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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회사를 하는 한민족문화학회 정달영 교수
ⓒ 김영조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된 한류는 일본을 거쳐 중국을 비롯 베트남 등 동남아에까지 번지고 있고, 일부 배우와 가수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뒤꼍에 한류는 이제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 까닭은 뿌리가 없고, 제대로 된 콘텐츠가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문화의 콘텐츠 개발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한민족문화학회(회장 정달영 교수)는 지난 4월 15일 늦은 2시부터 ‘한민족문화 콘텐츠의 지평’이란 제목으로 창립 11돌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술대회 머리에 한민족문화학회 회장 정달영 교수는 “오늘 열리는 우리의 학술 발표회를 통하여, 한민족문화 콘텐츠의 정체성과 그 유형 및 문제점 등을 살펴보는 일은 의의가 있다. 그럼으로써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일고 있는 새로운 문화현상으로서의 ‘한류의 열풍’에 대한 잠재력과 그 비전을 체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첫 발표는 ‘인문학적 문화콘텐츠와 인력양성’이란 제목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노현 연구교수가 맡았다. 그는 문화상품 콘텐츠 상품 주기가 짧아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소재가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에 문화콘텐츠 3각 체계의 한 축인 창안자 요소를 잘 육성해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구체적인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정부는 기존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후원과 동일한 근거에 따라 이들을 후원하는 문화예술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자체 내에 이들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해주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 학계에서는 문화콘텐츠산업을 위한 창의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새로운 인력의 공급을 담당하는 한편, 인문콘텐츠와 같은 창의성을 자극하는 자극제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 ‘인문학적 문화콘텐츠와 인력양성’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노현 연구교수(왼쪽)와 토론자 한국체대 이재원
ⓒ 김영조
이에 토론자로 나선 한국체대 이재원 교수는 “창의적 체계 모델을 검토한 뒤 3각체계도를 제시한 점, 현실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호평한다”면서 ‘문화콘텐츠 3각 체계도’에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어서 서강대 이재홍 교수가 ‘문화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란 제목의 발표를 했다. 그는 게임시나리오 창작학과 교수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제시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제 자국문화의 콘텐츠화에 눈을 뜰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저변에 산재된 신화 및 전설과 같은 전통문화의 콘텐츠에서도 충분히 세계적인 게임콘텐츠가 탄생될 가능성이 큰다. 콘텐츠의 개발에는 서사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선행되었을 때, 제대로 된 문화콘텐츠가 탄생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표에 서강대 홍순애 교수는 “이 논문은 문화콘텐츠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의 스토리 구조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라고 하겠다. 또 이 논문에서 전제하고 있는 서사학과 게임학의 이론이 접목되어야 한다는 논의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템보다는 퍼즐이나 이벤트가 스토리텔링과 더 가까운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 ‘문화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란 제목의 발표를 하는 서강대 이재홍 교수(왼쪽)와 토론자 서강대 홍순애 교수
ⓒ 김영조

▲ “문화 콘텐츠로서 <훈민정음>의 활용 방안”이라는 발표를 하는 건국대 박종덕 교수(왼쪽)와 토론자 춘천교대 김주미 교수
ⓒ 김영조
세 번째는 건국대 박종덕 교수로 ‘문화콘텐츠로서 <훈민정음>의 활용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 소장처인 긍구당을 (가칭)세계문화유산 훈민정음마을’로 지정한 후, 문화마을로 복원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이곳에 여러 이본을 함께 전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언어 연구의 메카로 이곳을 육성하는 방안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교육 및 관광과 연계하여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이곳
의 주변에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고 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 봉정사, 안동민속촌 등이 있는 점을 부각하여 관광자원화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문화콘텐츠로서 <훈민정음>을 활용하고자 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역설적이게도 상업성에 매몰되어 정작 <훈민정음>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적 가치를 잊어버릴 염려가 있음을 걱정했다.

이에 춘천교대 김주미 교수는 토론자로 나서 “<훈민정음> 콘텐츠화의 예를 통해 상업성에 치우칠 수도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유산을 지켜갈 수 있는, 대단히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한 다음 <훈민정음>의 문화콘텐츠로서의 매력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했다.

이어서 한국외국어대 임형재 교수는 ‘중국 조선족 문화 네트워크의 변화와 문화 섬의 형성’이란 제목의 발표를 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조선족 사회의 구성원들은 많은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형태의 문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지역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지만 기능적으로 독립적이고 구조적으로 자생력을 갖춘 네트워크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코리아타운이라 불리는 ‘문화 섬’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새로운 문화 네트워크는 비록 아직은 조선족 사회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네트워크와는 전혀 다른 형태와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와 빠른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김훈겸 한양대 교수는 토론에서 “논문에서는 집거지역과 산재지역이라는 기존의 주거형태의 구분과 새로운 문화 중심으로부터의 네크워크 연결로 설명하고 있는 핵심, 주변, 접촉지역의 구분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중소 대도시 지역에 자리 잡기 시작한 문화 섬(코리안타운)의 문화정체성에서 조선족 공동체와 재중 한국인 공동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임 교수는 “재중 한국인 공동체, 조선족 공동체가 따로 존재하지만 같이 가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 “중국 조선족 문화 네트워크의 변화와 문화 섬의 형성”이란 발표를 하는 한국외국어대 임형재 교수(왼쪽)와 김훈겸 한양대 교수
ⓒ 김영조

▲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통일문화콘텐츠 개발 필요성과 방향”이란 발표를 하는 전영선 한양대 교수(왼쪽)와 토론자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 김영조
마지막 발표자는 전영선 한양대 교수로 발표 제목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통일문화콘텐츠 개발 필요성과 방향’이었다. 발표에서는 통일문화콘텐츠 개발 방향으로 ‘통일기반 조성 차원’,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문화외교 차원’, ‘민족문화정체성 형성을 위한 해외동포 연계 문화콘텐츠’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통일문화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은 통일교육 분야의 콘텐츠 개발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통일교육이 성숙한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시민의식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문화 형성이라는 문화의 본질적인 목적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아울렀다.

이 말에 토론자로 나선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는 통일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북한 주민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을 갖게 될 가능성에 대해 “문제의 이면에는 경제적, 구조적 문제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 확대와 남북한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소수자들의 문제를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전 교수는 “민족문화에 대한 것을 무시하는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1국가 2체제 등 경직된 방향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남북문화에 대한 교류가 진전되도록 정치, 제도뿐만 아니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아울러야 한다는 말이다”라고 대답했다.

▲ 종합토론을 하는 발표자들(왼쪽부터 전영선, 박종덕, 이재홍, 장노현, 임형재 교수)
ⓒ 김영조
모든 발표자와 토론자의 이야기가 다 끝나고 종합토론에 들어갔다. 나는 박종덕 교수와 전영선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박종덕 교수에게는 “긍구당가가 훈민정음 최초의 보관지이며, 유출지임이 학계에서 먼저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콘텐츠 개발이 되어야 할 텐데 현재 이에 대한 학계의 인식 정도와 전망은 어떤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훈민정음 원본의 유출지를 안동고가, 의성고가, 이한걸 씨 집, 긍구당가로 보는 설이 있고, 심지어는 원본이 아니라 오구라 신뻬이 위작이라는 설 등이 있지만 10년 동안 훈민정음 유출지를 연구한 결과, 긍구당가가 확실하다고 믿는다. 이에 대한 논문이 국어학 관련 학술지에 등재 결정이 되어 책으로 곧 나올 것이다. 현재까지 학계의 평은 ‘신선하다’이지만 책으로 나온 뒤에 두고 봐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영선 교수에게는 “남북교류 중 문화사업에서는 남북한 공동으로 ‘겨레말 큰사전’ 편찬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에는 사전 전문가보다는 비전문가가 주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전 교수는 “남북경협 사업이 5년간 진행되는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신뢰가 구축되는 중이다. 그동안 전문가가 아닌 사업일꾼이 먼저 일을 진행하곤 해왔지만 이제 차츰 정리될 것으로 본다”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의 게임 콘텐츠에 관한 질문에 이재홍 교수는 “극장용 대형 애니메이션이 죽을 쓰는 까닭은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또 우리나라 판타지는 국적불명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데 정체성 확립이 있어야 하며, 문화콘텐츠 학과들이 방향설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급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 환영사를 하는 한민족문화학회 창립자 홍성암 교수
ⓒ 김영조
이 밖에 몇 건의 질문과 대답이 오간 뒤 한민족문화학회를 창립한 동덕여대 홍성암 교수는 환영사를 통해 “창립 당시 ‘우리는 삶의 지침으로 성경, 불경이나 논어, 맹자 등을 본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세종임금, 율곡 등 훌륭한 성현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그런 분들의 말씀을 들을 수 없는가?‘라는 관점에서’ 한민족경전‘을 만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학회를 창립했었다.

그동안 ’우리 겨레의 우수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통일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재외 교포들의 능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등을 연구해왔는데 오늘은 문화콘텐츠 생산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논하는 것을 보고 바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한민족문화학회는 많은 학회 중 작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날의 학술대회를 보면서 이 작은 학회가 연구하고 이루어가는 일이야말로 대단히 큰일이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홍성암 교수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정말 우리 겨레에게 소중한 것들을 연구해가고 있다는 믿음을 나는 보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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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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