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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의 영인산(363.6m).

휴일 오전까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잠들었다가 새벽 5시에 알람을 듣고 깨어나니, 가을비 치고는 제법 세찬 빗소리가 창을 두드린다. 계획하고 준비된 일이니 일단 출발하고 볼 일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려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도 비는 그칠 줄을 모르며 내리고 있다. 비로 인하여 시간을 벌고자 영인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계속 지나서 현충사로 방향을 잡았다.

가을 이때쯤이면 현충사 입구인 아산시내 북쪽 외곽을 휘감고 도는 곡교천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을 이루기 때문이다.

▲ 현충사 입구 은행나무 길
ⓒ 우관동
현충사 입구 충무교부터 펼쳐지는 가로수 길에는 가을비로 인하여 노란 은행잎이 낙엽이 되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 현충사는 아직도 곤하게 잠들어 있기에 다시 영인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충남 서북부 영인면 아산리 일원에 위치하고 있는 영인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숲이 매우 울창하고 아름다우며 남쪽으로는 절벽이 단애를 이루고 가파른 산으로 정상에는 남북으로 백제 초기의 석성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이 있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큰 샘이 있고 큰 가뭄이 있을 시 기우제를 지내던 산이다. 예로부터 산이 영험하다 하여 영인산(靈仁山)이라 부르고 있다.

산 정상에 서면 서해 바다와 삽교천, 아산만 방조제와 아산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깃대봉 아래에는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이 세워져 있으며 사시사철 많은 탐방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 세심사 입구
ⓒ 우관동
영인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영인산 동쪽에 위치한 영인면에서 자연휴양림 포장도로를 타고 중턱에 위치한 휴양림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영인산 정상 남쪽에 위치한, 작지만 아름다운 고찰 세심사쪽에서 오르는 등산로를 선택했다.

마음을 씻는다는 뜻의 세심사(洗心寺). 이 얼마나 멋진 곳인가. 씻을 것조차 없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아집과 욕심을 가지고 사는 본인에게, 세심사란 나에게 오히려 직설적으로 가르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주는 곳이다.

▲ 세심사 입구 마을의 감나무
ⓒ 우관동
아산시내에서 39번 국도를 따라 다시 아산만 방조제 방향으로 달리다가 염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624번 국도를 따라 약 7km정도를 가면 '전통사찰 세심사'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세심사까지 이어지는 마을 길은 승합차 정도 다닐 수 있는 소로이며 과실수와 단풍나무, 은행나무로 가득한 아름다운 작은 마을 꽃대궐이다.

▲ 세심사
ⓒ 우관동
세심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백제 때 창건하였으며 654년(신라 선덕여왕 14)에 자장(慈藏)이 중창하였다고 전하나 이를 확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고 한다.

신심사(神心寺)'라는 이름으로 조선 후기까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다가 1968년 절 입구에 있는 '세심당(洗心堂)'이라는 부도에서 이름을 따와 세심사로 고쳤다.

세심사는 작은 절로서 첫 느낌은, 왕 벚꽃이 피었던 서산의 개심사와 흡사함을 느꼈다. 절 마당 가운데에는 고려시대 유행하던 청석으로 만든 9층 석탑이 있다. 이 밖에 1563년(명종18년)에 판각된 부모은중경판과 불교 의식집인 청문판 4매가 남아 있다. 현존하는 시설로는 대웅전과 영산전, 산신각, 묘사, 범종각, 요사채가 있다.

절 앞에 있는 주차장규모는 꽤 넓은 잔디밭으로 주변 수목이 울창하며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지만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 조용한 사찰이다.

▲ 운무속에서
ⓒ 우관동
가을비와 간간이 운무(gas)가 스쳐 지나간다. 마음을 씻지 못한 대가로 멋진 광경을 못 보는가 보다. 영인산은 해발 고도는 낮은 산이지만 '해발 0'에서 부터 시작하는 산이기에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 동반 등 천천히 등산하기에는 높이와 등산코스의 길이가 적당한 산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산이다.

▲ 정상 아래의 단애
ⓒ 우관동
절벽 단애 상단이 영인산 정상부다. 영인산은 6·25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 왔으나 군부대가 이전하고 그 후 1997년 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 사계절 썰매장과 숲 속의 집, 산림욕장등이 되고 나서 가족 산행지와 산악자전거 타는 곳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정상부의 예전 군 막사는 현재 아산 영록 산악회에서 관리하는 대피소로 이용되며 우천시에도 식사장소로 훌륭하다.

▲ 영인산 정상
ⓒ 우관동
영인산 정상은 약 50평 정도의 평탄지로서 삼각점과 작은 돌탑이 세워져 있으며 이곳에서 휴양림 방향이나 강청리 마을, 종주코스인 수암사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등산로는 모두 확실하며 주요 길목에는 스테인리스 이정표가 서있다.

▲ 정상에서 바라 본 세심사 마을 길
ⓒ 우관동
도로에서 세심사 들어오는 마을전경이 운무 속에 살짝 드러내 보인다. 도로에서 세심사까지 1.8km를 들어와야 한다. 마을길이 좁은 관계로 대형버스는 통행할 수 없다.

▲ 하산길에 보이는 세심사 전경
ⓒ 우관동
하산 길에 본 세심사는 단풍과 어우러져 고요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다 씻지 못하고 산에 올라, 운무속에서 헤메다 내려가지만, 정상에 안전하게 오르고 내려가는 기분은 그래도 좋다.

▲ 공세리 성당
ⓒ 우관동
산행을 마치고 세심사에서 나와 인주면을 지나서 아산만 방조제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 우측 산언덕에 고딕 스타일의 첨탑이 보인다. 아름다운 성당으로 널리 알려진 공세리 성당이다. 광고, 드라마, 영화 촬영 장소로도 자주 이용되는 곳이다.

공세리는 조선시대에 충청도 일대에서 관곡을 수합하여 서울로 운송해 가던 창고집이 있던 곳이다. 마을 이름도 세금을 바치던 공세 창고가 있는 곳이라는 데에서 온 것이다. 공세리는 충청도 일대의 공세 관곡을 수합하여 서울로 운송하던 나루였기 때문에 일찍이 마을이 형성되고 번창하였다.

화려하지 않은 고색창연한 고딕 양식 공세리 성당은 1895년 프랑스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 드비즈 신부가 이곳에 부임해서 400년이 지난 세곡 창고 터를 헐고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었다고 한다. 성당을 1922년 10월 8일 봉헌함으로써 내포지방의 신앙의 못자리를 틀게 되었다. 그는 지역 교육사업과 의료사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유명한 "이명래 고약"도 드비즈 신부가 이명래(요한)에게 전수해 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성당에서 혼례미사가 예정되어 있는지 많은 하객들이 몰려오기에 서둘러 빠져나왔다. 언제였던가. 내 결혼기념일이? 1981년이면 24년 전?

양쪽으로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아산만 방조제를 건널 즈음 하늘이 맑게 개였다. 도로는 한산한 편이다. 비록 마음을 씻지는 못했으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로 몸을 씻고, 선선한 산 바람을 쐬었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멋진 인생이란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가야 한다. 힘차게 출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으로.

 

덧붙이는 글 | ○등산코스: 세심사-오른쪽 계곡-지능선-(능선에서 왼쪽으로)-하얀 밧줄능선-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오른쪽으로 두 봉우리 넘어서-정상 (세심사 원점 회기산행 약 3km. 소요시간 2시간)  
○주변 둘러볼 곳: 현충사, 이충무공 묘소, 민속박물관, 외암리 민속마을, 아산온천, 온양온천, 도고온천, 강당골 유원지, 광덕산, 도고 골프장. 아산만,삽교천 함상공원. 

우관동 기자의 등산,여행 홈페이지는 http://www.koreasan.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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