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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600회 특집편의 '국군포로 장무환-50일간의 북한탈출기' 관련 부분.
ⓒ SBS
탈북한 국군포로의 도움 요청을 쌀쌀맞게 거절했던 이른바 '대사관녀'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뒤늦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네티즌 의견을 지켜보고 있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해명자료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8년도 넘은 일이 네티즌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은 것은, 지난 1998년 국군포로 장무환씨가 탈북한 뒤 전화로 해외 주재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을 직원이 매몰차게 "도울 수 없다"고 대답한 것이 지난 1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600회 특집에서 뒤늦게 방송됐기 때문.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날 장씨의 귀환기를 다룬 '국군포로 장무환-50일간의 북한탈출기'(1998년 10월 18일 방송) 편 일부를 짤막하게 다시 보여줬다.

탈북 국군포로 전화로 "도와달라"에 대사관녀 "도울 수 없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했던 장무환씨는 북한으로 끌려가 노역생활을 하다 1998년 북한을 탈출했다. 중국에 숨어살던 그는 대사관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고, 결국 방송사의 도움으로 45년 만에 귀환할 수 있었다.

아래는 1998년 당시 방송된 장씨와 대사관 직원의 통화 내용이다.

▲ 22일 오후 1시경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 순위. '대사관녀'는 '외교부'도 인기검색어로 만들었다.
ⓒ <네이버>
대사관 "말씀하세요."
장무환 "난, 국군 포로 장무환인데."
대사관 "네. 그런데요."
장무환 "장무환인데, 거기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대사관 "여보세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
장무환 "한국대사관 아닙니까?"
대사관 "맞는데요."
장무환 "맞는데,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에 지금 와 있는데 좀 도와줄 수 없는가 이래서 묻습니다."
대사관 "(한숨을 내쉬며) 없죠."
장무환 "북한 사람인데, 내가."
대사관 "아, 없어요.(전화를 끊는다)"


이 대화 내용을 본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를 표시하고 있으며, '대사관녀'는 22일 오전부터 <네이버> 인기검색어 상위를 지키고 있다.

'대사관녀'는 '외교부'까지 인기검색어 10위 내로 올려놨다. 많은 네티즌들이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항의의 글을 올리고 있는 것. 접속량이 폭주하는지 22일 오후 들어 외교부 홈페이지의 접속 속도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외교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21일부터 22일 오후 2시까지 500여개가 넘는 항의글이 올라와 해당 직원에 대한 처벌과 외교부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네티즌 "외교부 징계 및 사과하라" - 외교부 "관련 설명 자료 내겠다"

이석준씨는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당시에도 그 여직원의 어이없는 반응에 혼자 흥분했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 보니 저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인 것 같아 불안하고 서글프기 짝이 없다"며 "'도와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없어요'라고 단칼에 잘라 버리는 말투도 물론 문제지만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더 거슬렸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씨는 이어 "그분(대사관녀) 입장에선 장난전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나라를 대표해서 파견나가 있는 대사관 직원이라면 그런 식으로 주의깊게 들어도 보지않고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그 여직원의 잘못된 행동은 분명 본인의 사과를 동반해야 하며 외교부도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동영상이 나돌아서 잠깐 저러다들 말겠지' 하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지 말라고"고 외교부의 공식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대사관녀'에 대한 분노는 외교부 홈페이지를 넘어 각종 포털로 번졌다.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서는 '외교부는 사과하라'는 내용의 인터넷 서명운동까지 시작됐고, 이런 내용의 비판 글들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외교부는 8년 전 일이 뒤늦게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에 대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외교부측은 "네티즌 의견들을 모니터하고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관련된 설명 자료를 오늘(22일) 오후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매우 죄송... '대사관녀' 퇴직 추정"

1998년 탈북한 국군포로 장무환씨의 도움요청을 거절해 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던 이른바 '대사관녀'사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22일 "대사관에서 그 같은 전화응대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힌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에는 국군포로 수가 아주 적어 송환을 위한 명확한 지침이나 업무 체계가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 사건 이후 정책과 시스템의 대폭 개선을 통해 관계 업무 추진에 있어 최우선 순위를 두고 국군 포로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송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당시 장씨의 전화를 받았던 직원에 대해서는 "문제의 여직원은 한국에서 파견된 업무보조원으로 보인다"며 "당시 보조 직원이 대부분 퇴사한 것으로 파악 돼, 퇴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8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문서로 된 자료를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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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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