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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의 한강 투신 사망으로 검찰의 '피의자 자살 행렬'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현대차로부터 그랜저XG를 할인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박 전 국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재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박 전 국장의 자살 소식을 접하는 검찰의 표정은 당혹스럽다. 참여정부 들어 검찰 조사를 받던 고위급 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몇 개월마다 한번씩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조사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 본인과 유족에게 검찰 입장에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힌 것도 내부의 당혹감을 드러내는 말이다.

실제로 검찰 조사에 대한 부담으로 피의자가 자살한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1일에는 '윤상림게이트'에 연루된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 강희도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강 경위는 유서를 통해 "검사 없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남겨 검·경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강 경위가 죽음으로 지키려 했고, 스스로도 결백을 주장한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은 4500만원 뇌물수수 혐의로 끝내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이수일 전 호남대 총장(전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이 관사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 전 총장은 재직 당시 '도청 사건'에 연루돼 검찰에 3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뒤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 및 국정원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에 대한 자책감과 향후 재판에서 증언하게 될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전 총장의 '자살 배경'을 밝혔다.

재작년인 2004년 6월 4일에는 이준원 전 파주시장이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사건도 일어났다. 이 전 시장은 파주시 관내 한 전문대학 설립 과정에서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었다. 당시 운전기사 이원범씨가 이 전 시장을 구하러 강물에 뛰어들어 함께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같은 해 2월, 3월, 4월에는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등 고위급 인사들의 자살이 차례로 이어져 정계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그해 2월 부산구치소에서 입고 있던 속옷을 찢어 만든 끈으로 선풍기에 목을 매 자살했다. 안 전 시장은 부산지역 여객회사인 동성여객으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안 전 시장의 자살 소식은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한나라당은 "공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에게 인사청탁을 대가로 3000만원을 건넸다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남 전 사장이 한강에 뛰어들기 하루 전인 2004년 3월 10일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이 이제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남 전 사장을 직접 겨냥해 비판한 것이다. 충격을 받은 남 전 사장은 다음날인 11일 한남대교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한달 뒤인 4월에는 박태영 전 전남지사가 역시 반포대교에서 자살했다. 박 전 지사는 건강보험공단 인사 및 납품 비리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2003년 8월에는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서울 계동 사옥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대북송금과 관련한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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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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