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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의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홍술 목사 뒤로 현재 한창 진행중인 '부활의집' 공사 현장이 보인다.
ⓒ 송상호
‘왕꼬지’.

그의 별명이다. ‘꼬지’는 부산 말로서 ‘구걸’을 뜻한다. ‘왕꼬지’란 쉽게 말해서 ‘거지 왕초’란 뜻이다. 그의 별명만큼이나 외모 또한 ‘거지 왕초’답다. 드라마 사극에 나오는 ‘의적 임꺽정’이 딱이다.

그런데도 그의 직업은 ‘목사’다. 시험해보라. 부산역이나 구포역에 가서 노숙자들을 붙잡고 ‘왕꼬지 김홍술 목사’를 아느냐고. 그럼 모르는 사람 빼놓고 거의 다 안다고 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그에겐 ‘부산 노숙자들의 대부’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다.

그의 하루 일과는 참 바쁘다. 새벽 4시면 기상하여 부산진역에 있는 ‘노숙자 무료 급식소’로 출동한다. ‘부활의집(노숙인 15명과 동거하는 집)’ 식구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정신없이 아침을 배식하다 보면 아침 해가 어느새 인사를 한다. 그 후 ‘부활의집’으로 돌아와 바깥 살림과 안살림을 도맡아 한다. 취침 시간은 11시, 12시를 넘기기가 일쑤다. 그래서 그에겐 늘 하루가 모자란다.

그의 살아온 내력 또한 기인답다. ‘리어카 하나 달랑 끌고 전국 유람, 전국의 유명산에 입산하여 벌인 구도 행각, 관 속에 들어가 땅 속에서 실제로 42시간 움직이지 않고 관 속에서 살아본 경험, 전국을 떠돌며 때로는 간첩으로 때로는 미치광이로 오인 받아 경찰서에 끌려 간 이야기 등.’ 그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려고 한 번 입을 열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다.

▲ 김목사는 요즘 올해 겪은 수해로 인해 부실해진 '부활의집'을 '전면 보수공사' 하기 위해 현장감독하랴 직접 공사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 송상호
하지만 그의 괴상한 내력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의 인품은 따스하기만 하다. 어디를 가더라도 요리, 설거지, 청소 등을 도맡아서 손수 한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이웃집 아저씨가 따로 없다.

한참 대화를 하고 있노라면, 전혀 고생해 보지도 않은 사람처럼 모가 난데없이 편안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오히려 듣는 사람이 신난다. 항상 친절하게 웃어주는 ‘털보 아저씨’다.

그런 그가 요즘은 정말 바쁘다. 14년 전부터 노숙자들과 함께 동거하며 꾸며 온 ‘부활의집’을 전면 보수해야 하는 작업 때문이다. 올해 여름 수해로 인해 가뜩이나 부실했던 ‘부활의집’이 더 부실해져 큰맘 먹고 올해 7월 27일부터 ‘보금자리 전면 보수하기’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요즘 성행하는 레미콘 차와 각종 장비로 하는 공법이 아닌 손수 사람이 하는 공법으로 하다 보니 시간은 다른 공사에 비해 십 수배. 하지만 부활의집 식구들과 함께 하나 둘 만들어가는 역사는 그야말로 영화 속 ‘휴먼 드라마’가 된다. 겨울이 벌써 코앞인데도 ‘공사 마무리’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 '부활의집' 식구들이 모두 힘을 합해 콘크리트 작업에 나섰다. 이런 장면들은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겨울이 다가 오지만 공사가 끝이 보이지않아 '부활의집' 식구들은 마음만 급해진다.
ⓒ 부활의집 제공


이런 그가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생활철학은 그가 삶으로 보여주며 이 시대에 던져주는 메시지라 여겨진다.

“나는 노숙자들을 도와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나에게 보내준 하나님의 선물이며, 그들이 곧 나의 주님들입니다. 그러기에 내가 그들로부터 받는 은총이 훨씬 더 많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가난공동체 부활의집 http://www.homeless.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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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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