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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기사가 원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는 길 중간쯤에 있는 식당에 선다. 이거 혹시 바가지 쓰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주방장인지 사장인지하고 친한 듯하니 더 불안해진다.

거기다 메뉴판도 없다. 이런 이런! 결국 가격을 다 물어서 확인한 후에 시켰다. 사천요리의 간판격인 어향육사(魚香肉絲·8위안), 산채육(酸菜肉·8위안), 배추탕(白菜湯·4위안), 죽순(竹筍·4위안), 옥하화(玉荷花·위안) 밥 두 그릇해서 31위안이 나왔는데 30위안만 받는다. 비싼 집은 아니다. 그러나 맛이 별로라 문제였다(가급적 식사는 같이 하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비용부담은 해야합니다. 정 경제적 문제가 있으면 위의 메뉴 절반만 드셔도 됩니다).

밥 먹고 뭐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식당 위층에 있는 주인집에서 쉬란다. 기사는 곧 코를 골고 잠에 빠지고, 낮잠 습관없는 한국사람인 나는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해본다.

잠깐 잤나?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안됐다. 기사가 깰 때까지 무료하게 앉아 있다가 깨어나자마자 길을 재촉했다.

뭐라고 항의(?)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이 사람 사투리는 정도가 넘었다. 가뜩이나 보통화도 띄엄띄엄 알아듣는 사람한데, 사투리는…(낮에는 태양광선이 머리 위에 있어서 별로 좋은 사진이 안나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중국사람들은 낮잠 자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곳 기사들은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기 때문에 점심 때엔 서너시간은 같이 쉬거나 낮잠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잠이 습관이 없는 분은 원양으로 돌아가셔서 원양현초대소 아랫길에 있는 현지 시장에서 소수민족 촬영을 권합니다).

▲ '늙은 호랑이 주둥이'가는 길. 상단 중간에 모내기 준비하시는 분이 보이실 겁니다.
ⓒ 최광식
한 30~ 40분 걸려 맹품(猛品, meng3pin3, měngpǐn) 도착! 현지인들이 '늙은 호랑이 주둥이(老虎嘴, lao3hu3zui3, lǎohǔzuǐ)'라고 부르는 장소다. 비탈논 중에서 제일 장관이라고 한다.

오후 3시도 안돼 도착했는데 할 일이 없다. 시간 좀 때울까 해서 '이족'이라는 기사하고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진전이 없다. 나보고 민속촌 구경하라고 한다. 시간이 더 돼야 비탈논이 볼만하다고.

1시간정도 좁은 오토바이 3륜에서 뭉그적거리다 '늙은 호랑이 주둥이'가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앉아 느긋하게 '늙은 호랑이'를 지켜봤다. 중국인 단체객들이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몇 차례 사라지고 나니 드디어 해가 원하는 방향을 비춘다.

▲ 3월 7일 오후 5시 1분에 촬영.
ⓒ 최광식

▲ 3월 7일 오후 5시 2분 촬영. 이 지역은 정서방향입니다. 원양은 북회귀선이 있는 곳이니 나침판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 최광식

▲ 여기 있으면 온갖 종류의 사진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
ⓒ 최광식
사진관에서 몇 번 본 듯한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온 사진사 한 분도 일행의 재촉에 쫓겨 10여분동안 찍고는 길을 떠난다. 혼자 올 걸 하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사진사가 떠나자마자 '늙은 호랑이'는 구름을 만난 용 마냥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 3월 7일 오후 5시21분 촬영.
ⓒ 최광식

▲ 3월 7일 오후 5시 22분 촬영. '늙은 호랑이 주둥이' 최적의 촬영시간은 오후 4시 30분~ 5시 30분 사이입니다. 원양에서는 3시 정도에 출발하시면 적당합니다(오토바이 3륜일 경우).
ⓒ 최광식
또 다른 사진사 한 분이 와서 제일 명당자리인 내가 앉은자리 앞쪽에서 부산하게 움직인다. 동네 꼬마들이 와서는 "공부하는데 필요한 노트나 볼펜 사게 돈 좀 주세요!"라고 합창한다.

이 사진사는 성(省)에서 이 지역 선생님들 교육시키러 온 교육담당이라고 하는데도 어린 꼬마들이 인정할 권위는 아니기에 합창소리는 더욱 커진다.

아까 나한테도 달라붙어서 "못 알아들어!(听不懂, ting1budong3, tīng‧budǒng)"를 연신 외친 나에게서도 피같은 비상식량인 '고독은 초콜릿보다도 감미롭다'인가 뭔가 하던 초콜릿을 강탈(?)해 가지 않았던가?

'교육담당 사진사'는 크나큰 실수를 한다. "없어!"라고 해야 할 상황에 "나중에 주께!"라는 대답을 한다. 꼬마들에게는 10분도 긴 시간. "인색해!", "'째째해!"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뒤에서 상황을 즐기고 있는 나는 꼬마들이 '교육담당 사진사'의 삼각대라도 건드릴까봐 조마조마하다.

30분 동안 온갖 악다구니(?)를 쏟아내던 아이들은 2위안인가 하는 거액을 강탈한 후 다시 다른 표적으로 이동한다.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우리 찍으면 돈 내세요" "우리가 춤 출테니 돈주세요" 등 거기에 저 아래 좋은 포인트로 안내해주겠다는 소녀에 아가씨, 아줌마들까지. 누구 잘못일까? 저들이 저렇게 된 이유는. 순박했을 아이들까지 돈, 돈 하게 만든 건 여기를 방문해서 돈으로 유혹했을 이 전의 관광객들 아니었을까? 착잡함과 별개로 '늙은 호랑이'는 갖은 모양새로 춤을 춘다.

▲ 3월 7일 오후 5시 23분 촬영.
ⓒ 최광식

▲ 비탈논이 마치 햇빛에 녹아내리는 듯하다.
ⓒ 최광식

▲ 3월 7일 오후 5시 37분 촬영. 산이 높아서 해가 일찍 떨어집니다.
ⓒ 최광식
주위의 산이 높아 오후 5시쯤 되니 긴 햇살이 발아래 닿는다. 이번에 몰려온 관광객들은 놀랍게 한국인 단체다. 제법 무거운 사진기를 든 총각 하나도 단체중 한 명이다. 와서 짧디 짧은 촬영을 하고 아쉬운 표정이 사진기처럼 무겁게 남는다. 그러게 사진 찍으러 온 것이 목적이면 패키지 따라다니면 안되지요. 맞춤여행이라면 몰라도.

아마 관광상품 만들고 처음 따라 온 듯한 여행사 사장님의 좌충우돌을 보고 있자니 민망해진다. 나 같은 배낭객이 기피대상 1호라는 걸 피부로 느낀 듯하다.

"이런 오지까지 어떻게 왔나요?"

여행객 중 나이 드신 노인 한 분이 묻는다. 아마 '오지'라고 주입 받은 듯하다.

"예? 이런 데도 오지인가요?"(무슨 오지를 관광버스타고 오나?)

내일은 민속촌 가서 돈내고 3천층 비탈논을 본다고 한다. 이런이런! 기사에게 물어봤다. 이 근처 돈 내고 보는 3천 뭐라는 것이 있냐고. 당연히 모른다는 대답! 3천층이라는 건 그냥 이 지역 비탈논을 관용적으로 부르는 말인데 아마 그렇게 또 세뇌 당한 듯.

오후 5시 30분 정도 되니 해가 서산에 넘어간다. 오토바이 3륜 타고 원양으로 귀환 한 시간정도 걸린 듯.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전조등도 안 키고 가길래 제발 켜고 가라고 애원했다.

100위안 지불. 내일 일은 내일 일어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식사하러 갔다. 식사 중에 왕 선생님과 상해에서 온 사진사 둘 등장. 같이 거나하게 한잔했다. 상해에서 온 사진사 두 분은 2주전부터 왔는데 날씨가 궂어서 좋은 사진 별로 못 건졌다고.

엊그제 온 왕 선생님이 나보고 운이 좋다고 한다. 운이 아니라 일기예보를 봤다고 하니 마구 웃는다. 내가 '날씨운'이 워낙 없는 사람이라 이번에는 제대로 좀 보려고 일기예보를 보고 일정을 많이 조정한 건데(한국인 사진사 한 명도 2주 동안 2번이나 원양에 왔는데 날씨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기예보는 미리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www.weathercn.com/forecast/citydetail.jsp?sta_id=56976로 가면 5일 후의 원양 날씨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오늘 못 본 용수패(龍樹壩, 龙树坝, lóngshùbà)를 보기로 결정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 와 뚜벅이배낭여행(www.jalingobi.co.kr)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실 여행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자병음을 표기했습니다. 발음 뒤 '숫자'는 성조를 표시한 겁니다. 1은 높은 소리, 2는 올라가는 소리, 3은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소리, 4는 짧게 내지르는 소리입니다. 

1위안(元)은 2006년 3월 사는 기준으로 약 130원 정도입니다.

제가 찍은 인물사진은 모두 동의를 얻은 하에 찍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진은 제가 2년 전에 산 510만화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카메라에 있는 기능외에는 어떠한 조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혹, 제 짧은 사진으로 원양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오해하신 분이 계시다면 
travelguide.sunnychina.com/travelguide_image_6484_11776_1.html 
이나 news.yninfo.com/yunnan/qita/2005/4/1112951347_2/에 있는 사진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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