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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에 입원중인 인도네시아인 수마르노는 병원측으로부터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난 3월 24일 이후 결핵에 의한 심막염으로 추정되는 질병 치료를 받아 왔던 그에게 중간진료비 계산서가 청구되었는데, 거의 3천만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병상에 누워있는 수마르노
ⓒ 고기복
수마르노는 진료비 청구액이 많다는 데 처음 놀랐고, 두 번째는 자신이 직장의보 자격 상실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수마르노는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2005년 7월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하여 경기도 시흥시 소재의 삼○○○에서 근무를 하였다. 최초 근무업체에서는 입사 후 8개월을 근무하였는데, 근무기간 중 회사 경영사정이 좋지 않아 일일 4시간여만 근무하는 날이 많았고, 그로 인해 월 급여가 40만원 이하일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자 수마르노는 회사측에 퇴사 의사를 밝혔고, 회사측에서는 올 3월에야 어렵게 근무처변경을 허락하였다. 이 와중에 수마르노는 직장의보를 상실하였다.

당시 수마르노는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근무처 변경을 하였는데, 고용안정센터에서 알선해 주었던 업체에서 근무 4일째 되던 날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고, 국내에 특별한 연고가 없던 수마르노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입원 당시 대사관측에서는 아주대병원측에 입원진료비 일체를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었으나,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환자가 전화를 하면 받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 담당자에 의하면, 대사관측에서는 수마르노가 비용이 많이 드는 한국에서 치료받지 말고 귀국해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고 있는 반면, 담당 의료진(내과 박세준)은 환자를 현 상태에서 귀국시킬 수 없으며, 가급적 빨리 치료를 하여 안정시킨 후 귀국시켜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사실상 수마르노는 심장을 둘러싼 막으로 된 주머니인 심막에 염증이 생기는 심막염으로 응급실에 들어왔지만, 그 후 식도나 기도 등에 구멍이 생기면서 발병하면 치사율이 75퍼센트에 이른다는 급성 종격동염을 앓아 수술을 받았고, 애초 문제가 됐던 심막증의 경우는 심막의 염증이 심장을 누르고 있어서 심장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로 인해 상황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에는 심장 압전 등으로 급사할 위험이 있어 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심막 제거술’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수마르노가 수술을 진행할 수 없는 이유는 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초근무업체에 연락해 본 결과, 이미 근무처를 변경한 사람이고 딱한 형편은 알지만 업체 형편도 어려워 달리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하고, 애초 도와준다고 했던 대사관에서도 도와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듯하자, 수마르노는 막막함에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건강공단에서, 직장의보를 상실한 외국인의 경우 3개월치를 선납하면 지역의보 가입을 허락하고 있어서, 소급하여 보험 적용을 받아 진료비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 와서 돈도 벌지 못하고, 건강도 잃고, 의지하고자 했던 자국 대사관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한 수마르노가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중간 진료비 청구 금액
ⓒ 고기복

덧붙이는 글 | 도움주실 분은 아주대사회사업팀 031-219-4747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지역의보 신청을 하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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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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