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서울 강서 미즈메디 병원 전경.
ⓒ 오마이뉴스 남소연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조작 사건, 그 한 축엔 미즈메디 병원이 있다. 노성일 이사장에서부터 박종혁·김선종 연구원을 거쳐 윤현수 한양대 교수 등은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작성에 깊숙이 개입하고도 여론의 폭풍우를 피해갔다.

학문의 잣대를 들이대자면 이들은 명백한 공범이다. 하지만 공적 징벌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민간 영역에 속한 탓에 적절한 수위의 징계는 아직 관련 단체나 학계에서 깊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한계를 빌미로 황 교수팀과 선긋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발뺌으로 '황우석 교수팀'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보겠다는 구상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팩트'와 의혹만으로도 학문적 '퇴출' 선고를 받기에 충분하다. 국비를 지원받아 발표한 논문에서 명백한 사진 조작 사실이 확인되는 등 '학문적 범죄행위'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미즈메디 병원팀은 황 교수팀과는 달리 노성일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학맥으로 끈끈하게 묶여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윤현수 교수를 정점으로 이양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 분석실장, 박종혁 연구원, 김선종 연구원 등이 모두 한양대 출신이다. 윤 교수는 박종혁·김선종 연구원의 박사논문 심사교수였으며, 윤 교수와 이양한 실장은 2001년 공동 저자로 참여해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검찰과 언론은 황우석 교수와 아울러 이후 이들 미즈메디팀 한양대 인맥을 주목하고 있다. 황 교수와 함께 논문 조작에 적극 가담했는지 아니면 황 교수의 지시를 단순 수행한 것이 불과한지 검찰의 조사 결과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드러났거나 혹은 드러나고 있는 미즈메디 병원 관련 인사의 부도덕한 행태를 종합 정리해봤다.

① 윤현수-김선종-박종혁 공동 논문 조작 너무 많다

▲ 왼쪽 논문은 윤현수 교수가 교신저자로 김선종·박종혁 연구원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2003년 12월에 < Molecules and Cell >에 게재된 논문의 수록 사진. 오른쪽은 황우석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수록된 사진. 두 논문의 B=B 그리고 E=D 사진이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왼쪽 논문의 H=N은 같은 사진이다.
ⓒ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
현재까지 브릭과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 등을 통해 중복사진 게재 또는 사진 조작이 확인된 미즈메디 병원 논문은 어림잡아 7∼8건에 이른다. 미즈메디 병원 내에서는 사진 조작이 관행적으로 반복돼 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윤현수 교수와 박종혁·김선종 연구원이 공동 저자로 등록돼 있는 논문만 7건이다. 박종혁·김선종 연구원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윤 교수가 교신저자인 논문도 1건 발견할 수 있었다. 발표시점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이 기간은 황우석 교수팀이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던 시점과도 겹친다.

이런 탓인지 박종혁 연구원의 논문 사진이 황우석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사진과 동시 게재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종혁 연구원은 서울대 조사위 진술에서 "당시 < Molecules and Cell >지에 투고할 논문과 졸업논문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사이언스 논문에 넣는 실수를 범했다"고 해명했다.

최근에는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에서 중복된 사진이 발견돼 부랴부랴 철회를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이 논문의 제1저자는 천선혜 미즈메디 연구원이었다. 천 연구원은 당시 디시인사이드에 해명글을 남기면서 "사진을 찍어서 좋은 사진을 고르다 보니 공교롭게도 사진이 섞여서 잘못된 것 같다"고 "아무래도 폴더 관리가 제대로 안돼 크나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박 연구원과 비슷한 해명을 남겼다.

이러한 사실은 미즈메디 병원도 황우석 교수팀만큼의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 윤현수 교수가 교신저자로 노성일·김진미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2005년 < Molecular Medecine > 논문(Vol 37, No 5). 사진 A와 B가 동일한데도 다른 줄기세포에서 찍은 것인양 조작된 사진을 게재했다.
ⓒ < Molecular Medecin >

② 조작된 논문으로 혈세를 지원받고 있다

▲ 윤현수 교수, 박종혁·김선종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 'Effects of Type IV Collag and Laminin on the Cryopreservation of Human Embryonic Stem Cells' 마자막 문단.
ⓒ STEM CELL PDF
더 큰 문제는 세포 사진이 조작된 논문 작성에 국비가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윤현수 교수의 경우 조작된 논문을 '국가적 성과'로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윤 교수는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가 단장으로 있는 과기부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인간 배아줄기세포주의 배양체계, 분화유도 및 특성분석' 연구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 중복 게재가 확인된 대다수 논문에는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grants from the Stem Cell Research Center of the 21st Century Frontier Research Program, funded by the Ministry of Science and Technology, Republic of Korea.'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즉 정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사진 중복 등 논문을 조작했다는 뜻이다.

노성일 이사장도 마찬가지 경우다. 노 이사장도 이 사업단에서 '세포치료 기반구축을 위한 인간 배아줄기세포 이용기술 개발' 연구책임자 역을 맡고 있다.

현재까지 이 두 미즈메디 병원 관련인물의 연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국비가 투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2002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투입될 총액은 민간 부문 투자액 280억원을 포함해 총 1520억원에 이른다. 이를 감안할 때 적잖은 혈세가 이들 병원에 지원됐을 가능성이 높다.

③ 왜 국과수 서부분소만 가면 DNA 지문 일치가 나오나

2004년 논문 조작과 관련 장성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만 거치면 DNA 자료가 일치 판결이 나왔다는 점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2004년 논문이 최종적으로 조작으로 판명난 것은 실제 존재하는 1번 줄기세포의 DNA 지문과 논문에 수록된 줄기세포의 DNA 지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논문에는 ㄱ씨의 체세포와 난자(자가 핵이식)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확립한 것처럼 발표됐지만, 정작 1번 줄기세포는 ㄴ씨의 난자로 수립한 처녀생식 유래 줄기세포였다. 황 교수팀이 가상의 줄기세포를 만든 것처럼 논문을 조작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조작의 주체다. 황 교수팀은 조작 당사자로 < PD수첩 >에 논문 조작 건을 제보한 류영준 서울대 연구원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2004년도 줄기세포 1번 DNA 지문이 기존 논문하고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박종혁 미즈메디 연구원과의 통화녹취록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자신의 결백과 류 연구원의 조작 개입설에 힘을 싣고 있다.

조작 주체를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서는 시료가 넘어간 단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 교수가 지난 13일 공개한 박종혁 연구원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1번 줄기세포의 DNA 검증을 위해서 황우석 교수는 류영준 연구원을 통해 박종혁 미즈메디 연구원에게 시료를 넘겼다. 시점은 2004년 논문이 이미 제출된 뒤인 2004년 9월께다.

당시 류 연구원은 공여자의 테라토마, 줄기세포주 등을 함께 건넸다. 체세포를 건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대팀에서 혈액 채취 등 체세포를 확보하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줄기세포주와 테라토마에서 DNA를 추출한 뒤 이를 윤현수 교수의 후배(이양한 박사)가 분석실장으로 있는 국과수 서부분소에 DNA 지문분석을 의뢰했다. 그 뒤 박 연구원은 김진미 미즈메디 연구원으로부터 E-메일로 지문분석 결과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기서 앞뒤가 맞지 않는 사실이 드러난다. 논문에 게재된 1번 줄기세포 DNA 지문분석 그림은 ㄱ씨의 체세포와 난자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황 교수팀이 수립, 보관하고 있던 줄기세포는 ㄴ씨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당연히 류 연구원은 실험실에 존재하는 유일한 줄기세포인 ㄴ씨의 그것과 테라토마를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ㄴ씨의 줄기세포 받았는데 왜 DNA 지문은 전부 ㄱ씨 것만?

▲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팀이 체세포 확인을 위해 난자 공여자 ㄱ씨의 혈액을 채취한 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국과수 서부분소는 DNA 분석일치 근거로 ㄱ씨의 체세포 DNA 분석을 활용한 것으로 돼 있다.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과수 서부분소의 DNA 지문분석 결과는 모두 ㄱ씨 관련 DNA 지문분석 자료였다. 류 연구원으로부터 ㄴ씨의 줄기세포를 넘겨받고도 ㄱ씨의 DNA 지문분석 결과만 존재했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당연히 DNA 지문 불일치 판정이 나왔을 법하지만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서울대 조사위 측의 설명이다.

황 교수팀의 시료가 미즈메디 병원 연구원의 손을 거쳐 서부분소에 건네진 것은 모두 5번. 2004년 논문이 발표되기 전(2004년 2월 4일 : 온라인 게재) 3번(2003년 5·8·10월)과 제출된 뒤 2번(2004년 2·9월)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은 황 교수와 박종혁 연구원이 제5차 검증 결과만을 놓고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다.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다. 첫째 박종혁 연구원은 국과수 서부분소에 직접 DNA 지문분석을 의뢰했음에도 왜 김진미 연구원을 통해 DNA 지문분석 결과를 확인받았느냐이다.

두 번째, 류영준 연구원과 박 연구원의 공통된 진술에 따르면 윤현수 교수의 제안으로 처음 국과수 서분분소에 DNA 지문 분석을 의뢰했을 당시 결과를 통보받는데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는 사실이다. 통상 DNA 지문분석에는 2∼3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권대기 연구원과 SBS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2005년 논문에 실린 2번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결과를 통보받을 때에는 무려 3개월이나 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DNA 지문분석 결과 등이 미즈메디 병원과 국과수 서부분소에서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조작 주체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즈메디 병원엔 있지만 서울대팀은 확보하지 않고 있었던 ㄱ씨의 체세포가 서부분소에서는 발견됐다는 사실은 미즈메디 병원측이 조작에 깊숙이 개입됐을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이미 국과수 장성분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다. 이를 통해 줄기세포 시료와 DNA 분석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미즈메디 병원은 난자 채취에 따른 합병증 등 위험성에 대한 기술이 없는 약식 난자기증 동의서를 사용한 것으로 서울대 조사위 결과 드러났다. 이로 인해 적잖은 수의 난자 제공자가 과배란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미즈메디 병원 측은 관련 사항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