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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나보다 오래 점심식사하는 동료 싫어" (그래함 몰)

▲ 네팔의 전통음식
ⓒ 루파
영국에서는 사무직 직장인 4명 중 1명은 점심식사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사실 직장인의 62%는 점심시간에도 계속 일하는 것이 직장 내에서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사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다. 과거 내가 일하던 직장들에서는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상사가 알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고? 상사는 이미 점심을 먹으러 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아마도 직장동료들과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인 점심식사를 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지난 일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항상 이런 식의 점심식사가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와인은 지루한 업무에 관한 대화에 윤활유로 작용하는 창조적 쥬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심식사는 다른 장소에서 계속되는 일의 연장일 뿐 일로부터의 완전한 휴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영국인들의 점심식사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 적도 있었지만, 이것은 내가 한때 쿠알라룸푸르에서 같이 일했던 중국인 편집자 경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하루에 적어도 다섯번씩은 사무실을 비워가며 먹을 것을 챙기곤 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고 있다. 요즘은 직장인의 45%는 매일 같이 점심시간을 가지는 동료들을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27%는 자신보다 더 긴 점심식사 시간을 가지는 동료들에 대해 화가 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데 19분 42초가 걸렸다. 영국인의 평균적 점심시간을 이용해서는 이 기사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네팔] 출퇴근과 식사는 직업과 계절에 따라 (루파 카렐)

네팔에는 수많은 정부 및 비정부기구들이 있다. 네팔과 합자하는 외국기업들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관공서는 오전 10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5시에 마친다. 동절기에는 해가 일찍 져 오후 4시까지만 업무를 한다. 모든 공공기관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관공서와 학교의 경우 금요일은 반나절만 일하고 토요일은 모든 사무실이 문을 닫는다.

개인기업이나 비정부기구는 동·하절기 모두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을 한다. 업무가 남아 있는 경우 토요일날 출근을 하기도 한다. 외국합자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네팔사람들은 보통 아침을 일찍 먹지 않는다. 대신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 차나 커피 혹은 우유 등을 마시고, 오전 9시에 식사를 한다.

아침식사 때는 콩(daal, 달), 쌀(bhaat, 바트), 커리(tarkari, 타르카리), 절인 오이(achaar, 아차르)를 먹는다. 네팔 속담에는 "달, 바트, 타르카리. 지우 다한 사르카리 (Daal, bhaat, tarkari; jiu dhan sarkari)"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네팔인들은 콩, 쌀, 커리를 먹고 국가의 번영과 안녕에 이바지한다"는 뜻이다.

이 음식들은 네팔인들의 주된 먹거리이다. 일부 돈이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다른 음식들을 더 먹기도 하지만, 기본적 식사구성은 똑같다. 외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군드럭(Gundruk, 으깬 후 말린 시금치로 만든 커리)와 디도(Dhido, 물에 끓인 옥수수 밀가루)를 먹기도 한다.

식사 후 직장인들은 서둘러 출근해 오후 2시까지 일을 한다. 오후 2시에는 점심식사인 티핀(tiffin) 시간을 가지는데, 사무실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분에서 45분 정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30분 정도 점심시간을 가진다.

일부 직장인들은 집에서 점심식사하는 것을 선호하며, 사무실 자기 책상에 앉아서 점심을 먹을 필요는 없다. 사무실에서 먹을 수도 있고, 직장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밖으로 나가 먹거나 선택은 자유이다.

네팔에서 티핀 시간에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대신 커피나 차를 마시는데 대부분은 차를 선호한다. 또 티핀 시간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모모(Momo), 초우민(Chowmin) 등인데, 중국음식이 네팔에서 꽤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무실에 가야 할 일이 생기는 경우 티핀시간을 이용해서 시간을 절약하기도 한다.

티핀시간 후에 직장인들은 하절기는 오후 5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4시까지 계속해서 일을 한다. 집에 돌아온 후 긴장을 풀고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저녁식사는 보통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 하는데, 점심과 저녁식사 메뉴는 대체로 비슷하다. 저녁식사 이후에는 텔레비젼을 보거나 잠자리에 든다.

[방글라데시] 구내식당이나 사무실 뒤켠에서 먹는 커리 (알리 산와르)

▲ 방글라데시 전통음식.
ⓒ 구준서
방글라데시에서 공식적 점심시간은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 가량이지만, 사실 사람들이 점심식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10분에서 15분 정도로 짧다. 중앙정부청사 등 대규모 관공서에는 구내식당에 있어서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규모가 작은 사무실에서는 집에서 점심식사를 싸오는 것이 보통이다. 보다 큰 사무실에서는 사무실용 도시락 공급업체에서 배달을 시켜먹는데, 보통 10대 소년이 음식을 배달해 온다. 대표적 점심식사는 끓인 쌀, 린텔(lintels), 기름에 튀긴 시금치, 채소를 곁들인 생선 혹은 소고기 커리다.

직장인들은 대개 사무실 뒤켠에 있는 방이나 커텐이나 벽장, 선반 등으로 가려진 공간에서 점심을 먹는다. 개방된 사무실 공간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카나 시타공 등 대도시에서는 패스트푸드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패스트푸드점의 단골손님들은 데이트코스로 이런 장소를 이용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방글라데시의 직장인이 점심을 햄버거로 해결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단, 저녁 때 간식으로 햄버거를 먹는 경우는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지구촌시대의 작업환경은 패스트푸드와는 다른 방면에서 방글라데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리자급 임원들이 시간에 쫓겨 아침식사를 사무실로 가져와 해결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임원들은 보통 자신의 사무책상에서 빵과 달걀, 소고기 등의 아침식사를 한다.

대부분 방글라데시인들이 마시는 음료는 물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술을 금하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경우는 결코 없다. 맥주, 위스키, 진, 보드카 등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술집들인데 대개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그리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문을 연다.

다카에만 100여곳의 술집이 있지만, 몇몇 보세창고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와인 등 특정 주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알코올 음료는 북부 다카의 상류층 지역인 바나니에서 번성하고 있는 암시장에서 살 수 있으나, 최근 몇몇 사람들이 알코올의 독성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에서 보듯 이 음료들을 마시는 것은 그다지 안전하지가 않다.

[필리핀] 하루에 6끼, 최근엔 점심 제대로 못 챙겨 (아르미다 산체스)

▲ 필리핀 가정요리 아도보(Adobo).
ⓒ 이효연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사람들은 하루에 적어도 여섯끼는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녁의 제대로 된 식사 외에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식, 자정 무렵에 먹는 야식까지.

"정말이예요?" 평택에 사는 한국인 엔지니어인 박내남씨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필리핀 사람들은 키가 작고 뚱뚱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필리핀 사람들은 먹는 걸 좋아해요. 하루에 세 번 먹는 건 충분하지가 않지요. 전통적으로 세끼 식사 사이에 최소한 두 번의 간식을 먹지요." 전직 식당주인 마리아 산체스(63)씨의 말이다.

"식사 시간 이외에는 틈틈히 스카이플래케스라는 크래커를 먹는다, 이 크래커는 모든 직장인들 서랍 속에 하나씩은 다 있다"고 필리핀에서 수년 동안 산 적이 있는 영국인 매튜 서더랜드씨는 말한다. "필리핀에서 음식을 멀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서더랜드씨는 '외국인의 관점: 맛에 관하여'라는 그의 글에서 "음식은 필리핀인의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 특히 직장인들은 점심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

대개 사람들은 집에서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사무실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심을 먹거나 배달을 시켜먹는다. 튀긴 닭이나 버거스테이크를 쌀과 곁들여 먹는 것이 흔한 메뉴다. 아니면 닭과 스파게티, 혹은 햄버거와 탄산음료로 점심을 때우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를 택하지 못한다. 주방장이 그날의 메뉴를 정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들과 패스트푸드점들은 점점 더 혼잡해지고 비싸지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음식의 다양성과 질이 점차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더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캔이나 여타 가공식품의 형태로 나오고 있으며, 인스턴트 식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사람들 중에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많다.

필리핀에서 식사시간은 정확하게 지켜진다. 점심을 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리핀 사람들에겐 정오가 되면 배에서 꾸르럭 소리를 내며 점심시간이 되었음을 알려 주는 것 같다. 아침 10시에 간식을 먹었는데도 말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쿠키나 비스킷 심지어는 사탕 등 군것질거리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는다"고 필리핀 이주노동자들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한국인 어머니 한 분이 말씀하신다.

필리핀에도 부는 한국의 '빨리빨리' 바람

필리핀은 다양한 문화에 영향을 받아 왔다. 물론 필리핀 요리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음식은 말레이, 중국, 아랍, 미국, 그리고 무엇보다 스페인음식의 복합물이다. 요즘은 한국이나 일본의 요리와 문화도 필리핀 사람들의 기호를 자극하고 있다.

일부 필리핀 사람들은 김치를 만들 줄 알며, 한국사람들 마냥 김치를 매일 먹기도 한다.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나 학생들에게 빨리 걷고 시간을 아끼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는 필리핀 사람들 일부에도 스며 들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필리핀 최대도시인 마닐라의 퀴에존에 있는 한 어학원의 강사들은 가르치는 속도를 '빨리빨리'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인 소유인 이 영어학원에서 내가 교무담당자로 일할 때 점심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는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필리핀 사람들에게 이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반면 한국인들은 일을 마치지 않고서는 점심식사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 학원에서 일할 때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구내식당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을 때조차 느긋하게 앉아서 점심을 즐겨본 적이 거의 없다. 대개 점심식사를 거르고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빨리 먹기, 빨리 일하기, 빨리 생각하기는 이 직장에서 배운 많은 교훈들 중 하나이다.

놀랍게도 최근 이 어학원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점심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난 것도 그 중 하나다.

"강사들의 그간의 요구사항들이 경영진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현재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늘어났다"고 어학원 강사들 중 하나인 캐롤 마다랑은 말한다. "우린 이제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가 있게 되었어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강사 마엣 림은 "우린 먹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산체스에 의하면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음식을 고르는데 까다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친 음식을 좋아하거나 지저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먹는 게 사람을 지저분하게 하는 것은 아니예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게 더럽게 하지요."

우리 필리핀 사람들은 잘 놀고, 격식이 없고, 친절하고, 남들과 어울리길 좋아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있어 신앙, 신뢰, 성실함에 덧붙여 음식이야말로 인간관계를 맺는 중요한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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