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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장이
요 몇 일간 부모자격을 따기 위해 시험을 치렀다. 아침 조회 시간에 담임(저자)인 한효석 선생님으로부터 ‘부모자격 시험문제를 풀어야 하는 까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시험에 돌입했다.

시험은 장장 6시간짜리. 이미 오래전 부모자격을 얻었는데 뒤늦게 무슨 시험이냐고 아내는 눈을 흘긴다. 그러면서도 이내 시험 감독처럼 옆에 서서 1교시 생활탐구영역을 함께 풀어간다.

부모자격에 대한 시험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합격률은 얼마나 될까. 발칙한 상상이다. 대부분이 과락을 면치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해진 시험문제의 답처럼 정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험이 있다면 일정정도 자녀 기르는데 많은 영향과 변화를 주지 않을까.

1교시 시험문제를 훑어본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문제로 엮었다. 답이 알쏭달쏭한 5번 문제를 짚어본다. 독자 여러분도 한번 풀어 보시라.

‘이번에 다른 곳으로 멀리 다녀오면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옵니다. 당신의 자녀는 중고생으로 사춘기와 입시 준비 등 아주 예민한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파견근무를 포기한다 ②가족을 다 데리고 간다 ③내가 먼저가고 얼마 뒤 가족을 부른다 ④친구나 친척에게 가족을 부탁한다 ⑤소식을 자주 전하거나 집에 자주 온다 ⑥상의하여 결정한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몇 번을 정답으로 고르시겠는가. 한 선생님은 ⑥번을 정답이라고 했다. 가족들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장 현명한 의사결정이라는 해답 설명과 함께.

승진도 좋지만 헤어지지 않는 방법을 찾거나 헤어졌을 때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가족간 상의를 통해 찾는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답이란 표현은 적합치 않다. 가정마다 상황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 모범답안 정도로 참고할 순 있겠다.

시험은 2교시부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절대화두인 자녀들의 학교와 교육 문제(3교시)를 다루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이를 왜 학교에 보냅니까’라는 첫 문제부터 답안 작성을 주춤거리게 만든다. 다행이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객관식 답이 있기 망정이지 주관식 문제였다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고민의 근본 이유는 교육은 학교 이전에 가정이 먼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치(1746~1827)는 ‘가정은 도덕상의 학교’라고 정의하며 인성교육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가족집단에서 어머니와 자녀의 인격관계를 중요시하고 모든 교육의 기저라고 했다.

일평생 교육에 헌신한 그가 가정을 교육의 맨 꼭대기에 위치시킨 것은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면 자연히 시민으로서의 자질이 높아지고 국민으로서의 자각이 강화돼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정신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학교에 왜 보내는지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주저하는 수험생 부모는 가정교육을 먼저 되돌아 봄직하다.

위기탐구영역을 다루는 4교시에서는 2차 성징의 외적표현인 이성문제, 학교폭력, 음주, 음란물 등에 대한 부모들의 시각을 조심스레 묻고 5교시 대화탐구영역 시험에서는 아이들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한다. 이 영역에서는 권위적인 부모의 역할대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입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합격률(?)이 높다.

마지막 시험으로 미래탐구영역에서는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부모세대의 고정관념을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자식의 직업으로 부모의 귀천을 보상 받으려는 보상심리를 접도록 도와주는데, 예를 들어 아이가 사회적 지식도 낮고 보수도 형편없는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할 때 부모들의 가치판단 기준을 묻는다. 자신의 가치 기준으로 남을, 특히 자식을 재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저자 한효석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경기도에서 20여 년 간 국어교사로 근무하다가 2001년 2월 퇴직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 여월동에 보리밥집을 차려 아내와 꾸려나가며 부천교육연대 편집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과 보호자가 함께 숙박하는 교육관 건립을 꿈꾸며 사는 그가 쓴 책으로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 <너무나도 쉬운 논술> 등이 있다. 누리집 www.pipls.co.kr

6교시 시험을 마치면 마치 아이에게 더 없이 좋은 부모, 아니 그 이상의 성인군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아이의 행동이 정답과 다른 방향으로 나오면 어느새 야수(?)로 돌변하는 우리네 부모들. 비난할 수도, 비난 받을 이유도 없다.

이것이 우리의 가정과 교육의 현실이니까. 다만 <부모자격시험문제>를 통해 끊임없이 복습하고 예습한다면 ‘야수의 성질’을 조금은 버리지 않을까? 저자 역시 성인군자형 부모보다는 대화하는 부모를 원했으리라. 결과적으로 기자는 간신히 자격은 있는듯 한데, 자신이 없다는 채점결과가 나왔다. 분발하라는 내면의 채점인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쏠쏠한 재미는 시험이 끝날 때 마다 덤으로 주어지는 정보에 있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환경캠프, 문화유적답사, 체험학습에 관한 정보며, 전국의 대안학교, 홈스쿨링, 계절학교 목록, 지역별 청소년 상담기관, 독서지도, 독서토론, 독서치료에 대한 유용한 사이트를 총망라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알라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 : 한효석(부천교육연대 편집국장)
펴낸곳 : 옹기장이 
펴낸날 : 2006. 3. 20
쪽 수 : 248쪽 
책 값 : 9800원


부모자격시험문제 - 우리 아이 마음을 알 수 있는

한효석 지음, 홍승우 그림, 옹기장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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