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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의문사로 규정한 채 6년째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고 이경운 사건 시신 2차 국과수 부검결과 '교통기관에 의한 손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결론이 나왔다.

▲ 이경운 시신 국과수 부검을 집도한 김윤신 박사.
ⓒ 김성수
23일 영국 마게이트 소재 여왕 모후(Queen Elizabeth The Queen Mother) 병원에서 오전 8시 30분(현지 시각)부터 12시까지 부검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부검 결과를 요약 설명하는 자리에서 집도의 김윤신 박사(국과수)는 "두개골 골절, 늑골 골절, 골반골 골절 등 많은 부분의 골절을 확인했다"며 "교통기관이 아니고서는 그런 손상이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시신 이용 또는 훼손 문제에 대해서도 김 박사는 "장기적출 등의 문제점을 생각해 봤을 때, 적어도 그런 염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1차 부검 때 실시되었어야 할 두개골 절개선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두개골은 원칙에 따라서 정확하게 절개되어 있었고 또 뇌에 대한 검사까지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검단은 20일 영국에 도착, 부검에 앞서 각종 사진 및 유품 등 관련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유가족의 입장을 청취한 후 부검에 임했다. 이번 부검은 시신의 앞뒤, 측면, 두개골 절개 등 3시간여 동안 종합부검으로 실시됐다. 부검단은 시신이 건조돼 부검에 다소 어려움은 있었다고 말했다.

부검에 입회했던 경운군의 부친 이영호씨는 부검 직후 취재진에게 "당장 의견을 밝히지는 않겠다"며 "하루빨리 진실이 규명되어 경운이를 데리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부검에는 국과수 김윤신 박사가 집도하고 서울법의학연구소장 한길로 박사가 참관했다. 유가족으로는 경운군의 부친 이영호씨, 동생 이경진씨가 입회했고 주영 대사관 이상식 총경이 입회했다. 한편, 영국 부검의 리처드 셰퍼드는 법정 증언 일정과 겹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의 정식부검소견서는 1~2주 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유가족 '영국 당국에 법적 대응' 착수

▲ 이경운 부검이 진행된 영국 여왕 모후 병원.
ⓒ 김성수
이번 국과수 부검 결과 영국당국의 주장대로 '교통사고'일 가능성이 커지자 유가족과 변호사 측은 영국 당국에 공식항의 하는 등 대응방안을 준비중이다. 만약 일반 교통사고라면 왜 그런 수많은 오류와 부실이 있어야 했는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산적해 있기 때문. 영국 재영한인회 측도 유가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부검 다음날인 3월 24일, 유가족 대표 이영호씨는 영국 내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인 뉴몰든에 위치한 재영한인회 사무실에서 한인회 관계자와 언론을 대상으로 부검 관련 상황 설명회를 했다.

▲ 고 이경운 군의 부친 이영호씨.
ⓒ 김성수
이 자리에서 이영호씨는 "6년 동안 기다렸던 부검을 하고 입회하게 돼 감회가 깊다...이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며 "드디어 원하던 부검이 비로소 끝났으므로 차후 법적 절차에 따라 깨끗하게 사건이 정리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앞으로 사건 규명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씨는 국과수 부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단, 국과수 공식 감정서가 발표될 때까지는 부검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 변호사 임란 칸은 영국정부와 언론 대상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영국당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영국 당국이 제시한 수많은 문서와 자료의 객관적인 오류, 유가족에게 시신을 공개하지 않고 부검 입회도 거절했던 상황 등 산적한 의문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나아가 소수 인종에 대한 사회내 통념화된 인종주의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운군 사망 초기 유가족의 협조 요청에 40여 일 만에 현장에 방문하는 등 재외국민 보호에 소홀했던 주영대사관 측도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강조하며 "부검을 기다렸듯 6년이나 기다려야 하지는 않겠지만, 의문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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