인 마라토너들
ⓒ 마라톤 네일
여전히 어둠이 짙은 새벽 5시 정각. 동시에 출발한 700여명의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함께 100km코스에 도전했다. 대회코스는 먼저, 올림픽공원을 빠져나와 한강변으로 달려 광진교에 마련된 암사 반환점 (7.5km)을 돌아 잠실대교를 거쳐 다시 탄천입구에서 양재천으로 들어가 양재 반환점(20km)을 돌아야 했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탄천입구로 나오면 이곳에서 성산대교 남단 안양천 입구까지 약 30km의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양천변을 달리다 보면 목동 반환점 (55km)이 나오고, 이곳에서 안양천 갈림길로 다시 돌아나와 가양대교를 지나 방화대교 남단 전방 200m지점까지 달리면 비로서 방화 반환점(65km)이 있었다.

이 65km반환점에서는 대회본부측에 미리 맡겨놓은 새 운동복이나 양말을 갈아입거나, 바꿔신을 수 있다. 이곳에서 전북죽과 건포도, 빵, 바나나, 커피, 초콜렛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희망자에 한해 스포츠맛사지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몸을 재정비한 마라토너들은 이제 한강변을 따라 다시 반대방향으로 잠실대교까지 직선으로 약 31km를 달려야 한다. 잠실대교 분기점에서 올림픽공원내 산책길을 돌아 완주지점인 ‘평화의 문’까지 4km 거리를 감안하면 나머지 35km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제한시간내 완주가 결정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곳은 60km에서 65km구간과 75km에서 80km구간이었다. 65km에 이르는 5km구간은 마지막 65km반환점을 앞두고 있다는 피로감과 함께 성산대교 남단에서 가양대교와 방화대교에 이르는 직선주로가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75km에서 80km구간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한강대교에 이르는 구간으로 가장 피로도가 극심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80km 고비를 넘기자, 마지막 100km까지는 별다른 고통없이 달리는 속도와 최종완주기록을 예상하면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결국, 새벽 5시부터 시작한 달리기를 오후 5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비로서 멈출 수 있었다. 250리, 100km를 장장 12시간 29분 46초라는 시간동안 내내 달렸다. 5km마다 마련된 음료나 간식보급대에서 잠시 목을 축이거나 스트레칭을 위해 잠시 쉰 것을 제외하곤 주로에선 걷지않고 내내 달렸다.

이번 대회는 남녀를 포함해 100km부문에서 540명, 63.3km부문에서 129명이 도전장을 내밀어 모두 669명이 자신의 체력한계에 도전했다. 그러나 출전한 모든 마라토너가 완주하지는 못했다. 14시간 제한시간이 적용된 100km부문에선 476명이 완주해 완주율 88%를 기록했다.

▲ 이번 대회에는 50여명의 일본인 동호회 마라토너들이 참가했다.
ⓒ 마라톤 네일

함께 달리는 모든 마라토너들 모두가 ‘페이스 메이커’

이번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역시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동안 42.195km이상을 한번도 달려 본 적이 없던 마라톤 초보가 100km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게 되고, 대회를 마친 지금까지 신체에 별다른 후유증없이 가뿐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 짧은 기간동안이지만 집중적인 대비훈련이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완주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대회장에서 만나 함께 달렸던 동료 마라토너들 덕분이다. 사실, 효율적으로 마라톤을 뛰기 위해선 대부분 ‘페메’라고 불리우는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다. 장거리를 혼자 달리다 보면 전문적인 프로선수들도 자신의 페이스를 놓치기 싶다. 또한, 자신과 보폭이나 달리는 속도가 비슷한 사람과 함께 달릴 때는 혼자 달릴 때보다 더 안정되고, 편하게 달릴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번 대회 65km반환점부터 100km까지 끝까지 나의 달리기 능력과 호흡에 맞추어 함께 달려주었던 이영민(44세, 메트로마라톤클럽)이라는, 대회때까지 한번도 만나 본 적도 없는 한 선배 마라토너의 도움이 컸다. 평소 안면도 없었고, 만난 적도 없었지만, 단지 함께 달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지막 35km를 함께 달리면서 마라톤에 대한 많은 경험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완주 후엔 이 고마운 선배에게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포옹을 나누었었다.

이번 대회는 많은 여성마라토너들이 참가했다. 마라톤대회에 나가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아주머니’들의 지구력과 힘은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쉽게 지치지 않는 저력과 끈질긴 지구력은 항상 감동의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역시, 이번 울트라 마라톤대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라톤초보인 나는 많은 여성주자들의 뒤에서 그들을 ‘페이스 메이커’로 삼아 뒤따라 달려야 했다. 약 41km부근에서 나를 추월했던 이강례(여, 42세)씨는 11시간 24분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60km구간부터 나와 비슷하게 달렸던 하연희(여, 48세)씨는 걷다 뛰다를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완주해 12시간 39분의 기록으로 ‘울트라 여전사’에 등극했다.

100km 내내 미소를 잃지않았던 일본 울트라여전사, ‘새끼’

▲ 완주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츄리닝 소녀 '새끼'
ⓒ 서울마라톤클럽
이번 대회는 일본에서 약 50여명의 울트라마라톤 동호인들이 참가했다. 대부분 40~50대인 이들은 달리는 내내 ‘바른 운동매너’를 보여주어 ‘울트라마라톤 강국’이자, 생활체육 선진국민으로서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100km를 달리기 위해 일본에서 건너 온 그들의 열정도 대단했지만, 주로에서 보여 준 이들의 마라톤에 대한 자세와 동료주자에 대한 매너는 본받을 만 했다.

키가 약 150cm에 불과한 단신의 일본 동호인 여자 마라토너 ‘새끼’ (SEKI RYOU KO, 36세)는 100km를 달리는 내내 긴 추리닝바지를 입고 달렸던 특이한 선수였다. 반환점을 돌아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모든 선수들에게 항상 지친 기색없이 밝은 미소로 ‘화이또’를 외쳐주던 선수였다.

개인적으론 77km부근에서 이 선수와 함께 달리기도 했었는데, 자신이 화장실가는 사이에도 먼저 가라고 지치지도 않은 상냥한 목소리로 ‘화이또’를 외쳐주던 귀여운 ‘미소천사’였다. 나중에 전해들은 동료 마라토너들의 말에 따르면, 골인지점까지도 예의 그 미소를 잃지않았다고 하는데, 이 선수는 12시간 8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국적과 나이, 지역을 초월해 699명의 선수와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만들어 낸 이번 울트라마라톤대회를 통해 완주의 기쁨은 물론, 뜻밖에 좋은 사람들과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무모하다’고 생각해 왔던 100km 울트라마라톤에 대한 또 다른 매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울트라 마라톤은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다. 또한, 혹자가 말하는, 결코 ‘미친 짓’도 아니었다. 제대로 훈련만 바탕이 되어준다면, 달리기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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