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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장에서. 제인 구달박사와 통역을 맡은 최재천 교수.
ⓒ 전경옥
여성민우회 생협 주최로 제인 구달 박사의 초청 강연이 9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야생침팬지 연구가이며, 환경과 동물에 관한 강한 메시지로 전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고 있는 제인 구달. 이날 강연의 통역은 최재천 이화여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맡았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습니다"

제인 구달 박사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뛰고 날고 기어가는 모든 동물들과 친구였던 어린 시절, 제인 구달에게 큰 가르침을 준 것은 어머니였다고 한다. 어느 날 지렁이를 가득 침대 위에 올려놓은 어린 제인에게 어머니는 "그렇게 하면 지렁이들이 다 죽는다"며 자신을 타일렀고, 함께 정원에 지렁이를 놓아준 기억을 털어놓았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 또한 인간과 똑같이 도구를 사용하고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동물임을 강조했다. 아프리카의 숲에서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그들 모두에게 이름을 붙였던 제인 구달은 동물들에게 오직 숫자만을 붙이는 것이 객관적인 연구라고 믿는 과학자들과 벽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제인 구달에게 동물들은 연구대상 그 이상이었다. 품성을 지니고 사고를 할 줄 알고 기쁨과 슬픔,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생명. 제인 구달은 자신에게 이런 가르침을 준 스승은 "어린 시절 함께 살던 개 러스티였다"라며 그는 "저는 러스티를 통해 동물에게 감정이 있음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제인 구달은 86년경 아프리카의 침팬지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급격한 개발로 숲이 줄어들고, 심지어 식용으로까지 사용되는 현실을 보았다.

많은 동물들이 가죽과 의학실험용으로 이용되고 코끼리까지 맛보려고 하는 부자들의 욕심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인 구달은 "전 세계의 동물들은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동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제인 구달은 숲이 사라지자 사막이 증가하고 장마와 가뭄이 자주 발생하게 되자 가난한 사람들은 기아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는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음식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이 벌레들에게 흡수되고, 이것을 먹는 새들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중금속에 오염되어 결국 인간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와 돼지, 닭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고 빨리 성장하도록 성장호르몬을 맞으며 항생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이에 제인 구달은 "식탁 위의 고기만 보면 공포, 고통, 죽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또 제인 구달은 "인간과 같이 잡식성인 침팬지도 고기는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다"라면서 "큰 송곳니와 발톱이 없고 긴 장을 가진 인간 역시 과도한 육식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인 구달은 이어 "소 한 마리에게 줄 곡식이면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 남을 식량과 맞먹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식물성 단백질을 동물성 단백질로 전환하는 시스템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작은 실천이 모여 세상을 바꿉니다. 이것이 희망입니다!"

▲ 항상 같이 다니는 침팬지 인형과 함께.
ⓒ 전경옥
그렇다면 희망은 없을까? 제인 구달은 13년 전 시작한 뿌리와 새싹운동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동물, 인간, 환경을 위해서 스스로 할 일을 정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자부심을 가집니다. 아이들에게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거나 멸종위기종을 구하기 위한 기금활동을 돕게 하거나 외로운 노인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게 해 주세요.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 세상을 바꿉니다. 뿌리와 새싹운동의 정신은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제인 구달은 한 침팬지 이야기를 했다. 2살 때 엄마로부터 떨어져(동물원이나 서커스에 이용되는 침팬지들은 어린 새끼여야 훈련하기 쉽기 때문에 어미를 죽이고 새끼를 데리고 온다) 미국으로 건너와 15년 동안 시멘트 우리 안에서 혼자 살았던 침팬지 죠죠. 이후 여러 침팬지들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 혼자 살아와 위계질서가 있는 무리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느 날 힘센 침팬지들에게 쫓겨 우리 안 물에 빠진 죠죠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한 시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동영상은 미국 전역에 퍼지며 화제를 모았는데 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안으로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그 시민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죠죠의 눈은 마치 사람의 눈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고 누군가 나를 구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제인 구달은 이렇게 말한다.

"서커스장, 그리고 작은 우리 안의 침팬지에게서, 길을 잃은 개와 고양이에게서, 그리고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서 저는 그 눈빛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자신의 삶을 버리고 희생하면서도 그 생명을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에게서 희망을 느낍니다."

제인 구달은 "눈에 눈물이 없으면 가슴에 무지개도 없다"는 한 인디언의 말을 남기며 강연을 끝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동물원의 침팬지들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제인 구달. 그 눈물이 가슴의 무지개가 되어 대한민국의 수많은 생명에도 희망이 생길까.

덧붙이는 글 | 미디어 다음과 SBS U포터 뉴스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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