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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북
올바른 교육에 대한 의문과 토론은 끝이 없고, 정치권과 정부, 학부모와 교사들 간 의견 또한 분분하다. 듣는 백성들은 혼란스럽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교육현실은 우리 아이들을 그나마 나은 조건이라 생각되는 해외로 내몬다. 여기에 국내에서 해결하자고 몇몇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대안학교'가 전국적으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착의 길은 멀어만 보인다.

도대체 이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내 자식이 좋은 환경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학생이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고, 학부모 자신은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와 과거를 돌아볼 때다. 또한 교사들은 자신의 안위와 행복만 누릴게 아니라, 좀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행하는 교사상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발도르프 학교의 철학과 교과과정을 소개한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클리스토퍼 클라우더 등 공저)가 우리에게 묻는 것은 과연 일련의 교육과정-유치원에서 대학까지-속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도덕 훈련이 목표인 학교, 과연 학부모들이 좋아할까

먼저 책의 저자들은 교육 목표부터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 훈육기관인가. 아니면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띤' 국가 구성원을 길러내는 곳인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시 '아이 자신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살기 좋은 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도덕적으로 훈련하는 것은 어떠한가'라고 제시된다. 하지만 이런 목적을 가진 학교에 선뜻 내 아이를 집어넣을 부모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1861~1925)의 이론을 받들어 1919년 남부 독일에서 태생한 발도로프 학교에서 유래한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교육과정 및 철학은 지금 한국 교육현실에서 더 절실하게 들린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수업이 이뤄지는 풍경을 살펴보자. 오전 등교시간 이전, 교사들이 회의를 마치고 각자 교실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동참하는 형태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년이 올라가면, 교사와 어린이가 공예시간에 실뜨기를 하고 서로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가 실패하더라도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교사, 아름다운 풍경이다. 또 한 학년 올라가 보자. 교사가 삼국시대 벽화 및 건축에 대한 주제에 대해 준비된 설명을 하고 과제를 내준다. 각자 표현 방법이 다르며, 어떤 아이는 그것을 직접 그림으로 표현하고 참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은 책을 만들어서 다른 아이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이에 빠져서 진도 나가는데 지장이 있더라도 교사는 용인한다. 어떤 아이는 직접 벽화를 모사하고 당시의 한시까지 배경으로 넣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시를 적어서 제출한다. 이런 과정에서 도서관에 가서 직접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청소년기, 답안지 채우는 기계로 만들 것인가

수평적인 교육현장이다. 교사와 학생은 서로 대화하며 지시나 거부가 일상화돼 있지 않다. 반면 각 교육과정은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실행이 세부화 된다. 직접 텃밭을 가꾸고, 숲을 탐사하고, 집을 짓고, 목재 가구를 만들고, 기계를 조립한다. 이 때의 프로그램은 성장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자신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에 문제지와 답안지 사이를 열심히 오고가며 백지를 빼곡히 채워가는 우리의 청소년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렇게 중요한 성장기엔 시험답안지를 채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나면 자신은 돈버는 기계가 되어버리는 부모. 부모는 단지 학교가 계속 유지되고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고, 기금 모금에 참여하고, 학교 환경을 보살피고 유지한다. 그리고 각종 회의에 학교를 대표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바쁘신 부모님들 이건 힘드시겠다.

과연 교육이란 게 어떠해야 할까. 나는 슈타이너의 다음과 같은 말에 결국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묻지 말자. 한 사람이 현재 사회 질서에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 그보다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인간의 마음에는 무엇이 살고 있으며 무엇이 성장할 수 있는가? 그래야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품성을 사회로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온전한 주체인 젊은이들이 기존 사회 조건으로부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금 사회가 원하는 대로 다음 세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양철북/9800원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 발도르프 학교의 철학과 교과과정에 대한 소개

크리스토퍼 클라우더.마틴 로슨 지음, 박정화 옮김, 양철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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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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