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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비밀병기로 불렸던 편전(片箭-'속칭 애기살')쏘기의 시범모습입니다. '통아'라는 덧살에 작은 화살을 넣어서 쏘는 방식으로 적국에게는 치명적인 비밀병기로 각인되었습니다. 특히 쏘는 방식을 모르면 절대로 화살을 다시 쏠 수 없어서 더욱 신비스런 무기였습니다.
ⓒ 이진욱
조선의 잃어버린 무혼이 살아 숨쉬는 '무예24기' 시연이 오는 12월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펼쳐진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그리고 일요일에는 오후 3시에 그 힘찬 조선 정통무예를 만날 수 있다.

▲ 장병밀집 대형을 유지하고 적을 공격하는 장창진법입니다. 다른 무기에 비하여 월등하게 긴 무기인 장창(長槍)은 적의 기병을 상대하기 좋은 무기였으며, 고구려시대에도 장창병들은 그 위용을 떨쳤습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무예24기는 조선 정조 때에 완간된 무예도보통지(1790년)에 실린 24가지 기예를 말하며, 조선조 무과시취(武科試取)의 과목으로 구한말 구식군대가 해체될 때까지 조선의 관군들이 익혔던 군사무예다.

▲ 조선시대의 대표적 갑옷인 두석린갑주를 입은 무인들이 검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전통무예공연이 보고 싶으시면 수원화성행으로 오시길.
ⓒ 이진욱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무예도보통지가 만들어진 1790년 4월 29일에 정조는 이 책의 편찬을 극찬하며 편찬 작업을 했던 규장각의 이덕무, 박제가, 무예실기를 담당한 장용영 초관 백동수 그리고 무예실기 그림을 그렸던 허감 등 여러 방면의 사람들에게 노고를 치하하고 상을 내렸다. 이는 정조가 당시 무예도보통지를 얼마나 귀한 책이고 이것이 조선의 군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책인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 봉 두자루가 서로 엉키듯 싸우는 곤방교전의 모습입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단순히 곤방교전이 아닌 기창과 등패등 다양한 무기의 이종교전이 원앙진의 형태로 펼쳐집니다.
ⓒ 이진욱
무예도보통지에서 무예(武藝)는 도(刀)·검(劍), 창(槍)·곤(棍), 권법(拳法) 등 병장기와 맨손 무예를 통칭한다. 도보(圖譜)는 어떠한 사물을 그림과 해설을 통하여 설명함으로써 계통을 세워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지(通志)란 모든 것을 총망라한 종합서임을 뜻한다. 책명만 보아도 무예 기예를 그림을 통하여 설명한 종합서임을 알 수 있다.

▲ 곤방과 등패의 교전 모습입니다. 등패는 곤방으로 위 아래로 때리면 거북이처럼 뒤짚어져 움직이지 못합니다. 조선시대에서 이처럼 각종 병기(兵器)간의 조화를 찾기 위하여 많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그 대표적인 연구서가 무예도보통지입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정조는 문으로는 규장각을, 무로는 장용영을 건설하여 문무를 아우르는 강력한 군주 국가를 건설하려 하였다. 특히 장용영은 정조 시대 국왕직속의 친위부대 명칭이다. 장용영은 근위체제의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나중에 화성을 건설한 후 직제를 승격시키면서 화성에도 같은 부대를 두어 외영으로 하였다.

▲ 조선의 국기(國技) 무예24기 공연의 핵심 기예인 권법교전의 모습입니다. 서로 주먹과 발이 오가며 무예를 수련했던 조선시대 무인들의 뜨거운 숨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여기에는 억울하게 뒤주 속에 갇혀 생을 마감한 생부인 사도세자에 대한 위신회복이라는 특별한 목적도 있다. 무예사적으로 볼 때 사도세자의 명으로 만든 무예신보의 18가지 기예를 근간으로 하여 정조대에 무예24기가 정착되어 무예도보통지에 실리게 되었다. 바로 이곳 화성과 화성행궁을 숙위하던 장용영의 군사들이 익힌 무예가 바로 조선의 국기(國技) 무예24기인 것이다.

▲ 두 자루의 칼이 조화롭게 움직이며 적을 교란했던 쌍검으로 짚단 베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한번 움직이면 다섯 개의 꽃잎이 그려진다 하여 '오화전신(五花纏身)'이라는 이름의 자세가 있을 정도로 쌍검은 화려한 검법의 꽃입니다.
ⓒ 이진욱
특히 2006년 공연에서는 조선후기에 사용되었던 진법(陣法)의 일종인 원앙진(鴛鴦陣)을 비롯한 진법의 변형인 양의진과 삼재진 등 다양한 조선시대의 진법을 직접 눈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원앙진은 중국의 명나라 장수인 척계광이 왜구를 상대하기 위하여 발명해낸 진법으로 대장 1명, 등패수 2명, 낭선수 2명, 장창수 4명, 당파수 2명, 화병(취사병)1명, 도합 12명으로 구성된 가장 작은 규모의 진법체계이다.

▲ 적의 진법을 무너뜨리는 대형 칼인 협도로 짚단을 베는 모습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와 유사한 월도(月刀)의 단체진법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자세 하나 하나에 무인의 혼을 실어 짚단을 자릅니다.
ⓒ 이진욱
원앙진(鴛鴦陣)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앙새에서 따온 이름이다. 원앙새는 암수 한 쌍 중 한 마리가 죽으면 다른 한 마리도 따라 죽는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금술이 좋은 새다. 그래서 원앙진에서 만약 전투 도중 12명의 부대원 중 단 한사람이라도 전사하고 패배를 당할 경우 원앙진 분대의 나머지 생존자들도 모조리 참수당했다. 그래서 원앙진을 이루고 있는 모든 병사들은 서로를 보호하고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투 내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적과 싸워야만 했다. 그래서 당시 원앙진을 사용한 척계광의 부대는 왜구들에게 백전백승을 거두는 강력한 군대로 후세에 전해지게 된다.

▲ 중국의 명장수인 척계광이 쓴 기효신서에 수록된 원앙진의 변형진법인 양의진과 삼재진의 모습입니다. 임진왜란시 원앙진을 비롯한 다양한 남병의 전법으로 왜병들을 섬멸할 수 있었습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이번 공연에서는 원앙진을 비롯한 조선의 비밀무기였던 편전(片箭-속칭 '애기살')과 다양한 무기들의 이종교전과 베기들이 조선시대의 전투현장처럼 강인하게 펼쳐진다.

이처럼 잃어버렸던 조선의 정통무예가 되살아 오는 화성행궁으로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의 무(武)에 대한 열정이 스민, 조선의 국기 '무예24기' 시범을 보러 가는 건 어떨지.

▲ 이번 공연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무예24기 중 마상무예의 하나인 마상월도를 시범하는 모습입니다. 현재 화성행궁앞 광장이 조성되고 있는데, 그 광장이 완성되면 조선의 마상무예도 이곳에서 함께 펼쳐질 것입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덧붙이는 글 | * 수원 화성행궁 무예24기 정기공연은 3월부터 시작되었으며, 3월 26일에는 화려한 개막행사와 함께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주로 무예24기 공연이 펼쳐집니다.

* 최형국 기자는 무예24기보존회 마상무예단 '선기대'의 단장이며, 수원 무예24기 조선검 전수관장입니다. 중앙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으로 몸철학과 전쟁사 및 무예사를 공부하며 홈페이지는 http://muye24ki.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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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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