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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 의원들과 피감기관인 군부대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 송 의원은 지난 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한미동맹 파괴 저지 국민대회'에서 연사로 나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를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보수진영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투쟁이 낳은 투사가 한 사람 있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

국회의원이 되기 전 이라크 파병 찬반논란이 뜨거웠을 때, '무조건 파병론자'로 이름붙여졌던 인물이다. 한미동맹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높이 평가받았는지, 그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공천받아 17대 국회에 진출했다.

그러했던 그가 이제는 전시 작통권 환수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 보수단체의 집회에 송 의원이 나서면 박수가 터져나온다. 그는 누구보다 강경한 어조로 안보위기론을 설파하고 한미동맹 사수를 호소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들고 연단에 올라 '대한민국 만세, 한미동맹 만세'를 외치기도 한다.

그는 보수단체들의 마음에 쏙드는 몇 안되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인지 모른다. 대한민국정치인 가운데서 가장 오른 쪽에 서 있다고 할 김용갑 의원이 "송 의원은 애국자다, 애국자"라고 칭송했던 것도 그의 확고한 신념에 감동받아서였을 것이다.

송 의원은 한나라당의 전시 작통권 환수 반대 투쟁에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 의원총회장과 워크숍에서 때로는 목이 메여, 때로는 울먹이며 작통권 환수논의 중단 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는 목숨을 걸고 사수해야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국을 붙들어야 한다."

그는 이제 전시 작통권 환수 반대투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정치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송 의원이 느닷없는 군부대 골프 물의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안보위기' 속의 군부대 골프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찰간 해병대 사령부 골프장에서 한나라당 김학송·공성진 의원과 함께 골프를 치다가 기자들에게 발견이 된 것이다. 골프를 친 당사자들은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주자. 정기국회 회기중에, 그것도 평일에, 국정감사 피감기관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이 문제였다. 한나라당의 윤리규정도 평일에 골프를 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골프치러 간 게 아니라 국감 준비차 갔다. 피감기관인 해병대 사령부의 복지시설 점검을 한 것"이라는 이들의 변명은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했다. 당시 취재를 했던 기자는 이들의 당당함에 어이가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둔감증이다.

이 광경을 접하는 우리 머리 속은 지극히 혼란스럽다. 송 의원은 '심각한 안보위기'를 앞장서서 주장해왔다. 작통권 문제는 목숨을 걸고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 이 심각한 안보위기 속에서, 목숨을 걸어야할 상황에, 시찰나간 군부내에서 골프나 치고 있는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목숨을 건다'는 비장한 표현은 종종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해주기도 한다. 사람이 목숨을 건다는데 그의 진정성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목숨을 걸어야 한다던 송 의원의 모습이 군부대에서의 라운딩으로 나타난 것은 몹시 실망스럽다.

차라리 전혀 다른 곳에서 골프를 즐겼다면 이렇게 실망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심각한 '안보위기' 속에서 하필이면 군부대에까지 가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더 개탄스러운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 장병들은, '안보위기' 속에서도 군부대에 찾아와 골프를 치는 정치인들을 향해 어떤 생각을 떠올리게 될까.

작통권 문제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나서던 송 의원, 그리고 '안보위기' 속에서 군부대 골프를 즐기는 송 의원. 우리의 상식적인 머리로는 좀처럼 연결이 되지를 않는다. 작통권과 골프, 두 가지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그의 진실인가를 묻게 된다.

보수진영은 자정능력이 있는가

송 의원이 물의를 빚었다고 해서 어느 한 개인을 몰아붙이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보수인사들이 흔히 보이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손자들의 국적포기 문제로 물의를 빚었던 인사, 군사반란에 가담했던 인사들, 인권탄압에 가담했던 인사들, 부패비리로 사법처리 되었던 인사들까지도 안보위기를 말하며 작통권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보수'하면 다른 추한 모습들이 떠올려지는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보수'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아무리 노무현 정부 지지율이 바닥을 헤맨다고 해서, 그것이 보수인사들에 대한 맹목적 신뢰로 연결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멋있는 보수를 한번 보고 싶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으면, 정말 목숨을 거는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보수. 이제 힘도 다 빠진 노무현 정권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은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보수. 그래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보와 훌륭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보수.

이를 위해 보수진영은 '좌파정권' 욕하기 이전에 먼저 자정노력부터 기울여야 될 것 같다. 군사반란과 인권탄압과 부패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오가 갖춰지지 못할 정도의 보수진영이라면, 자신의 빈곤함만 드러낼 뿐이다. 군부대 골프 파문이 어떻게 처리되는가도 그같은 자정능력의 차원에서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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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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