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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놈펜 동부 '저팬 브리지' 건너편의 수상 빈민촌.
ⓒ 채명룡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은 특이하게 3개의 강이 도시를 끼도 돌다가 합쳐진다. 우기 때 역류하여 보통 때의 3배 가까이 불어났다가 건기 때 프놈펜으로 흘러드는 '톤레삽강'. 그리고 동남아인들의 젖줄인 '메콩강'과 베트남 유역으로 흘러가는 '바삭강'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길이가 330㎞에 달하는 '톤레삽'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명수인데, 이곳에 기대어 전국적으로 약 10만 가구가 수상 가옥을 짓고 생활한다.

건기철(10월 말∼다음해 4월 초)엔 면적이 약 3천㎦로 서울시의 5배 정도에 머물던 톤레삽 호수. 그러나 우기철(4월∼10월 말)이 되면 서울시 면적의 약 20배인 1만2천㎦로 커지면서 강물이 프놈펜 쪽으로 역류한다. 이 나라 수상인들은 이 강의 수량이 많고 적음에 적응하면서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수상 빈민촌

▲ 메콩, 톤레삽, 바삭 등 3개 강이 합수되는 곳에 수상 가옥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
ⓒ 채명룡
강물이 풍부하기도 하거니와 농촌 생활 현실이 너무도 어렵기 때문에 프놈펜 주변에 머물고 있는 '수상족'들.

프놈펜 동부 톤레삽강을 좌우로 육지에 턱만 걸친 수많은 수상 빈민촌이 형성되었다. 또 메콩강 기슭에는 일부라도 땅을 밟는 생활이 아닌 물 위에 집을 짓고 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촌락을 형성하고 있다. 그나마 바삭 강 쪽은 수량도 많지 않을뿐더러 강폭도 좁아 수상촌이 형성되지 않았다.

프놈펜 동부 '톤레삽강'을 가로지르는 큰 다리는 일본인들이 건설해준 것이다. '저펜 브리지'로 불리는 이 다리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은 수상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고, 모든 생활하수 및 오물들을 나오는 그대로 강에 버린다. 이 나라 수상 빈민촌의 생활상을 알아보는 잣대이다.

▲ 강물에 그물을 치는 수상가옥 사람들. 이 정도면 이 나라에선 현대식 어업에 속한다.
ⓒ 채명룡
그들은 대부분 어업보다는 캄보디아 시골에서 올라와 프놈펜에 둥지를 튼 정착하지 않은 빈민들이다. 생업도 대부분 막일이나 구걸, 재래시장 잡부, 오토바이 택시 영업, 날일 등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류 인생들. 그들 대부분은 일당 약 5천 리엘(1200원 정도)을 벌어 생계를 이어 간다.

이 나라 국민소득이 2004년 기준으로 1인당 360달러에 달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나라의 빈부 격차도 엄청난 셈이다. 더구나 그 중심에 이 같은 수상인들이 자리하고 있음에야 형편은 말할 것도 없다.

가족의 미래는 교육인데 프놈펜 중심지와 달리 이들의 교육열은 낮다. 프놈펜에 어깨를 기댄 빈민촌 아이들은 적으나마 학교에 가기도 한다. 그러나 프놈펜 건너 3개의 강이 모이는 지점의 수상 마을은 사정이 다르다.

아빠 엄마가 배를 저어 고기잡이 나서면 아이들 또한 어김없이 배에 함께 탄다.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배 안에서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일테면 꼬마 어부인 셈이다. 이들은 커서 어른이 되면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부모의 뒤를 따라 또다시 수상촌 빈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리라.

이러한 삶은 프놈펜 근교에 자리한 수상인들이나 멀리 톤레삽 호수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 강에 그물을 치고 그 수익으로 살아간다. 형편이 좋을 리가 만무하다.

고기잡이도 손 투망과 수풀 가까이에서 뜰 망으로 건져 올리는 수준이며, 정치망 등과 같은 고정식 그물을 이용한 어업은 손꼽을 정도. 황토색 강물에 그물을 던져 하루를 버는 그들의 천직 같은 생활. 그러나 그 삶 속에서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산다.

▲ 톤레삽 강과 메콩, 바삭강을 연결하는 유람선을 모는 가족들. 이들 정도면 이 나라 빈민층에서 우상과 같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한다.
ⓒ 채명룡
프놈펜의 강변도로 아래엔 이 강들을 돌아보는 유람선들이 성업이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이들은 일테면 '앞날이 밝은 인생'들이다.

특별히 먹고살게 없는 여기에서 자기 배를 갖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들 빈민촌에선 그야말로 '하늘의 별'을 딴 위치까지 올라간 셈. 그래서 이 유람선 업주들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가족이 모두 나와 호객과 밧줄잡이, 선장, 배 안의 서빙 등을 모두 해내는 이들의 삶. 부지런하지 않은 크메르인들의 민족성을 닮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며 이 민족의 변화를 예감한다.

메콩강 하류에 지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초호화 별장. 그리고 그 턱밑에 자리한 수상촌. 이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이 같은 풍경에 삶의 '천당과 지옥'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수상인들은 동남아인들의 젖줄인 이 강이 마르지 않는 한 나름의 삶을 살며 그 자리를 지켜갈 것이다.

▲ 멀리 프놈펜의 강변 호화 도심 모습이 보인다. 그렇지만 반대편엔 안타까운 밑바닥 삶이 자리하고 있다.
ⓒ 채명룡

덧붙이는 글 | 캄보디아 서민들의 생활상에 대한 기사로 2006년 7월 20일부터 10일 동안 현지에 머물면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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