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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텔레비전에서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텔레비전을 함께 보던 부모님은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힘들어하셨다. 좋은 대학 나왔으니 좋은 직장에 다니며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 부모님의 보편적인 정서일 것이다. 산골 마을에 들어가 허름한 집에서 농사로 소일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던져 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삶에서 진정 행복을 느끼는가 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굴러가는 삶은 말 그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이들 부부처럼 다른 삶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필요한 조처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 하나가 묻는다. 요즘 뭐 하면서 지내느냐고. 말하자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고 묻는다면 회의적인 대답이 압도적일 것이다. 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하는 거지, 진정 좋아서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고 가능한 취미생활로 영혼을 달래는 것이 최선의 길이 아닐까. 이들처럼 용기가 없다면 말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한국판 <조화로운 삶>이다. 후자의 주인공보다 현저히 나이가 젊다는 것을 제외하고 시대와 공간이 다르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비슷해 보인다. 이들은 결혼식부터 스스로 일컫기를 '엽기적인 결혼식'이라고 했다. 천편일률적인 결혼 형식에서 벗어나 청첩장 만들기부터 결혼식의 모든 과정을 예식장이나 웨딩 플래너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기획했다.

그러니 얼마나 머리가 복잡했을 것인가. 모든 걸 위탁하더라도 신랑신부는 결혼 당일 정신이 하나도 없을 텐데. 미술관에는 자신들의 사진작품과 어린 시절 사진, 그들이 쓴 글들을 전시하고 미술관 뒤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신선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결혼식이 탄생한 것이다. 이때부터 주위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 부부가 결코 평범한 결혼생활을 영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골에서 살아가려면 밥을 먹다가 혹은 자다가 지붕에서 철따라 다른 벌레들이 떨어지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그럴지라도 별로 벌레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고 쥐덫 놓는 수고도 감당할 수 있어야한다. 도시와는 달리 초여름까지 불을 떼야 하는 추위에도 강해야 하는 것만 제외하면 시골 생활은 매우 낭만적이었다.

비가 내린 후 맑아진 밤하늘에는 별빛들이 총총히 박혀 달도 뜨지 않은 밤을 환하게 밝혀주는가 하면 손수 조금씩 지어먹는 농산물들로 언제나 식탁은 화려하다. 농약도 치지 않고 화학비료도 주지 않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만큼은 확실히 부러웠다.

조금씩 농사일을 하며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천연 염색을 하고 조각보를 만드는 일을 한다. 도시 생활을 할 때는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반면 그들은 소중한 시간을 얻었고 경제적인 풍요 대신 정신적 풍요를 얻었다.

남편은 제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소중하고 기쁘게 생각하며 아내는 물건을 구입할 때 항상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여 어떤 물건이든 버리지 않고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이들은 어쩌면 태생이 시골 생활에 적합하게끔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전주까지 나가는 것은 비용으로만 따지자면 너무 큰 낭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그렇게라도 풀어 버리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아내와 손을 꼭 잡고 영화를 보는 순간이 좋고, 그렇게 본 영화에 대해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무주로 돌아오는 길이 좋다. 피곤한 몸으로 밤길을 운전해 집에 돌아오지만 차창을 열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산길을 덜컹덜컹 올라오면 덩지와 민이가 꼬리를 치며 반기는 곳이 우리 집이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돌아와 마치 영화와도 같은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려 낸 그 순간 우리는 참 행복했다. - 본문 중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종 따뜻했다. 불편한 것을 감수하며 시골로 들어가 진정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택한 용기가 대단하고 부럽다. 독자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내 삶을 사랑하고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정신세계원(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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