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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 박성진 검사.
ⓒ 오마이뉴스 남소연
"마약전담 검사는 총 차고, 우락부락하고, 아주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선입견은 버려주세요."

마약전담 검사인 박성진(42·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는 "마약사범의 경우 얼마나 인간적으로 감동시키고 설득시켜서 그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털어놓게 만드느냐가 수사 승패의 관건이기 때문에, 결코 검사가 거칠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검사는 마약사범을 소재로 한 영화나 TV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흥미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볼 때는 부적절하다"며 "마약 수사는 은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것을 보는 마약사범들에게는 오히려 수사 기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에서 적발되는 마약사범의 40∼50%는 야쿠자가 개입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마약사범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우리나라 범죄조직은 마약을 취급하면 그 조직에서 발을 붙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성진 검사는 지난달 미성년자 임신부가 포함돼 경기도 일대를 돌며 필로폰 '섹스 환각파티'를 벌인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박 검사는 "검찰에도 마약 수사직이 따로 있지만 수십명씩 되는 투약자는 우리 인력으로 안된다"며 "당시에는 광명경찰서 팀과 합동 수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검사와의 인터뷰 요지이다.

"필로폰인지, 소금인지... 보면 그냥 안다"

- 최근 마약상을 소재로 한 '사생결단'이라는 영화 나왔는데, 본 적이 있나.
"너무 황당하다고 해서 안 봤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지 재미가 있겠지."

- 영화에서 마약을 소재로 다루는 것을 보면 어떤가.
"영화 뿐만 아니라 TV에서도 경찰과 동행취재를 해서 마약사범을 잡는 현장이 많이 나온다. 아주 자극적이다. 숨어 있다가 적발해서 뛰어가고, 붙잡아서 자빠뜨리고, 수갑 뒤로 채우고, 자동차 들이받고….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흥미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볼 때는 굉장히 부적절하다. 우선 마약 수사는 은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 장면을 많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은 호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보는 마약사범들에게는 오히려 수사 기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된다.

우리가 만약 마피아나 야쿠자처럼 조직 폭력이 깊숙이 개입된 것이 사실이고, 그런 것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면 영화나 TV가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단순히 흥미 유발을 위해서 마약사범을 소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그런 동행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 영화에서 보여지는 마약·조폭담당 검사의 이미지는 굉장히 거친데.
"굉장히 거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조직폭력이나 마약이라고 하면 검사가 총 차고 있고, 우락부락하고, 아주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우리가 당하는 유형이 더 많다. 요즘 세상에 두드려 팬다고 될 일이 아니다. 마약사범의 경우 얼마나 인간적으로 감동시키고 설득을 시켜서 그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털어놓게 만드느냐가 수사 승패의 관건이다. 그런 선입견은 버려주셨으면 좋겠다."

- 영화에서 보면 하얀 가루가 마약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을 보던데, 실제 그렇게 하나.
"정말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다. 옛날 60∼7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조를 해 일본에 수출했다. 대단위로 거래됐기 때문에 필로폰을 찍어 먹어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마약 감시기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력이 많은 수사관의 혀끝 맛으로 필로폰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보면 다 안다. 미원인지, 소금인지, 필로폰인지, 아니면 유사품인지 보면 저도 알 수 있다. 또 대검이나 국과수에 보내서 감식의뢰하면 몇 시간만에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뭐하러 찍어 먹어보겠나."

- 찍어서 먹어보면 어느 정도까지 분석해 낼 수 있나.
"최소한 소금인지 필로폰인지는 알 수 있다. 혀 끝이 아리하다. 필로폰을 먹으면 속이 쓰린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필로폰이 결국 화학약품 아니냐. 그러나 먹어보지 않고 보기만 해도 품질까지 알 수 있다. 제조된 지 얼마 안된 것은 결정체가 예리하고 습기가 촉촉하게 많이 차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색깔이 누런색으로 변하고, 건조하고, 결정체가 닳아서 둥글둥글하다. 보면 다 알 수 있다. 필로폰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 그것까지야 알 수 없다."

- 영화에 보면 경찰관이나 수사관이 마약을 빼돌려서 매매하거나 투약하기도 하던데 실제 그런 일이 있나.
"제가 수사를 한 것도 있다. 2001년 부산지검에 근무할 때다. 자기가 압수한 것을 투약한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얻어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쇼킹'했지만, 그 뒤로 또 없지 않나. 그 사례를 가지고 문제 있다고 말할 것은 아니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음주운전, 뺑소니 차량으로 검거되는 검찰·경찰 직원은 자주 있기 때문에 그것을 뭐라고하면 할 말이 없는데, 마약사범은 정말 이례적이었다."

"조폭 내부에서도 마약하는 '동생'은 '형'한테 혼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마약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경찰 인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도 마약 수사직이 따로 있다. 우리 사무실에도 3명이 있다. 지난달 임산부가 포함된 필로폰 일당을 검거한 사건은 우리가 광명경찰서 팀과 합동 수사를 했다. 한 명씩 단발적으로는 나오는 것은 잡을 수 있는데, 수십명씩 되는 투약자는 우리 인력으로 안된다. 그래서 경찰의 협조를 받았다."

- 마약사범은 조직폭력배 등과 연계된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일본에서 적발되는 마약사범의 40∼50%는 야쿠자가 개입돼 있다. 그런데 다행인지, 우리나라는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마약사범이 거의 없는 편이다. 간간이 조폭이 개입된 경우가 있기는 한데, 조직 차원에서의 범행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의 범행이 많다. 그것도 우리 문화와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 범죄조직은 마약을 취급하면 그 조직에서 발을 붙일 수가 없다.

마약을 하면 꼭 배신을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투약하다 잡히면 자기 공범을 진술하게 되고, 자기 상선을 진술하게 된다. 마약사범은 의리도 뭣도 없는 사람들이다. 폭력 조직 입장에서 보면 마약을 취급하게 되면 '인간 말종'이 되기 때문에 놔둘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부산에 있는 '유태파'라는 폭력조직은 원래 태생이 마약 밀수나 밀매, 밀조에 가담했던 자들이 결성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마약사범으로 많이 체포된다.

조폭이 마약에 손을 데기 시작하면 1년에 압수되는 20킬로그램 수준이 아니다. 기업적으로 기획하게 되면 대단위로 거래를 시작한다. 어차피 걸리면 한 번 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반입량이 늘어날 것이고, 늘어나면 가격이 낮아지고, 남용자는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조직폭력배가 마약을 다룰 경우 처벌이 더 엄격 해지나.
"그렇다. 범죄조직 내부에서도 밑에 동생이 마약을 한다고 하면 형들이 굉장히 혼을 낸다. '이 쓰레기 같은 놈, 이런 것을 왜 하냐' 하면서 굉장히 혼낸다. 실제 조직폭력배 중에 마약으로 검거돼 오면 절대 자기가 이렇게 됐다는 것을 선배들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사정한다. 맞아 죽는다고. 조직에 가서 이게 알려지면 큰일난다고. 조직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고 까지 생각한다."

"괴력 발휘하는 마약사범... 수사관, 차에 깔리고, 칼에 찔리고"

- 마약 수사를 하다보면 위험하지 않나.
"실제 현장에서 수사하는 마약 수사관은 굉장히 위험할 때가 많다. 차에 깔리기도 하고, 칼에 찔리기도 하고…. 방도복이라고 해서 칼에 찔리지 않는 옷이 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만 입는다. 평소에는 방도복이 워낙 무겁기 때문에 그것을 입고 뛰지를 못한다. 그럼 다 놓친다. 그래서 안 입는다. 다만 집에 있는 범죄자가 칼을 들고 있을 경우에만 입고 나간다."

- 마약 사범의 검거할 때 반항을 많이 할 텐데.
"반항을 많이 하는 이유가 뭘까? 투약자라고 했을 때, 투약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소변 검사와 모발 검사다. 우리가 검거할 때 그 사람의 정확한 인적 사항을 모르고 제보를 받고 나갈 때도 많다. 검거 뒤 소변이나 모발에서 투약의 증거가 발견이 되어야만 처벌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약자로서는 일단 그 현장에서 도망가버리면 되는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설사 누군지 안다고 해도 한참 뒤에 잡혀서 '안했다'고 부인하고, 소변이나 모발에서 아무것도 안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자해하는 경우도 많다. 3층, 4층에서 막 뛰어내리거나 칼로 손목을 긋는다. 이유는 우선 피해보자는 것이다. 환자가 되면 구속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실제 구속을 못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피하거나 자해를 하는 것이다."

- 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의 반항은 더 위험할 텐데.
"위험하다. 환각 상태에서는 굉장히 힘도 세기 때문에 1대 1로는 절대 제압을 못한다. 우리는 잡는 사람이지만 본인은 도망가기 위해 생각하지 못했던 괴력이 발휘가 된다. 그러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마약 수사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 현장 위주의 수사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내 수사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그 일환이 재산몰수나 자금세탁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간접적인 마약 밀매를 해서 돈을 벌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마약의 통제정책이 아니겠나.

우리나라는 그 분야에 대한 입법은 돼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고, 노하우가 없는 편이다. 그런 것을 수사에 활용하면 현장에서 위험스럽게 뛰어가 잡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마약을 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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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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