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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황우석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대책회의를 한 뒤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필자는 '과학전문'과는 거리가 먼 문외한이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업은 본디 그 전문분야가 어디건 어려운 전문용어를 일반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쓰는 것을 소임으로 한다.

이를테면 법조기자들은 딱딱하고 어려운 판결문을 쉽게 풀어쓰고, 과학기자들 또한 과학의 원리나 전문적인 용어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다. 일반대중이 독자인 일간신문은 전문가들이 주독자인 과학저널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지난 16일 황우석 석좌교수(서울대 수의학과)의 기자회견을 보고서 '가중된 의혹'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황 교수의 '비과학적인 방식의 기자회견'으로 '줄기세포 조작 의혹'은 이미 과학의 영역을 떠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황 교수팀의 '최대 업적'은 어떻게 후퇴했는가

< PD수첩 >팀의 첫 문제제기를 계기로 '줄기세포 조작 의혹'에 대한 과학적 검증의 공론화 장(場)이 된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postech.ac.kr)의 게시판에 실린 글을 인용하자면, 황우석 교수의 2004년 2월 <사이언스> 논문 내용은 "나 줄기세포 만들었다"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요컨대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배아를 이용해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확인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2004년 논문에서 242개의 난자로 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물론 이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였다. 그러나 외국 연구팀에서는 비웃었다. 엄격한 생명윤리 때문에 난자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렇게 많은 난자가 있다면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때만 해도 2등의 질시로 폄하되었다.

그러자 황 교수는 2005년 5월에 더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사이언스> 표지논문으로 실린 2005년 논문의 내용은, 브릭(BRIC) 게시판의 글을 인용하면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나 줄기세포 11개 만들었다. 이번엔 환자 자체의 세포를 이용했고, 난자도 185개 밖에 안썼다."

난자 185개로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으니 난자 17개당 1개꼴이다. 242개당 1개에서 17개당 1개로, 1년만에 15배에 달하는 기록적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실로 "없어서 못만들지 난자 200개 주면 나도 만들겠다"는 외국 연구진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쾌거였다. 이는 한국 연구진에 의한 줄기세포 시대의 개막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 쾌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6월 1일 2004년 논문 공저자 중의 한 사람이 2005년 논문의 조작 가능성을 제보하고 < PD수첩 >의 탐사취재 내용이 알려지자, 황 교수는 논문 '정정'을 요청했다. BRIC 게시판의 글을 인용하면, 그 사유는 다시 두 줄로 요약된다.

"내가 줄기세포 만들었다는 것 중에 4개가 아직 정확하게 확인 안된다. 그러니 7개 만든 거로 정정해다오."

그런데 논문의 '오류'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줄기세포 사진 중복이 5쌍이나 등장했다. 황 교수는 젊은 생명과학도들의 지적에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편집상의 단순실수가 아니라면 황교수의 2005년 논문 내용은 다시 한 줄로 요약된다.

"나 난자 185개로 줄기세포 2개 만들었다."

그렇다면 2004년 논문하고 별반 차이가 없는 '재탕'이다. 그렇다면 이 만신창이(滿身瘡痍) 논문은 퇴짜를 맞는 것이 당연하고 애시당초 <사이언스>에 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180개가 넘는 난자를 투입해 1개의 줄기세포를 만든다는 것은 임상적으로도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의 기자회견, 결국 2005년 논문을 다시 쓰겠다는 것

▲ 황우석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줄기세포의 존재여부에 대해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런데 < PD수첩 >팀이 논문 공저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생명윤리 위반 및 논문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줄기세포 검증을 요구했을 때, 황 교수팀이 보인 반응은 지극히 비과학적인 언술로 검증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사유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줄기세포는 DNA검증이 어렵다 ▲가끔은 DNA가 변한다 ▲(< PD수첩 >처럼 무식하게) 포름알데히드를 쓰면 DNA 검증 안된다 ▲사진 수정은 이미 <사이언스>도 아는 사항이다 ▲MBC 때문에 일본 연구진이 논문을 더 먼저 냈다 등.

황 교수는 그 핑계로 '사이언스에 대한 결례'와 '학자의 자존심'을 내세웠지만 결국 '줄기세포를 보여주기 싫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 진실 찾기의 진원지가 된 BRIC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마침내 논문 공저자이자 '동업자'였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마저 논문 및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되었다. 황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사이언스 논문 제출 전 6개의 줄기세포를 확립했다. 그러나 1월 9일 오염사고로 모두 죽었다. 마침 미즈메디병원에 보관중이던 2번과 3번 줄기세포 2개를 반환받았고, 이후 추가로 6개를 확립했다. 이를 토대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했다. 이후 3개를 더 수립해 총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11개 중에서 5개는 초기 단계에 동결처리해 보관중이다.

그런데 지난 11월 17일 < PD수첩 >의 검증결과 DNA불일치 판정이 나오고 난 뒤 자체적으로 검증해보니 보관중이던 줄기세포 11개 중에서 전부 또는 6개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뒤바뀐 것을 11월말 확인했다.

그래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아직 진위 여부를 확인 못한 초기단계 동결처리된 줄기세포 5개를 녹여 10여일 배양한 뒤 DNA 지문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따라서 원천기술은 있으니 최소한의 시간을 주면 입증해 보이겠다."


이를 다시 요약하면, 황 교수 회견의 핵심은 2004년 논문 발표 이래 체세포 줄기세포는 확실히 존재하며, 또 2005년 논문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재연해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요컨대 2005년 논문을 뒷받침하는 줄기세포 11개가 모두 손상되었으니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어 이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니, 결국 논문을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황 교수는 용의주도하게도 "내가 만든 체세포 줄기세포가 누군가에 의해 바꿔치기 당했다"면서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안전장치'를 걸어놓았다.

과학자의 길과 정치인·장사치의 길

그러나 그의 용의주도한 언행은 역설적으로 그가 연구에만 몰두하는 순수한 자연과학자가 아니라 이미 '정치 과학자'임을 뒷받침한다.

알다시피 과학 논문은 엄정성과 정직을 생명으로 삼는다. 따라서 사실 황 교수가 '조작'을 시인한 순간 그의 과학자로서의 생명은 끝난 것이다. 그런데 황 교수 자신의 해명을 최대한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그는 줄기세포 8개를 가지고 11개라고 '인위적인 조작'을 했다. 곧,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날조'한 것이다.

그런데도 황 교수는 16일 회견 당시 "<사이언스>에 논문 철회를 요청한 게 맞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이언스> 논문은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테라토마 사진에서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고 사진 촬영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인위적 실수'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비록 진위 여부가 확인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큰 상처를 입은 논문을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을 것 같아 공동 연구자들 동의를 구한 뒤 자진 철회를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황 교수가 '인위적 실수'라고 표현한 것은 그가 이미 '과학자의 길'을 벗어나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했음을 의미한다. 그런 용어는 늘 '참'과 '거짓'의 경계를 명쾌히 시현하는 과학자의 언술이 아니라 그 경계의 모호성을 유지하는 정치인의 언술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언술은 변호사 출신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조사한 특별검사 앞에 내놓은 '부적절한 관계'라는 조어를 연상시킨다. 어쩌면 정치인 클린턴이 이 신조어로 법망을 피해갔듯이, '정치인 황우석' 또한' 인위적 실수'라는 용어로 도덕적 그물망을 피해가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인의 거짓말과 과학자의 거짓말을 등가(等價)로 셈한다면 그것이 곧 '정치인 황우석'의 비극이다.

황 교수는 또 "미즈메디병원에서 줄기세포가 바뀐 것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얘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희도 도대체 어떻게,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했는지 정말로 답답하고 한스럽다"면서 "이미 2004년 논문이 있는데 2005년 논문에서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니고 1개면 어떻고, 3개면 어떻느냐. 1년 뒤에 논문이 나오면 또 어떻냐"라고 반문했다.

요컨대 2004년 논문 작성의 토대가 된 '원천기술'이 있는데, 다시 만들면 되지 줄기세포 숫자가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실제로 황 교수는 기자회견 말미에 "원천기술을 사장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재연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준다면 그때까지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해 일부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 교수가 '원천기술'을 강조한 순간부터 그는 학자이기를 포기하고 '장사치의 길'을 걷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대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가 벤처사업가라면 줄기세포 재연은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원천기술'을 강조하지만 '원천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그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그 원천기술은 '황 교수팀'이 갖고 있는 것이지 황 교수 개인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과학은 순위를 가리는 올림픽 경기와는 다르다.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 게임'과는 더더욱 다르다.

그런데도 황 교수가 줄기세포를 다시 시연해 보이겠다는 것은 올림픽에 출전한 양궁선수가 바람 때문에 화살이 날렸으므로 화살을 과녁의 중심에 꽂아넣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사정(射程)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야바위판의 뺑뺑이 화살판에 화살이 빗나가 1등경품을 타지 못했으므로 다시 던져 꽂혀보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내보이는 것으로 검증을 대신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 방법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그것은 야바위꾼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사술(詐術)이다. 사실 앞으로 나올 연구 결과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진위여부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지금 누구도 황 교수에게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은 황 교수가 <사이언스> 표지라는 과녁에 명중한 최초의 인간 배아줄기세포라는 화살의 지문(DNA) 검사만 하면 그냥 끝날 일이다.

황 교수는 '원천기술'과 '재연'을 앞세워 논란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지만, 논란의 본질은 줄기세포를 재연할 수 있으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논란의 본질은 그가 거짓말(날조)을 했냐 안했냐, 그리고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이미 '참' 명제로 검증되었다. 문제는 지금도 거짓말이 계속되고 있다는 징후가 역력하다는 점이다.

결국 황 교수가 만든 줄기세포는 1개에 600억짜리라는 얘기

▲ 황우석 교수 등 25명 공저자로 <사이언스>에 수록된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첫째줄 왼쪽부터 2번·3번, 둘째줄 왼쪽부터 4·5·6번, 세째줄 왼쪽부터 7·8·9번, 네째줄 왼쪼부터 10·11번. 12번 줄기세포는 논문에 사진이 수록되지 않음). 하지만 이들은 조작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논문의 공저자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의 추가 폭로 및 진술에 따르면, 황 교수가 2005년 논문 작성에 사용한 난자는 1200개에 이른다. 2004년 논문에도 300개를 제공했다는 추가 진술이 나왔다.

두 공저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황교수의 2005년 논문의 핵심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나 난자 1200개로 줄기세포 2개 만들었다."

인간의 생명과 다름없는, 그 귀한 난자 600개당 줄기세포 1개를 수립했다는 얘기다. 외국 연구팀으로서는 비웃을 일이다. 과학적인 전문용어를 사용한 황 교수의 회견 내용은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상식의 눈으로 보면 이처럼 간단하다.

황우석팀에 대한 2005년 정부·단체 지원금은 무려 1천억원에 이른다. 2005년 논문 작성에 난자 1천개 이상이 제공되었으니, 난자 1개당 1억원씩 지원한 셈이다. 그런데 황 교수가 거둔 성과는 그 비싼 난자 600개를 희생해 겨우 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수립한 것이다. 결국 황 교수가 만든 줄기세포는 1개에 600억짜리라는 얘기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쏟아부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이번 논란은 과학의 문제 이전에 상식의 문제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학자가 '실험실'보다는 '정치권'을 더 가까이하는 '과학의 정치화' 토양에서 배양된 '거짓말 줄기세포'의 검증 여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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