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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줄기세포 논란'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특히 지난 12월 15일, 16일 노성일 기자회견-황우석 기자회견-노성일 기자회견-김선종 입장표명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반 국민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언론이 현안 따라가기에 급급해 정돈된 글을 내놓지 않아 쟁점을 정리해보는 글을 올리게 되었다.

보다 많은 자료를 가진 언론인들이 사실과 사실 아닌 것을 정돈하는 글을 추가로 기사화해 주길 기대한다.

국익과 진실 공방, 네티즌 반응, 색깔론이 얽힌 줄기세포 논란

▲ 황우석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번 사태는 생명윤리적 관점에 따른 줄기세포 연구 자체에 대한 찬반 입장, 연구 진전 정도, 국익과 진실, < PD수첩 > 보도와 네티즌의 격한 반응, 정치권 공방,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MBC 죽이기' 의도와 색깔론 등등에 '애국적 열정'과 민주적 여론 형성의 충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바탕에 깔고 여러 다른 차원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혼란스럽게 전개되었다.

여기에 최근 일부 언론이 청와대 책임론,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오며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누구 책임이 크냐'는 공방으로 이어져 혼란을 더해 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생명윤리문제, 네티즌의 애국적 열정과 공론장 형성 문제라든가 일부 언론의 MBC 죽이기 보도 혹은 '책임론'은 뒤로 미루고 먼저 줄기세포 논란을 세 단계로 나누어 접근해 보려 한다.

줄기세포 자체 논란은 ▲연구윤리문제-난자확보과정의 문제 ▲<사이언스> 논문 조작 문제 ▲연구 자체의 진위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연구원 난자채취, 강압여부 아직 남아

먼저 연구윤리 문제는 황 교수팀이 잘못을 시인한 문제다. < PD수첩 >이 연구윤리 문제를 제기하기 바로 전날 노성일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매매 난자 사용 사실을 인정했고 < PD수첩 > 방영 이후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어 '연구원 난자 사용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연구원 난자를 채취하기까지 황 교수팀의 강압이 있었느냐 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황 교수는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발적 제공'이라고 발표했으나 일부 언론에 공개된 난자 제공 연구원이 친구에게 보낸 메일 내용에 따르면 '강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황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다음으로 <사이언스> 논문 조작 문제이다. 이것도 황 교수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사진조작 등의 오류로 논문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힘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황 교수가 인정한 순간 "<사이언스>가 검증을 완벽하게 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고, "세계적인 권위지 <사이언스>가 인정한 논문을 언론이 검증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류의 주장 또한 힘을 잃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논문을 제출해야 할 시점에 임박해 줄기세포(진위여부는 확인해야 하는)는 2개 있었으며 국제 과학계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10개 이상의 줄기세포가 있어야 하므로 2개를 11개로 부풀렸다"는 정도가 확인된 사실인 것 같다.

마지막 단계가 줄기세포 진위 여부다. 이 문제는 아마도 10일 내지 15일 후면 판가름이 날 것 같다. 황우석 교수는 냉동상태의 줄기세포 5개를 녹이고 있으며 10일 후면 검증가능하다고 했고, 노성일 이사장도 2번·3번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있으며 15일 후면 검증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 있어서도 확인된 문제는 있다. 줄기세포 중 몇 개는 미즈메디 측의 수정란줄기세포이며 '누군가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줄기세포 11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중에 몇 개 혹은 전부는 수정란 줄기세포였을 가능성이 있고 ▲황우석 박사팀이 해동하고 있는 줄기세포 역시 미즈메디 측의 수정란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있고 황 교수 스스로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난 것들이다.

김선종 연구원 추가 발언, 기사가치 크지 않아

다만 필자는 추가된 김선종 연구원의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8개의 줄기세포를 확인했다"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기사 가치가 크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미 황 교수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을 연구원들과 매일 확인했으나 지난 11월에 그 중 일부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와 바꿔치기 된 것을 알았고 누가 그랬는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해동 중인 남아 있는 줄기세포도 10일 후 검증한 결과 미즈메디 것으로 판명날 가능성을 열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김선종 연구원이 매일 확인한 그 줄기세포가 체세포배아복제줄기세포였는지 아닌지 김선종 연구원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믿었다'는 과거형 진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김 연구원 회견에서 의미있는 것은 YTN에 인터뷰한 내용은 거짓이고 < PD수첩 >에 한 진술은 사실임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번 회견에서 "사진을 조작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들은 의미 없는 '줄기세포 있다고 확신한다"는 부분만 쓸데없이 강조하고 있다.

드러난 사실들을 기초로 '책임'의 관점을 넣어 판단해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해볼 수 있다.

1) 연구윤리문제, 다시 말해 매매난자와 연구원 난자 사용으로 인해 황 교수팀 연구는 신뢰를 잃었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난자기증운동이 벌어지는 등 연구윤리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하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국제과학계에서 황 교수팀의 도덕성은 큰 타격을 받았다.

2) 논문조작으로 인해 황 교수와 섀튼 교수는 논문철회를 요청했고 <사이언스>는 25명의 공동저자가 함께 철회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직권으로 논문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논문조작 문제를 해명기자회견에서 슬쩍 넘어가는 식의 문제로 이야기했고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진위문제에 주로 집착하다보니 이 문제가 별 것 아닌 듯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지만 '국제적 권위지'에 조작된 논문을 실어 생명공학자 또는 학자로서 황 교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황 교수팀 거짓말에 지나치게 관대한 국내 여론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황우석 교수팀의 거짓말이다. 매매 난자, 연구원 난자 사용 여부,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 등에서 황 교수는 여러 번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했다. 심지어 황 교수는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1월에 미즈메디병원 수정란줄기세포와 체세포줄기세포가 바뀐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는 식의 뭉뚱그린 거짓말을 했다.

물론 국내 여론은 황 교수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매우 관대하다. 줄기세포가 하나라도 있다면 다 용서할 수 있고 여전히 황 교수를 지지한다는 분위기다. 이 분위기를 의식한 듯 황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하나면 어떻고 논문이 1년 후에 나오면 어떠냐"고 강변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11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세상에 공표했는데 그 중 단 한 개라도 실패한 것이 발견되면 책임당사자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간절하게 줄기세포가 하나라도 있기를 바라고 있으며, 줄기세포가 하나라도 있으면 되었다고 넘어갈 준비를 먼저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곰팡이에 훼손되어 지금은 없다고 하더라도 '만든 사실'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싶은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황 교수 표현대로 "세상은 무섭다". 그래서 "앞으로 철두철미하게 할 테니 그만하자"는 요청을 세상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2005년 논문이 설사 거짓이어도 이후의 진전된 논문으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황 교수팀의 주장도 거짓말과 변명으로 '믿음'이 약한 상황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이제 '황우석 신드롬'을 접을 때

필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황우석 신드롬'을 접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먼저 대부분 언론은 국민에게 '33조원의 황우석 신화'를 만들어낸 허위 과장보도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줄기세포연구와 관련해 처음부터 차분하게 사실보도해 가기 시작해야 한다. '영웅'을 갈구하는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 과학계에도 '영웅'을 만든 언론의 반성과 새 출발 없이 사태해결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자신에게 자문해 본다. 왜 관련 연구에 있어 황우석 교수팀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 그 팀 외에 우리나라 여타 생명과학-생명공학연구자들에 대해 왜 주목하지 않았을까. 왜 필자는 관련분야 연구자 중 가장 앞선다고 생각하는 황우석 교수팀의 성과에만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전체 생명공학계의 현황이나 발전 정도에는 무관심했던 것일까.

필자의 시모님은 지난 1987년 쓰러져 반신불수인 채 19년 동안 생활하고 있다. 당신의 고통도 헤아릴 수 없이 크지만 가족들의 어려움도 있었다. 성체줄기세포든, 체세포복제줄기세포든 의학이 더 발전해 시어머님이 벌떡 일어나실 수 있는데 가족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아마 전 가족이 아낌없이 힘을 보탤 것이다.

우리 사무실 활동가 한 명도 큰언니가 반신불수로 누워 있다. 아마 그와 그의 가족도 필자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많은 능력 있는 생명과학-생명공학 팀이 관련 연구를 진행해주기를 바란다. 어느 한 팀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성공 확률도 적고 불안하다. 그래서 정부 지원도 한 쪽에만 편중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러 팀에게 골고루 정부혜택이 돌아가면 좋겠다. 생명공학계 전체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편중되지 않고 정의롭게 쓰여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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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언련 사무총장, 상임대표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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