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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의 중국자전거 종주코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실제 여행은 항상 계획과 어긋난다. 그 어긋남이 또한 여행의 재미이기도 하다. 쓰촨에서 청두까지 가는 여행도 그랬다. 영사관 직원들과 오붓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결국 혼자서 점심을 먹게 됐다.

여행을 하다 보면 현지인의 친절한(?) 정보 때문에 오히려 혼란을 겪기도 한다. 20km라고 알려준 거리가 결국 50km였고, 현지인이 분명히 있다고 한 도시 스탬프가 경찰서엔 없었다. 어디까지나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낯선 여행지에선 참 판단하기 어렵다.

이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93번 버스 추격전이었다. 길을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93번 버스를 따라가라’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결국 네 발 달린 버스와 두 발 자전거의 때 아닌 경주가 한 낮에 펼쳐졌다. 결국 15분 동안 추격전을 벌이다가 인근 시민에게 길을 물었다.(--)

외국에 나가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고마운 법이다. 두 달 만에 만난 맥스웰 커피믹스가 그랬다. 또한 시설은 부족하지만 작은 정 때문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한다. 청두에서 묵은 여관은 방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조악한 곳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려고 하자, 안내 데스크를 내준다. 게다가 멀티 탭까지.

이제 자고 나면 충칭까지 내달릴 참이다.


다음은 시안-청두 13일차 여행 기록이다.

2006년 7월19일 수요일. 맑음 / 시안-청두 13일차

07:40 기상.

11:55 M/41.3km/2:46M/14.8AV/OD 2784km/ '청두' 시가지 도착.

ⓒ 박정규
12:30 영사관 직원과 통화.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14시 이후에 오라며, 길을 찾아갈 수 있게 거리 이름과(시아난따찌에) 건물 이름을(티엔푸 리조우 따샤 19층) 알려 준다.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해 영사관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아침도 먹지 않고 달렸다. 더이 양 주민들이 '청두' 까지는 '20km' 라고 했는데, 실제로 달려보니 '50km' 가까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 혼자 점심을.

13:15M / 청두 경찰서, 비자 업무 보는 곳 / 시안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큰 도시의 '공안쥐(경찰서)' 에 가면 '도시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문의했다. 그런데 출, 입국 시에만 스탬프를 받을 수 있고, 도시 스탬프는 없다고 한다. 아쉽다. 현지인이 분명히 있다고 했는데 다시 영사관을 향해 출발.

14:10 젊은 커플에게 길 문의 중. 이 친구들도 길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친구에게 전화해 길을 물어 보는 중. 결국 '93번 버스'를 따라 가란다. -.-; 그럼 영사관이 나온다고. 93번 버스 도착. 버스 추격전 시작. 놓치고, 따라 잡고를 반복하며 15분가량 달린 후 인근 시민에게 길 문의.

▲ 영사관
ⓒ 박정규
14:40 영사관 도착. 굉장히 큰 건물 앞에, 반가운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기념 촬영 후 건물 안으로.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으로. 다시 한 번 여권 확인 후 사무실 안으로. 굉장한 조용한 사무실. 은행처럼 되어 있다. 고객 용 대기 좌석이 여러 개 있고, 유리 반대편에 직원들이 있다. 잠시 후 직원을 만나, 형이 보내준 '신용카드' 수령. 직원이 이런 업무는 처음이라며, 신중을 기하기 위해 '각서(본인 수령)' 작성. 남자 직원이 다른 것 도와 줄 거 없냐면서, 호텔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용품들과 '맥스웰 커피 4개를 챙겨준다.' 2달 만에 만난 한국커피, 너무 반갑다. 아꼈다가 천천히 먹어야겠다.

15:35 M / 인근 대형 서점. 지도를 촬영하기 위해 갔는데, 입구에서 가방 및 디지털 카메라는 별도 보관 후 입장 가능 하다고 함. 각 층 100평 / 3층 규모의 서점. 곳곳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음반 코너도 있다. 일반 서적의 값은20-30Y.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도 코너로. 책 같은 스타일의 자세한 지도는 12Y-20Y. 여행이 다 끝나 가는 시점에서 자세한 지도보다는 간략한 지명과 길 정보만 알 수 있으면 충분하기에, 6Y 짜리 지도 구입. 지금까지도 거의 '국도 번호'만 확인하고 왔으니까.

▲ 숙소
ⓒ 박정규
16:25M/55.9km/3:57M/14.1AV/OD 2799km/인근 저렴한 여관 도착. 30분가량 물어 물어서 10Y 짜리 여관을 찾았다. 제법 큰 도시에서 이런 가격대의 여관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관은 3층 전체를 사용 / 방은 50개가 조금 넘는다. / 가격은 10Y 100Y / 나의 오른쪽 방은 100Y, 왼쪽 방은 40Y / 내가 있는 곳은 솔직히 방이라고 하기 보다는 베란다 같은 곳의 공간에 칸막이, 문을 설치하고, 2층 침대 2개를 놓은 곳이다. 침대와 벽의 여유 공간은 사람 한 사람 겨우 설 수 있을 정도. 콘센트, TV 무.

17:00 '왕바' / 여관에서 오른쪽으로 50m 거리에 위치. 다행히 '한글' 사용 가능. 그 동안 확인 못했던 메일과 홈페이지 접속 오류 문제를 해결.

중국 음식 무통따미와 바우저
ⓒ 박정규
19:00 식당. / 인근에 시장이 없어서 그냥 비싸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왔는데 거의 10Y이 넘는다. 메뉴들을 보고, '타이꾸엘라(비싸다)'고 하니까, 종업원이 싼 음식들을 추천해준다. 탕이 먹고 싶다고 하자, 4Y짜리 '차이(나물) 탕' 을 먹으란다. 이건 정말 '따뜻한 물에 나물만 떠 있는 맛'이 난다. 전에 맛있게 먹었던 '료우피엔탕(고기, 나물 탕)' 이 있냐고 하니까. '여우(있다.)' 8Y 이란다. '피아잉이다(깍아 주세요)' 라고 하니까, 고기가 들어가면 8Y, 나물만 들어가면 4Y이란다. 그냥 '따미와 함께 주문' 밥은 4인 분은 될 만큼 나왔다. 겨우 1Y.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면서'고기 건더기와 나물 건더기'를 모두 건져 먹었다. 생각보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 식당을 나오는데 비가 제법 많이 온다. 우천모드도 소용없을 만큼.

21:33 여관 안내 데스크. 내 방에는 콘센트가 없기 때문에, 컴퓨터를 들고, 안내 데스크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여행기 정리 및 사진 정리 후 취침. 친절하게 직원들이 멀티 탭 까지 제공해준다.

[여행수첩]

1.이동경로: 쓰촨 -> 더이 양 -> 쓰촨 -> 청두
2.주행거리 및 시간: 55.9km / 3시간 57분 / 평균속도 14.1km/h / 누적거리 2,799km
3.사용경비: 34.5Y
아침 겸 점심: 6Y / 저녁: 9Y / 숙박 비: 10Y / 인터넷 2시간: 4Y 요구르트 1병: 2.5Y / 오렌
지 주스1: 3Y
4.섭취 음식
1)식사
아침 겸 점심: 류로우 면(고기 건더기와 중간 면): 매 콤, 얼 큰, 바우저(작은 만두): 고기 속피, 콜라
저녁: 료우피엔탕(고기 건더기와 나물): 담백, 시원, 따미(밥)2)간식
물 2.4ml / 아기 배 4개
5.신체상태: 허벅지 근육 미 통.

[3차 목적지]XIAN - CHENGDU / 2006년 7월7일 - 19일 / 13일 소요 / 981km / 483.5Y
07 일 64.6km / 122.9Y / 08 일 68.8km / 25.2Y / 09 일 60,6km / 29Y
10 일 92.6km / 21.5Y / 11 일104.2km / 14.7Y / 12 일 25.1km / 3Y
13 일 99.4km / 32.1Y / 14 일50.7km / 9Y / 15 일 104.1km / 21.5Y
16 일 68.8km / 79.5Y / 17 일95.8km / 57.5Y / 18 일 90.6km / 33Y
19 일 55.9km / 34.5Y
- 1일 평균 이동거리: 75.4km / 1일 평균 사용경비: 37Y

금주 예상 이동 경로 및 일정

청두(chengdu)-충칭(chongging): 0720(목) 0722(토) / 315km (3일)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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