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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석 의원이 지난 2월 20일 최성 열린우리당·고진화 한나라당·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실천하는 국회의원 모임'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5·31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선거 이후에 대한 전망이 다양하게 나오는 가운데 김효석 민주당 의원(전남 담양·곡성·장성)이 27일 17대 국회 후반기를 맞이해 동료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공개서한의 제목은 '따뜻한 생활정치, 함께 생각해 봅시다'이다. 요지는 이 대목에 있다.

"한국의 정치도 이제 3만불 시대를 지향하는, 시대에 걸 맞는 정치로 변모해야 합니다. 20세기적 이념 대립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정당들은 보수와 진보보다는 생활정치를 가지고 경쟁해야 합니다."

김효석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계개편'이 아니라 정치가 달라지는 '정치개편'"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김 의원은 지난 5·31 지방선거의 의미를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 ▲국민에 의한 정치개편 명령이라는 두 가지로 정리했다.

전자는 식상할 정도로 차고 넘치게 들은 얘기이다. 요컨대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해서 민심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최근 호남에 대한 끊임없는 구애, 남북문제에 대한 접근의 변화에서 보듯이 한나라당이 중도 쪽으로 옮겨 가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영남지역주의에 기대고 있으며, 부동산 정책 등 가진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한계를 가진 것이 실상이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대안'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는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집권당에 대한 심판을 통해 정치권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당과 정파를 넘어서 이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담을 그릇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민에 의한 정치개편 명령'이라는 후자의 의미는 다소 생소하다. '정계개편'이 아닌 '정치개편'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개편'에 대한 생각은 이런 것이다.

"정계개편을 사람 중심으로만 몰고 가려고 합니다. 정계개편하면 흔히 사람 얘기를 꺼냅니다. 고건·박근혜·이명박 누구에 줄 설 것인가. 언론은 여기에 관심이 있을지 몰라도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선주자 중심의 헤쳐모여식 개편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정계개편'이 아니라 정치가 달라지는 '정치개편'일 것입니다."

송영길·임종석 의원 등과 '공부하는 소모임'을 통해 정책틀 다듬어갈 계획

정치를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반개혁의 구도에서, 국가정책과 삶의 정치로 경쟁하는 구도로 바꾸고 인물 중심에서 가치지향적, 정책적 지향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지향점은 어디일까. 그는 "진보와 보수가 각각의 가치와 생명력을 가지면서, 그러나 대립하기 보다는 상대의 정책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과 포용력을 가지고 경쟁하는 길로 가야 한다"면서 "이를 '따뜻한 생활정치'로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영국의 노동당이 선택했던 '제3의 길'이 중도를 지향하고 있다면, '따뜻한 생활정치'는 가운데를 지향하는 것만이 아닌 그 이상의 개념이다"면서 "이를 'New Third Way'(새로운 제3의 길)로 부르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어느 쪽에 줄을 설 것인가에 앞서서 국회에서 달라진 정치를 어떻게 구현해 갈 것인가를 고민하자"면서 "여야를 초월하고, 정파를 떠나고, 지역을 넘어서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해 '따뜻한 경쟁의 정치'를 어떻게 펼 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위한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책 틀(framework)에 대해서는 추후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의 토론을 통해 다듬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우선 열린우리당의 송영길·임종석 의원 등과 '공부하는 소모임'을 통해 '새로운 제3의 길'에 대한 정책틀을 다듬어갈 계획이다.

정계·정치개편을 둘러싼 민주당의 세 가지 흐름

현재 민주당에는 크게 보아 세 가지 흐름이 존재한다.

이른바 '고건 대망론'이 첫 번째 흐름이다. 신중식·이낙연·최인기 의원의 '3총사'가 중도세력 중심의 '고건 대망론'에 앞장 서고 있는데 인물 중심 정계개편론이라는 한계가 있다.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정치적 풍향에 민감한 이낙연 원내대표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 등 당권파는 '관망중'이다. 한 대표는 5·31 지방선거 전까지는 "열린우리당은 없어질 정당이다"고 공공연하게 비난했으나 선거 이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열린우리당과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 본인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을 코앞에 두고 있는 처지여서 운신의 폭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김효석 의원 표방하는 '따뜻한 생활정치'를 내건 '새로운 제3의 길'은 미약하지만 세 번째 흐름에 해당한다. 그가 내건 '새로운 제3의 길'이 '포스트 한화갑'을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화갑 이후'를 겨냥하기에는 노선이 너무 '온건'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중도 견인' 노선을 감안하면 오히려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테면 그는 "우리의 현대사와 대한민국이라는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얘기해 보겠다"면서 '불행과 성취가 섞여있는 과거사'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포용력을 주문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의 전체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보유세가 늘어난 만큼 다른 세목에서 세금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야당에게는 국익 우선의 외교문제에 대한 포용력을 요구했다. 특히 한나라당에게는 "통일문제에 있어서 정파적인 이해를 떠나, 어떻게 하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여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를 두고 양보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안전망 확충에는 야당도 힘을 보태야 한다"면서 "그래야 성장위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작년부터 글을 통해 호소해 보았지만 소수당의 한계 때문에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면서 "그러나 지치지 않고 정계개편이 아닌 정치개편을 계속 외쳐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최성 열린우리당·고진화 한나라당·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실천하는 국회의원 모임' 구성을 제안해 이를 실현시킨 바 있다.

이 모임에서 활동하는 한나라당 의원은 비록 한 명뿐이지만 어쨌건 '초당'의 형식은 갖추었다. 인물 중심의 한국 정치구도에서 그의 정책 중심의 '정치 결사체'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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