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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 아누!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짐리림은 손으로 벽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갔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보더아도, 에아, 벨릴, 구데아도 그의 곁에 없었다. 어디선가 요란한 폭음소리가 들려왔고 짐리림은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려 자신을 보호했다. 짐리림은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엎드려 있는 짐리림의 귓가에 간간히 폭음과 비명소리가 들려와 불안함을 더해주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짐리림은 배를 땅에 붙이고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방향을 피해 이동했다. 그러나 그런 짐리림의 노력이 무색하게 더 이상은 아무런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분명 큰일이 일어난 거야. 탐사선 안으로 가이다의 생명들이 들이닥치고 누구도 이를 막아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걸지도 몰라. 겨우 탐사선으로 돌아왔는데...... 아누의 판단은 역시 어리석었어.’

-이보세요. 괜찮으십니까?

누군가 짐리림의 몸을 더듬으며 긴박하게 소리쳤다. 자신의 생각 속에 빠져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 짐리림은 몸을 움찔거렸다.

-난 눈이 보이지 않아.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건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승무원은 울먹이며 대답했다.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난 이 더러운 행성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행성 하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짐리림이 물어 보지도 않은 말까지 주절거린 그 승무원은 더 짐리림을 부축해 방으로 안내한 다음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 방은 신음소리와 한탄의 소리가 가득한 부상자들의 방이었다.

-이 행성의 푸른 대기는 너무나 섬뜩해. 단 한번이라도 하쉬의 대기를 다시 보고 싶어.

-이 행성의 푸른 대기는 너무나 섬뜩해. 단 한번이라도 하쉬의 대기를 다시 보고 싶어.

-이 행성의 푸른 대기는 너무나 섬뜩해. 단 한번이라도 하쉬의 대기를 다시 보고 싶어.

한 부상자는 같은 소리를 계속 반복해서 짐리림을 질리게끔 만들었다. 짐리림이 자세히 귀를 기울여 보니 가끔씩 거친 숨을 내 뿜는 이가 있었고 신음소리를 내는 이가 둘이 있었다. 짐리림이 있는 방에는 총 다섯의 부상자가 있는 셈이었다.

-짐리림님?

누군가 짐리림을 부르더니 그의 눈에 무엇인가를 씌웠다. 그로 인해 짐리림의 시야가 희미하게나마 트이기 시작했다.

-구데아!

짐리림은 자신의 시야에 오래간만에 들어온 정경을 보고 반가움에 크게 소리쳤다. 오래간만에 보는 탐사선 안의 모습은 생경하기 짝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구데아는 짐리림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짐리림의 눈에 씌운 기기를 조작할 뿐이었다.

-잘 보입니까?
-무슨 일이 벌어졌냐고 하지 않았나?

구데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주위에 있는 부상자들을 둘러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몸도 불편하신데 이런 말을 드리기가 좀......
-알았어.

짐리림은 몸을 일으켜 부상자들이 있는 방에서 나왔다. 앞이 보이는 것이 더없이 소중한 것임을 짐리림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라면 아무도 듣지 못할 거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가?

구데아는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보더아님이 죽고 아누 선장도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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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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