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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정부는 각종 화려한 통계를 내놓고 있는데…. 예를 들면 GDP 7.7% 증가, 일자리 10만4000개 증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유일한 방안 등이 그것이다.
"다 거짓말이다. 첫 번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는 GDP가 장기적으로 1.99% 증가한다고 나왔다. 장기라는 것은 자본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완전고용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아주 효율적으로 배분될 때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런데 7.7%로 뻥튀기 하기 위해 '한미 FTA에 의해서 생산성이 1% 증가한다면'이라는 가정을 새로 넣었다. 이것은 사실 가정을 두 번 한 것이다. 즉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한 번의 가정에 생산성 1% 증가라는 쇼크를 한 번 더 준 것이다.

이것은 장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통계조작이다. 일반균형분석(CGE) 모델은 사실 양은 문제가 안되고 방향만 보는데 의미가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 2001년 CGE 모델에서는 한국의 GDP가 0.9% 증가하는 것으로 돼있고 대미 무역수지는 90억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뒤 멕시코의 10년 동안 연평균 성장이 1%였다. 미국과 NAFTA를 해서 수출입은 3배가 늘었는데 GDP는 1%밖에 안 늘었다는 말이다. 더구나 실질임금은 10년 동안 0.1% 감소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한국의 실질 임금은 연평균 3~4% 오르는데 10년이면 30~40%다. 그런데 멕시코는 이런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멕시코와 많이 다르지만 멕시코가 더 유리한 점도 많다. 멕시코의 마킬라도라 지역에는 미국 제조업체가 대량으로 들어왔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대폭 증대했다. 그러나 GDP가 1%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은 농업과 서비스업이 망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은 돈 벌어서 다 송금해버리니까…."

- 한미 FTA 찬성론자들도 대미 무역 흑자는 감소할 것이지만 그래도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추산으로는 50억 달러 정도 대미 무역 수지가 감소한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90억 달러가 줄어들 것이라 한다. 수출이 늘어날 이유가 없다. 지금 반도체는 무관세이고, 자동차는 관세가 2.5% 인데 5년에 걸쳐 떨어뜨린다 해도 별 효과가 없다. 2만 달러짜리 소나타의 경우 FTA 이후에 가격이 10만원 떨어지는 것인데 일제 혼다 시빅 타던 사람이 소나타로 바꾸지 않는다."

- 통계상으로 봐도 한국의 실행관세는 11.9%, 미국이 4.9%로 사실 관세 철폐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든데….
"사실 미국과는 FTA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미국은 언제나 반(反)덤핑에 슈퍼 301조를 동원할 수 있는데 그거야말로 엄청난 비관세 장벽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보고한 것을 보면 반(反)덤핑법은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FTA로 관세가 낮아져서 뭣하나?"

"미국은 반덤핑법 안 고치겠다는데 FTA로 관세 낮아지면 뭐하나"

- 우리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92%가 중간재·시설재로 이것의 수입가격이 낮아지면 우리 제조업체의 생산단가가 낮아져 대(對)세계 수출은 늘어날 것이라는 찬성론자들의 논리가 있다.
"우리나라 부품은 대개 일본에서 수입한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양은 지극히 적다. 대일 무역적자가 대미 무역적자로 바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전환효과는 없을 것이다. 일부 반도체 원료 같은 건 납기가 문제가 안 되고 가벼워 수송비가 안 드니 대체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부품은 일본 것이 미국 것으로 바뀌지는 못할 것이다. 한 예로 우리하고 일본은 아직 센티미터(㎝) 체계이고 미국은 인치를 사용한다. 미국 부품이 들어오면 값은 싸지겠지만 그 양은 적어서 별 효과가 없다."

- 한미 FTA 찬성론자들이 진짜 강조하는 것은 법률·컨설팅 등 선진 서비스업이 들어와 우리 산업 구조가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비스업이 들어오면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분명히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우리 관료들은 IMF 사태 뒤 이율 등의 면에서 우리 금융업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과거의 대출관행에서 벗어나 소극적인 단기대출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똑같은 현상이 다른 서비스에서 일어날 것이다. 법률시장에서 (미국의) 대형로펌이 들어와 강금실 전 장관이 있는 지평같은 우리 로펌을 인수합병했다고 하면 그 로펌의 변호사 수임료는 훨씬 올라갈 것이다. 은행처럼 대형 로펌도 과점상태로 가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또 우리 중소기업은 컨설팅만 잘 해줘도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컨설팅 비용이 높아 못하고 있다. 이 비용이 더 비싸질 것이다. 대기업에게는 일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에는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 서비스업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의 논리를 듣다보면 한국 경제도 미국처럼 되자고 하는 말 같다.
"사실 그런 구상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가 그의 저서 '국가의 일'(THE WORK OF NATION)에서 했던 말이다. 라이시는 미국을 '상징분석가(symbolic analyst)의 나라'로 만들자고 했다. 즉 전 세계의 회계·법률·의료·컨설팅 등의 고급 서비스업은 미국이 하고 제조업은 중국 등 후진국에 넘겨준다는 발상이다.

그런 라이시도 그의 저서 '미래를 위한 약속'에서는 자기 비판을 했다. 그렇게해서 서비스업 쪽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양극화는 훨씬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한국에서 하겠다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미국 자본주의는 미국에서밖에 못한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적자나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를 안 맞는다. 한국·일본·중국·대만이 미 국채를 매입하기 있고…. 그러나 어느 나라도 미국식으로 살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미국에 모여든다. 이렇게 미국에만 존재하는 두 가지 장점 때문에 미국의 자본주의가 유지된다. 그걸 한국에 이식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

"의료 영리법인 들어오면 건강보험 환자 안 받겠다고 할 거다"

▲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미국 서비스업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의 영향은 어떨 것으로 보나.
"한미 FTA로 미국의 서비스업이 들어오면 전부 인수합병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독일의 대형 법률회사 9개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가 7개가 영미계에 의해 인수합병됐다. 우리나라는 볼 것도 없다. 인수합병되면 또 대량해고가 발생한다. 미국 기업은 이렇게 해서 기업 가치를 올려 팔고 나갈 것이다. 은행의 생산성이나 건전성은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게 제조업 대출은 줄이고 소비자 금융을 늘리는 미국의 문제점이 한국에 이식된 것이다."

- 의료부문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의료서비스는 공공성 훼손이라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의료 영리법인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러면 '강제 지정제'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야 어느 병원을 가든 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영리법인이 들어오면 자기 이익을 위해 한국 건강보험 환자들은 안 받고 대신 미국 민간보험에 든 환자들만 받겠다고 할 수 있다. 또 역차별을 이유로 서울대병원이나 삼성병원, 현대아산병원도 영리법인화를 요구하고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을 외면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대통령도 유시민 장관도 그건 막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격찬했다는 보고서(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서)가 있다. 2005년 10월 한미 FTA가 갑자기 등장하니가 개방에 초점을 맞춰 쓴 낙관적인 보고서다. 거기 보면 강제 지정제도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것 가지고 워크숍까지 했다. 난 (강제지정제 폐지는 막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믿지만 미국은 틀림없이 강제 지정제 폐지를 요구할 것이다. 이걸 외교통상부가 지킬지 못 지킬지 두고볼 일이다. 그것을 지킨다면 사실 FTA는 무산될 것이다.

강제지정제가 폐지되면 돈 많고 병에 걸릴 확률이 적은 사람들은 빠져 나갈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까지 허용하면 역선택이라고 하는 논리에 의해서 돈 없고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만 남으니까 당연히 보험료 올라가고 이런 과정을 거쳐 공공보험이 없어진다. 그게 바로 미국의 상태다. 미국에서 감기 한 번 걸리면 20만원이다. 그래서 감기는 그냥 앓고 견뎌야 한다. 한마디로 의료의 공공성이 완전히 깨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 재벌들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데….
"재벌은 한미 FTA에 의해서 규제가 완화될 것이고 역차별을 이유로 해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할 것이다. 노동하고 환경은 굉장히 약화될 것이다. NAFTA보다 더 강한 FTA를 할 건데…. 초국적 기업이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의 규제에 대해 제소할 수 있다. USTR 보고서 보면 노동권과 환경권은 인정한다고 되어있는데 멕시코를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됐다. NAFTA에서 발생한 제소 사건은 거의 다 미국 기업이 승리했다. 노동 환경권도 심하게 제약될 것이다. 미국식 노동유연성이 훨씬 강조될 것이다."

- 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서는 누가 작성했나?
"각 국책연구원이 했다. 이미 한미 FTA를 찬성하도록, 개방론 쪽으로 구성되도록 지시가 내려왔다. 심지어 KIEP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원래 서비스업 개방이 빠져 있었다. 그게 빠졌다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그 박사를 불러다가 그 자리에서 쓰게 했다."

"USTR 농림 담당자는 '우리 목표는 쌀'이라고 얘기하더라"

- 교육 분야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교육은 현재로서는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 미국의 영리법인은 원격교육이 아니면 성인교육인데 그게 들어와서 우리 교육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유학 준비학원이 될 가능성은 많다. 유학 수요를 더 늘릴 수 있다. 물론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만일 재경부가 지금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에서 하는 것처럼 명문대 아시아 법인을 만들면 문제가 커진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는 비영리법인이지만 하버드 분교를 유치하면 영리법인으로 만들어준다고 하자. 그러면 연세대나 고려대도 영리법인화를 요구할 것이고 등록금이 올라가고 입시제도도 깨질 것이다. 그러면 공교육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 농업 부문이 말이 많다. 쌀을 제외해도 농업생산이 2조원 감소하고 7~14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쌀을 포함시키면 농업 생산이 8조원 감소한다고 한다. 결국 한미 FTA의 농업부문에서 결국 쌀이 핵심인데….
"미국은 골든스탠더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가장 강력한 FTA가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인데 그것보다 더 강한 FTA를 하겠다는 것이다. 최고수준(high level)의 FTA를 하겠다는 것이다. '최고수준'이란 한 품목도 빠트리지 않고 90% 이상 개방하는 것이다.

USTR 보고서를 보면 쌀도 제외되지 않는다고 했다. USTR 농림 담당자가가 '우리 목표는 쌀'이라고 얘기했다. 내가 USTR 대표라도 쌀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쌀을 지키려고 다른 걸 다 포기할 거니까. 그런데 쌀도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 회의적이다."

-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여부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우리가 싱가폴과의 FTA할 때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았다. 아세안(ASEAN)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것은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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