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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토론회에서 일부 내용을 언급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자료(2005년 12월 29일자)의 유출자가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19일간의 내부조사 작업을 벌인 결과 의전비서관실에 근무하는 이아무개 행정관이 지난 1월 말께 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관련 문건을 보여주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최 의원이 당시 공개한 회의자료에는 당시 NSC 사무차장이었던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미국이 침략을 받지 않는 경우에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한미 방위조약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최 의원은 이 회의자료 내용을 근거로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문제들을 사전에 인식하고도 공론화시키지 않고 국민을 속여왔다"며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얼치기 자주파'들이 외교안보정책을 이중적이고 기만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월 말 최재천 의원 만났다가 관련 문건 보여줘

청와대는 22일 오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직원 중 관련문건을 전달받거나 출력한 사람 10여명에 대해 본인 동의를 받아 통화기록과 이메일 조회 등 유출 경위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실시했다"며 "문서를 전달받아 사건의 용의선상에 올랐던 의전비서실 이○○ 행정관이 금주 초 자백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외교부에서 파견나온 이 행정관은 지난 1월 23일 제1부속실에 근무하는 또다른 이아무개 행정관으로부터 'NSC 상임위 회의자료'를 '업무에 참고한다'며 전달받아 가지고 있다가 최 의원에게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행정관은 지난 1월 말께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전 청와대 행정관과 최 의원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화제로 오르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건을 최 의원에게 보여주었다.

청와대는 "최 의원은 중요한 내용이라 판단되어 그 자리에서 필사를 하였고, 이 행정관은 최 의원이 발표하기 위해 필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참고자료로 쓰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고 제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또 청와대는 "이미 이 행정관이 문서를 소지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비서실은 2월 17일자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며 "보안업무규정을 위반한 파견공무원 이 행정관에 대해 즉시 해당부처인 외교통상부에 원복시키고 외교통상부장관에게 관련사실을 통보하고 중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청와내 내부 지휘책임여부와 조치방안은 이후 비서실의 내부절차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여, 관련 문건을 전달한 제1부속실의 이 행정관은 물론이고 문용욱 제1부속실장이나 천호선 의전비서관 등에 대한 문책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부주의하게 처신했지만 고의성은 없어"... 과연?

하지만 김만수 대변인은 "이 행정관은 문건을 유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부주의하게 처신한 건 맞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남는다. 먼저 의전비서관실 업무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NSC 문건을 이 행정관이 '업무에 참고하겠다'며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 행정관이 최 의원을 만나러 간 자리에 관련문건을 가지고 간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외교부 출신인 그가 진작부터 최 의원이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문건을 가지고 가서 보여줬냐는 의문이다. 당연히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이 행정관은 최 의원과 따로 만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의전비서관실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이 행정관이 외교부 직원으로서 외교현안이었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 행정관은 언론에 문건유출이 보도되자 자신은 문건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유출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최 의원이 자신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문건을 입수한 것 아닌가 해서 (고백을) 주저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통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청와대 문서로 추정되는 '주한미군 지역적 역할 관련 논란 점검'(2004년 12월)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 김 대변인은 "대통령 보고 문서목록에는 없는 문건"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문서양식은 비슷하지만 생산부서가 명시돼 있지 않아서 정식 청와대문서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추정컨대 청와대문서라면 관련문제를 검토하고 있던 (청와대 내부의) 한 단위에서 만들어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프레시안> 등이 보도한 청와대 국정상황실 문건 유출에 대해선 "아직도 조사중"이라며 "국정상황실 문건은 비밀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 내부 논의 과정에서 생산된 문건이기 때문에 (관련자)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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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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