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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20일 17개 상임위원회와 2개 상설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함으로써 17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됐지만 '나눠먹기'와 '부정선수' 선발 논란이 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는 지난 2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17개 상임위원회와 2개 상설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함으로써 17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원구성 협상에 따라 교섭단체별로 미리 내정된 각 상임위원장 및 특별위원장 후보자가 단독 입후보해 의원들의 자유투표 방식을 거쳐 선출됐다. 교섭단체들이 국회 의석수에 맞춰 나눠갖는 관행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11개, 한나라당이 8개 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월드컵 대회에 비유하면 17대 국회 후반기 2년 동안 '조별 리그전'을 펼칠 국회 대표팀 선수들의 '주장'과 '포지션'을 정한 셈이다. 주전 선수 선발권과 포지션 결정권을 가진 '감독'은 각당의 원내대표들이다. 그러나 리그전을 시작하기 전에 벌써부터 감독의 친소관계 등에 의한 나눠먹기식 포지션 결정과 출전자격이 없는 '부정선수' 선발 논란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4년 임기 정보위원 2년만에 전원 교체

지난 20일 국회 본관 6층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정보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17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전체회의에서 정보위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 등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정책질의를 펼쳤다.

그런데 이날 정보위에서는 야당 정보위원이 여당 정보위원들의 교체를 걱정하는 이색적인 광경이 벌어졌다. 정보위원의 경우 국가기밀을 다루는 위원회의 특성상 원래 임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여당이 정보위원 전원을 교체했기 때문이었다.

정형근 위원(부산 북·강서갑, 한나라당 의원)은 신기남 위원장에게 "열린우리당 소속 정보위원의 교체는 기밀유지 의무·임기보장 원칙에 반하고 또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따져물었다. 그러나 신기남 위원장은 "당내 사정상 해당 위원들이 스스로 사임한 것인만큼 위원회 차원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물론 본인의 희망과 교섭단체의 사정에 따라 유임할 수는 있다. 그런데 정보위원회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의원의 임기동안 재임한다"고 돼 있다. 즉 해당위원 본인이 사임하지 않는 한 4년 임기를 유지한다는 얘기이다. 민감한 국가기밀을 다루는 정보위의 특성을 감안한 예외조항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 소회의실에서 상임분과위 별로 가진 회의에서 다른 상임위와 달리 정보위원회는 전반기 소속 위원들을 전원 교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조일현(간사)·문희상·원혜영·박명광·선병렬 의원 등 5명을 새로 선임하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당연직 위원인 김한길 의원은 유임되었다.

문제는 17대 국회 전반기 정보위에 '국정원 개혁소위'(임종인 위원장)를 구성해 개혁법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등 국정원 개혁논의를 주도한 임종인·최재천 의원 등이 교체됨에 따라 국정원 개혁은 물건너 가게 된 점이다. 신기남 정보위원장조차도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인수인계'를 잘 받도록 해 올해 안에 국정원 개혁의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주전선수 교체'로 인한 차질을 걱정했다.

▲ 민감한 국가기밀을 다루는 정보위는 특성상 상임위원의 임기 4년이 보장된다. 국회 정보위의 국정감사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인기없는 법사위 가면 정보위·예결특위 '겸임 당근'

그렇다면 야당 정보위원이 여당 정보위원들의 교체를 걱정하는 이런 일이 왜 벌어진 것일까. 인기 및 기피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경합과 신경전 때문이다. 상임위는 해당 부처의 예산 심사권을 갖고, 축구경기의 심판에 해당하는 위원장은 사회권과 조정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17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 갈 19개 상임위·특위 위원장을 선출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그 전날 위원장을 결정한 것과 달리, 열린우리당은 자리를 놓고 진통을 겪다가 이날 본회의 시작 4시간 전에야 가까스로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그 때문에 원구성을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집권당이자 원내 1당인 열린우리당에서는 중진의원이 특정 상임위원장을 고집하며 '탈당' 엄포를 놓는가 하면, 한 의원은 특정 상임위를 못 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3∼4개 위원장 인선이 연쇄 혼선을 빚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20일 언론에 자당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표를 배포했으나 일부 의원이 버티다가 결국은 바뀌는 바람에 21일 수정한 상임위 배정표를 다시 배포했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할 때도 의원들이 법안처리와 몸싸움 등 '할 일'이 많은 법사위 배정을 기피하자 일부 법사위 '자원자'에게 정보위원을 겸임하는 '특전'을 제공하되 정보위원 임기를 2년으로 하기로 한 '내부 룰'을 정해 합의한 바 있다. 여당 정보위원 전원 교체는 이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도 열린우리당은 초선인 선병렬 의원 등 일부 위원들을 법안처리 업무가 많아 '기피 1순위'인 법사위에 강제 배정하는 대신에 정보위에 겸임 배정하는 '당근'을 제공했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 지망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선 의원뿐만 아니라 법사위에 배정된 의원들은 거의 모두 그 대가로 지역예산을 따기에 좋은 예산결산특위 위원 겸직이라는 '특전'을 받았다.

통외통위·정보위는 1년짜리 상임위원장

변호사인 이종걸 의원은 예산결산특위 간사를 맡았다. 역시 변호사인 문병호·이상경·이상민 의원도 예결특위 위원을 겸직했다. 역시 변호사인 임종인 의원은 법사위 배정에 반대해 '농성'까지 벌였지만 법사위 배정을 피할 수는 없었으나 역시 예결특위 위원을 겸직했다.

법사위 간사는 문병호 의원과 이상경 의원 중에서 맡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어부지리'로 김동철 의원이 맡았다. 율사는 아니지만 법대 출신임이 감안되었다고 한다. 법사위에 강제 배정된 율사 출신들은 1년만 활동한 뒤 교체한다는 '내부 룰'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이런 '내부 룰'은 다른 상임위에도 공공연하게 적용되었다. 간사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합한 문화관광위의 경우, 김재홍 의원은 내년 3월까지만 맡고 그 이후는 정청래 의원이 맡기로 '나눠먹기 룰'이 정해졌다.

이런 기형적인 편법 배정은 상임위원장 선출에도 적용되었다. 3선인 김원웅 의원은 2년 전 전반기 윤리특위 위원장을 맡는 대신 당시 천정배 원내대표로부터 '약조'를 받았다는 이유로 통외통위 위원장에 배정하되 1년만 맡기로 했다.

역시 3선인 신기남 의원은 정보위 임기는 4년이지만 2년만 하기로 정한 '내부 룰'과 위원장 임기가 1년밖에 안된 사정을 고려해 역시 1년만 더 맡기로 했다. 상임위원장을 축구경기의 심판에 비유하면 경기가 한창 진행중인데 심판이 중간에 떠나게 생겼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0일 의원총회에서 상임위 배정과 관련, "원내지도부가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의견수렴 및 협의과정을 거쳤고, 각 의원들의 동의나 수용절차를 거쳤다"면서 "상임위 배정 원칙은 순환보직과 전문성 고려였다"고 밝혔다.

▲ 법사위는 여야가 추진하는 쟁점법안을 둘러싼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는 '전투적 상임위'라서 법률지식은 물론 몸싸움(?)에 능한 의원들이 배정된다. 사진은 지난 2004년 12월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한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법사위의 경우 여당 몫 정원(8명)이 채워지지 않아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자원'해 수를 채웠다. 알다시피 법사위는 일이 많은 데다, 지난해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국회법 개정으로 법사위원들이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기피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에 선임된 안상수 의원(경기 의왕·과천, 한나라당)부터가 취임 일성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법사위에 와주신 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해 법안처리 안건이 많은 법사위는 여전히 기피 상임위임을 짐작케 했다.

법사위는 법무부와 법원의 사법행정 등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모든 법률안의 심사를 맡기 때문에 상당한 법률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또 지난해 사립학교법 재정 파문 등에서 보듯, 여야가 추진하는 쟁점법안을 둘러싼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는 '전투적 상임위'이기에 각당은 이론뿐만 아니라 '몸싸움'에 능한 의원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는 '나눠먹기' 배정으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옐로카드' 받은 부정선수 배정

열린우리당의 포지션 배정이 '나눠먹기'식이라면 한나라당은 출전 자격 미비 혐의로 '옐로카드'를 받은 부정 혐의 선수를 배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친인척으로부터 명품 모피코트 등 14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박성범 의원(서울 중구)과 군수 출마 희망자에게서 전세보증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회부된 판사 출신의 김명주 의원(경남 통영·고성)이 그들이다.

법원과 검찰 일각에서는 5·31 지방선거 전에 관련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에 계류중인 의원들을 법사위에 배정한 것에 대해 '부정선수 출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가 법원검찰과 관련된 법률안들을 심의할 경우 법원·검찰이 이들 의원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은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를 포함해 각 포지션별로 배치된 선수들과 심판들이 2년 내내 열심히 뛰는지, 아니면 골대 앞에서만 서성대는지를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 다음은 17대 국회 대표팀 후반전을 담당하는 각조별 리그 심판(상임위원장 및 특별위원장) 명단이다(우 = 열린우리당, 한 = 한나라당)

▲운영위원장 김한길(우) ▲법제사법위원장 안상수(한) ▲정무위원장 박병석(우) ▲재정경제위원장 정의화(한) ▲통일외교통상위원장 김원웅(우) ▲국방위원장 김성곤(우) ▲행정자치위원장 유인태(우) ▲교육위원장 권철현(한) ▲과기정위원장 임인배(한) ▲문광위원장 조배숙(우) ▲농림해양수산위원장 권오을(한) ▲산업자원위원장 이윤성(한) ▲보건복지위원장 김태홍(우) ▲환경노동위원장 홍준표(한) ▲건교위원장 이호웅(우) ▲정보위원장 신기남(우) ▲여성가족위원장 문 희(한) ▲예결특위원장 이강래(우) ▲윤리특위원장 = 김명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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