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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지 해수욕장, 해안공원 입구
ⓒ 신종철
제13호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비가 올 거라던 지난 18일 토요일에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안면도를 찾았습니다. 바캉스를 즐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취업문제로 머리 좀 식힐 겸 계획한 것이니 비오는 것쯤이야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 비가 '살살' 와준다면 계절도 계절이니 만큼 운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좋을 성 싶었습니다.

떠나기 3일전 여행사를 통해 당일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습니다. 당일 여행의 생명은 신속한 '기동력'에 있기에 전세버스로 운행하는 여행 상품이 적합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만원버스'가 되어 아침 8시에 광화문에서 출발해 4시간이 지나서야 꽃지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안내를 하던 가이드에게 한 승객이 "가이드님이 수영복은 빌려주나요?"라고 말해 버스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어딜가나 간단한 유머를 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즐거워지듯 오늘 여행의 출발도 덕분에 꽤 상쾌해졌습니다.

▲ 꽃지 해수욕장. 가을 바다 내음이 물씬 느껴집니다.
ⓒ 신종철
물씬한 바다내음, 꽃지 해수욕장

안면도에서 제일 크다는 꽃지 해수욕장엔 성수기를 지나서인지 휴일임에도 한산했습니다. 흐린 날씨였지만 높아진 하늘과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느껴집니다. 같이 온 여행객들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엔 생김새만 봐도 심상치 않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마치 수문장처럼 지키고 서 있습니다.

▲ 수문장 처럼 지키고 있는 전설의 할아비바위(왼쪽), 할미바위(오른쪽) 입니다.
ⓒ 신종철
전쟁터에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그대로 굳어졌고 이어 돌아온 할아버지까지 울다 지쳐 굳어져 버렸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또, 해질녘 '낙조'로 유명해 전국에서 사진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이 바위들 틈에서 저도 질세라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취업문제로 신경이 곤두 서있던 머릿속이 오랜만에 즐거움으로 가득 찰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연인끼리 그리고 단체로 온 아주머니들 까지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단체사진도 찍고 자기만의 이색적인 포즈도 잡아봅니다. 더불어 가이드도 바빠졌습니다. 한명이라도 빠지면 서운한 단체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 입니다.

풍부한 먹거리가 있는 백사장 항

▲ 부글부글 조개가 익어갑니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즐겁게 합니다.
ⓒ 신종철
한 시간 여를 둘러보고 다시 버스에 올라 '백사장 항'으로 향했습니다. 시간은 오후1시가 다 됐고, 기다리던 '조개구이'를 먹을 시간이 왔습니다. 여행 상품에 조개구이 값이 포함되어 있어 어느 식당을 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습니다.

사실 안면도에 오게 된 것도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조개구이 제공'이라는 글귀에 현혹되어 나도 모르게 예약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 불타고 있는 조개구이. 다 먹고 조그만 조개만 남아 있습니다.
ⓒ 신종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테이블에 앉아 같이 온 여행객들과 함께 조개구이 파티가 시작 됐습니다. 역시 불타는 조개구이에 소주는 빠질 수 없는 존재! 얼른 일어나 냉장고에서 소주 1병을 꺼내 들었습니다. 다들 술잔이 채워지고 통통 살이 오른 키조개에 소주 한잔 털어 넣으니 '캬아~!'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 백사장항 어시장 풍경. 많은 해산물들이 여행객을 반갑니다.
ⓒ 신종철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지만 저를 포함 동행한 여행객들 모두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식당에서 나와 주변 어시장을 구경하다 키조개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고, 제철을 만난 대하를 구입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 여행에 같이 오지 못한 가족을 챙기려는 마음이겠지요.

▲ 부교를 건너는 모습. 밀물때는 부교가 바다위로 떠오릅니다.
ⓒ 신종철
바다와 어우러진 멋쟁이 사찰 '안면암'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여행지인 '안면암'으로 향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암석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제대로 빗나갔습니다. 안면암이라는 암자 즉, 사찰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크고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운치있어 보였습니다.

▲ 부교를 건너면 거닐 수 있는 여우섬 입니다.
ⓒ 신종철
안면암 바로 앞에는 부표를 엮어 만든 부교가 있는데 이 부교의 길이가 400m나 된다고 합니다. 밀물때는 출렁거리는 부교위로 걷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고 합니다. 제가 도착했을 땐 썰물이라서 아쉽게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드넓은 갯벌을 바라보며 건너는 재미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 바닷물 대신 넓은 갯벌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 신종철
부교를 건너면 '여우섬'이라는 조그만 섬을 만나게 됩니다. 만일 혼자 왔더라면 무인도 체험을 할 수도 있을 만큼 작고 아름다운 섬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지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사진도 더 많이 찍는 모습이 보입니다. 몇몇은 갯벌로 나가 진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개와 짱뚱어를 잡으며 즐거운 시간도 보냅니다.

▲ 여우섬에서 바라본 안면암. 주변 경관과 어울려 장관을 이룹니다.
ⓒ 신종철
다시 암자로 돌아오는 부교에서 안면암을 바라보니 사찰이 꼭 산에만 있는 것 보단 이렇게 바닷가에 만들어도 근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오늘의 여정을 아쉽지만 마무리했습니다.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요즘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고민이 있거나 복잡한 생각을 잠시 버리고 싶다면, 드넓은 바다도 거닐며 더불어 조개구이에 소주한잔도 기울일 수 있는 안면도 당일 여행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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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IT기기를 좋아하는 소심하고 철 없는 30대(이 소개가 40대로 바뀌는 날이 안왔으면...) 홀로 여행을 즐기는... 아니 즐겼던(결혼 이후 거의 불가능) 저 이지만 그마저도 국내or아시아지역.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유럽이나 미국,남미쪽도 언젠가는 꼭 가볼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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