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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 오직 한 사람에게만 가능한가?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변치 않는 단 한 번의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사랑을 지켜나가는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이를테면 병든 아내의 병상을 수년간 지키는 남편의 이야기나,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홀로 사는 사람들의 순애보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단 한 사람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일까? 진정한 사랑은 오직 한 사람이어야만 하며, 또 다른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랑에 대한 배신행위인가?

이런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크 버튼과 다이앤 버튼 부부는 자신들의 '두 번째 사랑 이야기'를 통해, 진실한 사랑은 일회적 사건도 아니며, 어떤 한 사람에게 독점되지도 않으며 독점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랑을 시작했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

ⓒ 돋을새김
세계적인 완구회사를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던 마크 버튼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해 사업을 정리했으나, 임신 중이던 아내 로니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마크는 '로니가 곁에 없음에도 자신이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절망에 빠진 채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그를 진심으로 걱정한 한 친구의 배려로 이전부터 안면이 있었던 다이앤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위안을 얻은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마크는 다이앤을 만날 때도 로니가 죽은 시각이 되면 알람을 울리는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여전히 로니 이야기를 하며 슬퍼했지만, 그것이 두 사람의 사랑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에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마크가 로니를 얼마나 사랑했었는가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두 사람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것은 좋지 않다거나, 마크가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거나, 심지어 일정 기간은 누구를 원망하면서 보내야 한다거나, 하는 충고를 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말리고, 마크의 완벽한 슬픔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다이앤을 비난한다.

사랑, 의지 없이 뛰는 심장 같은 것

그러나 당사자인 마크는 말한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다이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여전히 슬프다. 사람들은 내가 앞으로도 계속 슬퍼할 거라는 걸, 어쩌면 영원히 그러리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꼼짝 않고 집에 앉아 가끔씩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그들이 슬퍼하는 걸 도와줘야 할까? 아니면 아내의 죽음을 통해 배운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매 순간을 특별한 선물로 알고 살아가야 할까?"

다이앤 역시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다.

"나는 마크의 가슴 속에 두 개의 삶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는 나와 사랑에 빠져 있을 때에도 옛사랑과 함께였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을 지루하고 평생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사랑한다. 사랑은 배수관과 달라서 단순히 틀어막는다고 막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에게 찾아온 두 번째 사랑을 선택한 두 사람은, 주변의 우려와 비난을 무릅쓰고 결혼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사람들에게 "사랑에 용감하라!"고 외칠 정도로.

번역자의 말처럼 "사랑의 상처 때문에, 사랑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랑의 절대성을 믿지 않기 때문에, 혹은 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다시 다가온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한 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끝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적인 조사' 결과를 덧붙인다. 사람들을 만나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마크, 나쁜 남자! 그렇게 사랑하던 아내가 죽었는데 어떻게 1년도 못돼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나. 적어도 3년은 수절해야 마땅하지. 남자의 사랑? 역시 믿을 수 없어"하는 분노. 혹은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감정이 있는 사람이 느끼는 어떻게 사랑이 한 번뿐이겠어. 사랑도 해본 사람이 다시 할 수 있는 거야" 하는 이해. 전자는 주로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후자는 주로 결혼한 여성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남자들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김경실 기자는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발간한 출판사 '돋을새김'의 편집장 입니다.


사랑,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주리.박현주 엮음, 책만드는집(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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