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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 전 여름휴가 때,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동서남북 네 개의 꼭짓점을 연결하는 여행을 하고 싶어 집을 훌쩍 떠난 적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거제도를 출발하여 목포, 강화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부산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전국일주 코스였다. 그런데 목포를 지나 강화도에서 서울을 거쳐 강원도로 향하는데 광복절 연휴를 맞아 피서 나온 차량으로 인하여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부득이 다른 길을 택하여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운무에 휩싸인 거제도 해금강(海金剛)
ⓒ 정도길
지난 5월말, 업무 차 강원도 고성으로의 긴 여행길에 올랐다. 문득, 3년 전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그 때의 아쉬움이 그렇도록 크게 남아서일까? 새벽 네 시, 밤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설 잠을 자고서 출장 가방을 들고 차에 올랐다. 주행거리를 알아보고자 거리 적산계를 제로에 맞추고 출발했다. 희뿌연 안개가 새벽마당에 내려앉고 도로는 축축하다. 먼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된 기분이다. 마산에서 동료 세 명을 더 태우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역시 여행길은 뽕짝음악이 최고인 것 같다. 혹시나 동승한 동료가 좋아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물어 보았으나, 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다들 좋다고 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차도 덩달아 춤을 추는 것만 같다. 55번 고속국도변에 위치한 치악휴게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치악산 주능선이 보인다.

젊은 나이, 힘들게 군 생활을 했던 수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65번 고속국도 종점인 현남요금소를 나와 7번 국도로 접어드니 동해안의 푸른 바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장시간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풀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두 번의 휴식으로 일차 목적지인 속초에 도착했다. 600㎞에 여섯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에는 주황색 지붕의 아름다운 집들이 그림처럼 보인다.
ⓒ 정도길
고성으로 향하는 길은 분위기부터 사뭇 달랐다. 26년 전 군 생활을 원주에서 근무했고, 당시 강원도 전역을 돌아다녀야만 하는 보직을 맡았기에, 동해안 바닷가로 펼쳐지는 풍광은 현대식 건물만 몇 개 달라 보였을 뿐, 그 옛날이나 별반 다름이 없어 보였다. 아직도 바닷가에 쳐져 있는 철조망은 그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아무런 변화도 없이 동해안 바다를 감시하는 듯 하다.

동해안 해수욕장은 모래만 있는 게 아니다. 언제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지, 잘 생긴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풍치를 한층 더하고 있다. 아마도 몇 십 년이 지나면 아름드리 큰 소나무와 깨끗한 모래와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되어 동해안을 널리 알릴 것이 틀림없을 것만 같다. 분재로만 보아 오던 소나무의 고고함과 잘 생긴 모습은 동해안 도로변 산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 동해안 바닷가에 조성된 소나무 숲이 모내기 한 논 뒤쪽으로 보인다.
ⓒ 정도길

▲ 최북단 대진항.
ⓒ 정도길
통일전망대를 가기 위해 출입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몇 분 지나자 ‘여기서부터 민통선입니다’라는 아치형 간판이 보인다. 헌병들이 검문하는 모습을 보니 느낌이 다르다. 신분을 확인하고 민통선을 통과하니 적막한 느낌과 함께 긴장감이 감도는 것 같다. 저 멀리 해안선 철책으로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지만 바다는 평온한 모습이다. 민통선 안에서도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나만 긴장한 탓일까? 조금 더 지나니 남북교류사업의 일환인 철도건설 작업이 한창이다.

▲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도로에는 아직도 보안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조국 분단의 아픔을 인식시켜주고 있다.
ⓒ 정도길
부산시 중구에서 함경북도 온성군 유덕면까지 이르는 7번국도. 남한의 길이만 하여도 505.9㎞로서, 북한까지 합치면 120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몇 번째 안에 드는 긴 도로이다. 도로의 약 90%를 동해안 바닷가를 조망하며 우리나라 최북단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의 마지막 지점. 차는 더 이상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갈 수 없다. 달리는 차도 없다. 더 이상 길 안내가 필요 없는 도로변에 홀로 서 있는 녹색표지판.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통일전망대의 낮과는 달리 밤새 북녘을 바라보며 홀로 서 있을 그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

▲ 7번국도 남한지역의 마지막 지점. 자동차는 언제쯤 북한의 종점까지 갈 수 있을까?
ⓒ 정도길
통일전망대, 조국 단절의 아픔을 기억하고 통일염원을 담은 곳으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 해발 70미터 고지위에 있다. 일반여행객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대부분으로 대형버스가 주차장을 거의 차지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녘의 하늘과 땅과 바다. 모두 고요하다. 남한의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왜 다르게 보였고, 보일까? 자연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달라서일까? 혼란스런 마음으로 한 동안 북녘의 곳곳을 침묵으로 응시한 채 바라본다.

▲ 통일전망대. 오유월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북적인다.
ⓒ 정도길
해금강(海金剛), 바다의 금강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남해바다에 떠 있는 명승 2호 해금강과 북녘의 땅 동해바다 떠 있는 해금강.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불과 5㎞ 앞으로 펼쳐진 바다가 북한의 해금강이다. 푸른 바다가 닮았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모습이 흡사하다. 형제라고 이름을 붙여 줄까? 유람선을 타고 이름 모를 작은 섬을 돌며 해금강의 바닷물에 손을 적시면서, 바다 속을 구경하고 싶다.

▲ 북한의 해금강. 깨끗한 모래사장,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지?
ⓒ 정도길

▲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한의 바다.
ⓒ 정도길
금강산을 육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날은 1년에 고작 백일에 불과하다는 안내원의 설명이다. 행운인지, 금강산의 신선대와 옥녀봉 등 바다의 만물상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고 그 아래로는 조국분단의 아픔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철책선과 비무장지대,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관광의 길을 볼 수 있어서 통일의 염원을 다시 한 번 새기게 한다. 아! 그리운 금강산이여! 언제쯤이나 아름다운 해금강과 금강산을 내 집 드나 들 듯 구경할 수 있을는지?

▲ 낮과 밤이 없이 북녘을 바라보며 무슨 염원을 빌고 있을까?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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