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접시에 담긴 액체가 목초액입니다.
ⓒ 이윤기
언제부터 생겼는지 기억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략 5~6년 쯤 전부터 발바닥에 사마귀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 발바닥에는 사마귀가 7개나 있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놈은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엄지손톱만한 크기로 자라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약간의 통증을 느끼게 하였고, 마라톤을 할 때는 통증이 더 심하여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왼쪽 발에 있는 4개는 발바닥의 굳은 살이 많은 쪽이라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생태주의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때라 처음에는 이 놈도 내 몸의 일부인데 '살~살~' 달래며 함께 살아야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달릴 때마다 통증이 심해지자 할 수 없이 티눈반창고를 사서 붙였습니다. 발바닥에 뭐가 나면 '티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마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릴 때 친구들 손에 볼록 튀어 나온 사마귀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사마귀는 손에 난다고 생각했고, 발에 생기는 것은 모두 '티눈'인 줄 알았습니다.

티눈 반창고를 사면서 약국에서 선생님께 물었더니 보통 3~4회 정도 붙이면 떨어지고 새살이 돋아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티눈 반창고를 몇 개나 사다 붙여도 허옇게 각질이 떨어져 나오기는 했지만, 검은 반점 같은 것이 박혀 있는 뿌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하는 것 같더군요.

티눈 반창고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티눈에 바르는 약을 샀습니다. 손톱에 바르는 매니큐어처럼 생긴 액체였는데, 약이 독한지 바르고 나면 각질이 떨어져 나왔습니다. 깨끗한 핀셋으로 각질을 제거하고 다시 약을 바르고 난 후에 다시 티눈 반창고를 붙여두었습니다. 이렇게 며칠을 치료하였는데도 이 놈이 끄떡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서야 처음으로 티눈이 아니라 사마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중에 파는 연고와 약은 티눈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마귀를 없애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예전에 티눈 연고를 2~3번 붙였더니 티눈이 떨어져나가고 새살이 돋아나서 깨끗이 나았다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의 발끝에 '티눈'이 생겼을 때도, 내가 사용하던 티눈 반창고를 3번째 붙였을 때 떨어져나가고 새살이 돋아 깨끗하게 낳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참 3년 쯤 전부터 한참 마라톤에 재미를 붙이던 시기라 달릴 때마다 통증이 반복되는 불편함을 참을 수 없어 결국 수술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티눈 수술은 레이저로 간단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더군요. 피부과 병원을 찾아가서 원장님께 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티눈'이 아니라 '사마귀'라고 알려주시더군요. 티눈은 대개 신발이 맞지 않거나 발이 조여서 생기는데, 사마귀는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잘 낳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사마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움직이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3~4차례 치료를 받기 위하여 병원을 방문하고 약을 먹었으며, 수술 부위의 발이 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지내는 불편을 보름 정도 감수하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6개월쯤 지났을 때 수술 부위에 또 다시 사마귀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수술 이전보다 사마귀가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큰 사마귀 옆에 작은 사마귀가 2개 더 생겨났습니다. 엄지발가락에만 3개의 사마귀가 생겼고, 가장 큰 놈으로 인하여 달리기를 할 때는 또 다시 통증이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수술을 하고도 재발하였기 때문에 포기하다시피 하였습니다. 어느 명절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더니, 어머니께서는 참조기 머리에 있는 어린아이 이빨 모양의 생선뼈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없어진다고 하시면서 반창고로 싸서 지갑에 넣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몇 달이 지나도 사마귀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어 꽤 오랫 동안 지갑 속에 넣고 다녔지만 효험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여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도 재발하였던 사마귀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 입니다. 무좀을 치료하려고 목초액을 발랐더니 무좀도 나았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사마귀마저 사라졌습니다.

▲ 오른쪽 엄지발가락입니다. 커다란 사마귀가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 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 이윤기
무좀 없는 건강한 발이었는데, 지난 여름 반갑지 않은 여름 손님인 무좀이 찾아왔습니다. 채식과 자연건강법에 관심을 가지면서 약국에서 파는 연고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어느 선생님의 소개로 '목초액'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가까운 생협에서 '목초액'을 팔고 있어 만 원을 주고 목초액 한 병을 구입하였습니다.

"고무신 속에 목초액을 붓고 발을 담그고 며칠 지내면 무좀이 깨끗하게 없어진다"고 소개해주신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사무실에서 3일 동안 목초액을 부은 고무신을 신고 지냈습니다. 목초액 특유의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3일 동안 목초액에 발을 담근 후에 무좀은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무좀이 생겼는데 목초액 바르고 나서 없어졌다고 많이 소개해주었지만 무좀이 낳은 후에는 그냥 잊고 지냈습니다.

사람은 어디가 아프면 그곳에 관심이 쏠리고 신경을 쓰지만 통증이 없어지거나 낫고나면 잊고 지내기 마련입니다. 통증이 생길 때는 금방 알아채지만 막상 통증이 없어질 때는 언제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때가 많습니다.

발바닥 사마귀가 없어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날 목욕탕에서 돌아와 발바닥을 보았더니 엄지발가락의 사마귀 중에서 제일 작았던 놈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제일 큰 놈도 상당히 작고 말랑말랑해져 있었습니다. 저는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한참을 생각한 후에 최근에 무좀 때문에 '목초액'에 발을 담그고 지낸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때만 하여도 목초액 때문에 발바닥 사마귀가 사라졌다는 확신이 분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목초액의 효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은 목초액을 더 발라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깨끗한 손톱깍기를 소독약으로 깨끗이 닦은 후에 발바닥 사마귀를 잘라내었습니다. 피가 나지 않을 만큼 새까만 뿌리가 나타날 때까지 살을 파낸 뒤에 붓으로 목초액을 발랐습니다. 목초액을 여러 번 발라서 상처부위가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여러 번 발라주었습니다.

한 일주일 쯤 매일, 매일 목초액을 바르는 동안에 손톱깍기로 파낸 부분에 새살이 돋아나는데 이때 사마귀의 크기가 원래의 절반보다도 더 작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번의 확인으로 '목초액 때문'이라는 확신이 생겼기에 작아진 사마귀를 파내고 다시 한 번 목초액을 일주일 정도 발랐더니 사마귀가 사라지고 새살이 돋았습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커다란 사마귀가 한 달 정도를 지나는 동안에 깨끗하게 없어진 것입니다.

▲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검은 점이 마지막 남은 발바닥 사마귀의 흔적입니다.
ⓒ 이윤기
오른발의 실험이 끝난 후에 왼발에 목초액을 바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왼발에는 4개의 사마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이번에도 손톱깍기로 모두 파낸 후에 일주일 정도 매일 목초액을 발라주었습니다. 새살이 돋아나면 사마귀의 크기가 작아지더니 두세 번 반복해서 치료했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발바닥의 사마귀가 거의 사라지고 불편함이 없어지자 왼발에 마지막 남은 하나의 치료는 한동안 잊어버리고 지냈습니다. 한 번 정도만 더 손톱깍기로 깊이 파낸 후에 목초액을 바르면 없어질 것 같은데, 당장 통증과 불편함이 사라지고 나니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내버려두고 지냅니다. 왼발에 하나 남은 사마귀는 자세히 보아야 표가 날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참나무로 만든 목초액은 여러 가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무좀은 물론이고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피부질환에 효능이 있으며, 향균, 탈취효과도 있고 유기농업을 하시는 분들은 목초액을 묽게 타서 벌레를 쫓는데 사용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통해 여러 곳을 찾아봐도 목초액의 효능 중에 사마귀를 없앨 수 있다는 내용은 없더군요.

그래서 돈(치료비)도 돈이지만 몇 년 동안 고통스럽게 발바닥에 붙어 있던 사마귀를 감쪽같이 치료하고 나니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발바닥 사마귀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 목초액 한 병 사서 저처럼 발라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사람의 임상시험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저에게 효과가 있었으니 다른 분들에게도 효과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태그: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