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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장관의 고향방문을 환영하는 펼침막이 마을 입구에 걸려 있다.
ⓒ 이화영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사무총장 당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향과 모교가 있는 충북의 음성군과 충주시는 지역의 최대경사라며 축제 분위기로 들떠있다.

5일 반 장관의 고향인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윗행치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반응과 마을 분위기를 살펴봤다.

이 곳은 17가구 28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며 16가구가 광주 반씨로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반 장관은 이 곳에서 태어나 3살까지 살다 충주로 이사를 했고 충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마을에 들어서자 반 장관의 고향 방문을 환영하는 펼침막이 뽐내듯 입구를 가로질러 걸려 있다. 추석 명절을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외지에 나갔던 출향인들도 택시와 자가용을 이용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마을 입구엔 환영 플래카드

▲ 전화받기에 바쁜 반옥환 이장 뒤로 마을 어른들이 정자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이화영
마을의 정자에선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마을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반 장관을 화제로 담소를 나눈다. 한 쪽에선 반 장관과 11촌간인 반옥환(53) 마을이장이 계속되는 전화에도 짜증내지 않고 성심성의껏 전화를 받고있다.

"이장님, 전화 많이 오나봐요."
"평소 같으면 하루에 한두번 울릴 뿐 시체마냥 죽어있던 전화가 요즘은 살어서 펄떡펄떡 뛰네유, 빠떼리 다 돼서 충전해와야것네."
"하루 몇 통화나 오나요?"
"평균 40~50통은 족히 오네유."
"주로 누구에게서 전화가 오나요?"
"언론사에서 질 많이 오구, 친지들한테도 많이 오구, 군청이나 면사무소서도 오구 그러내유."
"짜증나지 않으세요?"
"웬 걸유, 좋기만 한 걸. 내가 사무총장이 된 거 같어유."

▲ 원남면 의용소방대원들이 마을 안길을 청소하고 있다.
ⓒ 이화영
▲ 2000년에 1천여만원을 들여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 설치한 세계도라며 반기종 종친회장이 돌족보를 소개하고 있다. 돌족보에 기록된 반장관의 이름(검은색 원안)
ⓒ 이화영
마을 이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원남면 의용소방대원들이 소방호스를 이용해 마을 안길을 깨끗히 청소하고 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라는데 자신의 일처럼 나서주는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반 장관과 6촌간인 반기종(67, 광주 반씨 장절공 행치파) 종친회장은 "어릴 때부터 성품이 온순하고 자기 몫은 끝까지 다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며 "영특해서 어학을 잘했고 외교관을 희망했다"고 반 장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반 회장은 이어 "장관에 취임해 인사차 고향을 방문했을 때도 자가용을 손수 운전하고 부부가 참석할 정도로 검소하고 공사를 구분하는 생활이 몸에 밴 사람"이라며 "약주를 좋아해 형제끼리 모이면 어릴 적 추억을 안주삼아 날을 새기도 한다"고 반장관을 소개한다.

"좋은 걸 워찌 말로 다햐"

▲ 이종빈 원남면장
ⓒ 이화영
이종빈 원남면장은 "국가적으로도 경사지만 우리 면민과 군민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한 큰 경사"라며 "원남면은 인구가 얼마 안 되는 작은 면이지만 반 장관을 비롯해 최경록 주일대사와 주병덕 충북도지사를 배출할 정도로 큰 인물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고 자랑했다.

취재가 끝날 무렵 반 장관과 9촌이라고 소개한 반병희(82) 할아버지를 만났다.

"반 장관께서 유엔 사무총장 당선이 확정적이라는데 기쁘세요?"
"좋은 걸 워찌 말루 다햐. 좋다마다지."
"소식은 언제 들으셨어요?"
"테레비 보니께 나오대 마을 사람들이 회관서 빙둘러 앉아서 봤는디 내가 모르는 칙 허구 물었지, 계급이 올라간 거냐 했더니만 사람들이 쑥맥 취급 허더라구 허허허."
"반 장관은 어떤 분이신가요?"
"세상에 그런 사람 없어. 그 사람 아부지가 나보다 한살 더 먹었는디 교통사고가 나서 저 세상 사람이 됐거덩. 근디 사고를 낸 사람한티 아무 책임도 안 지우고 기냥 풀어줬어, 그뿐여 부부가 월매나 검소하게 사는지 안사람은 우리보다 더 꺼벙하게 하고 댕겨."
"친척분들 중에 덕본 사람 좀 없어요?"
"그런 소리 하지도 말어, 워낙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우리도 부담을 안 지울라고 부탁같은 건 절대금지라고 했으니깨."

▲ 반장관과 9촌간인 반병희 할아버지가 "좋아"라고 외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이화영
오는 6일 낮 12시경 고향을 찾아 성묘를 할 예정인 반 장관을 위해 반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마을잔치 준비에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반 장관의 출신학교인 충주지역의 교현초, 충주중,충주고 동문 선후배들도 개교 이래 최대의 경사라며 들떠있긴 마찬가지다. 모교마다 유엔 사무총장 당선에 맞춰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장관에 취임하고 인사 차 방문했을 당시 주민들과 촬영한 사진이 마을회관에 걸려있다.
ⓒ 이화영
▲ 반씨 종친회에서 조상의 시제를 지내기 위해 만든 사당이 마을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 이화영
▲ 하우스가 위치해 있는 자리가 반장관의 생가터다.
ⓒ 이화영

덧붙이는 글 | 이화영 기자는 공무원노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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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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