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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포경위원회 총회 개막에 앞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환경운동연합 회원들
ⓒ 환경운동연합 박종학
고래를 계속 보호할 것인가, 다시 잡을 것인가. 이를 두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던 국제포경위원회(IWC) 제58차 연례총회가 20일(한국시각 21일 오전)에 마무리됐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 개최된 이 회의에는 70개 회원국가 가운데 66개 나라 대표가 참여해 닷새 동안 열띤 설전을 벌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20년 만에 최초로 포경 찬성 국가들의 주장이 관철됐다. '상업적인 고래잡이를 더 이상 금지시킬 필요가 없다'는 '세인트키츠네비스 선언'이 채택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이 선언의 요지는 1986년부터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금지되면서 고래가 보호받아 많은 종의 고래 숫자가 늘어났고 이들이 엄청난 양의 어족 자원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들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다시 고래를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투표 결과, 이 선언은 찬성 33, 반대 32, 기권 1로 채택됐다.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다시 시작되기 위해서는 참여한 회원국의 4분의 3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세인트키츠네비스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에 그칠 뿐이다. 구속력이 있는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고래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던 나라와 환경단체들에게는 충격이다.

과학 조사를 가장한 일본의 고래잡이

▲ 남극해에서 고래를 잡고있는 일본의 포경선
ⓒ Greenpeace
일본은 1986년부터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중단되자, 그 이듬해부터 고래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를 구실로 내세우며 남극해에서 고래잡이를 시작했다.
지난 시즌(남반구의 여름인 2005년 12월~2006년 1월)에 863마리의 남반구 밍크고래를 남극해에서 잡았으며, 지금도 네 척의 포경선단을 북서태평양에 보내 260마리의 고래를 더 잡고 있는 중이다.

고래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해 해마다 1100마리가 넘는 고래를 잡고 있는데, 잡힌 고래들은 냉동선으로 일본까지 운반되어 결국엔 일본 사람들의 식탁에서 소비된다.

일본은 고래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남극해에서 850여 마리의 남반구밍크고래를 잡는 것 외에도 멸종위기에 처한 참고래 10마리와 혹등고래 50마리도 추가로 포획할 예정이다.

아이슬란드도 과학 조사 목적으로 고래잡이를 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국제포경규제협약을 공공연히 어기면서 고래를 잡고 있다.

그 결과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금지된 지난 20년 동안 2만5000마리가 넘는 고래가 희생됐다. 사실 이들은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아무리 '고래 보호'를 결의하더라도 이미 상업적인 고래잡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가난한 나라를 돈으로 매수하기도

▲ 고래 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그린피스
ⓒ Greenpeace
과학조사 목적의 고래잡이에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일본을 비롯한 포경 찬성국가들은 자신들에 동조하는 나라들을 국제포경위원회에 참여시켜 자신들의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연하게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아시아 등지의 가난한 나라들에게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이들을 회의에 끌어들여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어왔다.

이렇게 매수한 나라만 20여개국에 이른다. 이번 회의에는 캄보디아와 마샬군도, 말리, 감비아, 토고 등이 처음으로 참가해 일본 편을 들었다. 이번 회의 개최국인 세인트키츠네비스와 앤티가바부다, 나우루, 팔라우,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스, 수리남, 투발루 등 이름조차 생소하고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나라들이 수두룩하다.

몽골이나 말리처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국가도 고래잡이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최근에도 일본 정부 대표는 회의에서 일본 측 의견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제회의장을 돈으로 더럽히는 파렴치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이러한 일본의 추악한 행위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엄중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고래가 다시는 멸종이나 대량 학살의 위협에 처하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http://kfe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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