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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황우석 교수가 피츠버그의대 박종혁 연구원과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2004 논문의 제2저자로 참여한 유영준 전 연구원과 박 연구원이 '황우석 사태' 해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사인 유 전 연구원은 논문을 제출할 당시 황 교수팀에서 줄기세포 연구팀장을 맡았던 석사과정 대학원생으로, 체세포 핵이식이 이뤄진 배아를 배반포(수정 후 4~5일 단계)까지 키우는 작업은 물론 전반적인 연구과정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즈메디병원 소속인 박 연구원은 배반포기의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교수가 언론에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6일 황 교수와의 전화통화에서 "줄기세포 1번 DNA 지문 분석을 직접 맡겼고 기존 논문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서울대 조사에서 분석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당시 난자와 체세포 제공자의 DNA 시료와 테라토마 시료는 유영준 전 연구원한테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DNA 검사 시기와 자료제공 주체를 묻는 황 교수의 질문에 박 연구원은 "2004년 9월에 미즈메디병원측이 세포 냉동과 지문분석을 위한 DNA 추출 등 후반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의 열쇠를 유영준 연구원이 갖고 있다고 봐야 되느냐"는 황 교수의 질문에 "잘못됐다면 유 연구원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박을순으로부터 '유영준이 자기정자(Sperm)를 써서 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황 교수가 이처럼 박 연구원과의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1번 줄기세포에 사용된 복제 배반포 배아 중 일부가 유 전 연구원이 당시 만들었던 수정란 배아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도 자신과 강성근 교수가 논문 조작을 지시했다는 조사위 보고서 내용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었다.

그는 당시 "박종혁 연구원이나 유영준 연구원 등이 나와 강성근 교수를 완전히 속이고 조작 자료를 낸 것으로 본다"며 "나는 일을 맡기고 점검하지 않은 책임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1번 줄기세포에 대한 2004년 2월과 9월 미즈메디 자체검사 결과도 올바른 것으로 나왔었다며 "미즈메디의 누군가가 그 결과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의 주장만 놓고 보면 조작 사실을 알기 직전까지만 해도 논문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는 1번 줄기세포가 유영준 연구원의 수정란 배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조사위에서 줄기세포 검증을 맡았던 한 위원은 "이미 조사 과정에서 유 전 연구원이 자신의 정자로 수정란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1번 줄기세포의 난자제공자가 유 전 연구원의 가까운 친족일 경우라고 해도 48개 마커 중 40개나 한쪽 사람의 것으로 나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즉 40개 마커는 DNA 피크가 각각 두 개씩 동일하게 나왔는데, 나머지 8개는 피크가 1개씩밖에 나오지 않은 점을 볼 때 수정란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조사위의 입장이다.

이 같은 조사위원회의 분석이 맞는다면 녹취록 내용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박 연구원이 황 교수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는 박 연구원이 박을순 연구원한테 들은 내용을 다시 황 교수에게 전달한 점으로 볼 때 박 연구원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전가하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교수는 "유 연구원은 2004년도 줄기세포 발표 당시 협력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이 줄기세포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척추질환 개와 인체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었다"면서 "당시의 모든 상황은 유 연구원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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