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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800만 명을 감동시킨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촬영지였던 곳이 바로,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사천항공우주박물관이다. 박물관과 사천의 멋진 야경을 담기 위해 지난 8월 말 아들녀석(병찬)과 처제의 딸(하나)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얼마 전부터 동물원에 가자고 계속 조르는 통에 진주 진양호에 들러 진양호동물원을 거쳐서 박물관으로 향했다.

▲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된 6·25전쟁 때 사용된 탱크들
ⓒ 김정수
태풍이 지나간 직후라 하늘은 다양한 구름들을 쏟아내며 멋진 풍경화를 연출해냈다. 주차장에 주차한 후 매표소에 들어서자 왼쪽에 비행기가 한 대가 보인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양쪽으로 비행기와 헬기, 탱크 등이 편대를 이루며 늘어서 있다.

왼쪽으로는 비행기가 죽 이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탱크, 헬기, 함포 등이 도열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객기를 타고 내릴 때 사용하는 승강구 같은 철계단이 연결되어 있어 탱크 위쪽으로 올라가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게 해놓았다. 하나가 병찬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앙증맞다.

▲ 탱크전시관 위에서 바라본 박물관 전경
ⓒ 김정수
마치 어른의 등 위로 개미가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녀석들이 내려갈 때 나는 올라가기 시작한다. 철계단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그만 압도되고 만다. 비행기와 탱크(전차), 헬기 등이 2열 종대로 늘어선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박물관의 전경이 한눈에 잡히는 가운데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가을로 들어섰음을 알려준다. 6·25전쟁에 사용된 M-24 경전차, 센추리온 전차, T-34탱크 등이 전쟁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T-34 탱크는 소련이 지원한 것으로 북한군이 밀고 내려오면서 많은 피해를 입힌 것이다. M-24 경전차는 미국제로 전쟁 초기에 제일 먼저 투입된 전차로 낙동강 방어 전투에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센추리온 전차는 국군이 사용한 영국제로 당시 사용된 가장 무거운 전차(50.7톤)로 기록되어 있다.

▲ 실내전시관의 항공우주관 내부
ⓒ 김정수
남·북한 모두 남의 나라 탱크를 들여와 같은 동족을 향해 포를 쏘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탱크 앞에 서서 포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꽝, 꽝’ 하고 금방 또 다시 폭격을 시작할 듯 당당하게 서 있다.

탱크를 둘러본 후 맞은편의 C-54 수송기로 향한다. 승강구가 연결되어 안으로 들어가 비행기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SKY MASTER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입구에서 반겨준다. 이 수송기는 1966년에 도입되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용기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VIP의 수송기로 1992년까지 운항해왔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정리되어 1960~1970년대의 현대사의 한단면을 엿볼 수 있다. 비행기 꼬리쪽 출구 앞에는 태극기와 새마을기가 나란히 걸려 있어 당시의 새마을운동을 생각나게 한다. 두 녀석을 태극기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면서 새마을노래를 되뇌어 보았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 B-29 경폭격기의 한쪽 날개 위로 구름이 멋지게 걸려 있다
ⓒ 김정수
그 뒤로 T-28A 훈련기, T-6 훈련기, T-33A 훈련기, F86D 전투기, F5A 전투기 등이 도열해 있다. 전투기 맞은 편에는 탐조등, 화조, 야포, 헬기 등이 늘어서 있다. 미국제 탐조등, 105mm M-3 야포(미국제), 88m 야포(영국제) 역시 6·25 전쟁 당시 사용된 것들이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M-3 야포는 포문의 앞부분을 빨갛게 칠한 채 막아 놓았다. 위엄있게 서 있는 야포의 포문을 열면 금방이라도 대포를 다시 쏘아댈 것만 같다. 그 옆에는 UH1B 구조헬기, SB427 다목적헬기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고개를 돌려 비행기가 있는 쪽으로 나아가다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만다.

내가 박물관을 찾아온 이유, 바로 C-123K 수송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바로 이 수송기의 내부에서 촬영된 것이다. 그 앞에는 영화포스터까지 떡하니 세워져 영화촬영장임을 알려주고 있다. 포스터 뒤편에는 박광현 감독의 사진이 걸려 있다. 내가 두 번이나 보면서 감동한 영화의 촬영지 앞에 선 것이다. 평창의 동막골 세트장에도 두 번이나 다녀왔고, 고창, 해남의 촬영지들도 둘러보았지만 그보다 더 기대되는 곳이었다.

▲ C-54수송기로 오르고 있는 아들과 처제의 딸
ⓒ 김정수
사실 C-123K 수송기는 6·25와 상관이 없다. 1954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는 1973년에 들어와 1994년까지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던 녀석이니 말이다. 수송기 위로 새털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금방이라도 하늘로 빨려들어 갈 듯하다. 내부로 들어서니 이제는 스타 감독이 된 박광현 감독의 사인이 눈길을 끈다. 2005년 2월에 촬영하면서 사인을 한 것인데, 필체가 현란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국군 복장의 마네킹 2명이 완전군장을 한 채 의자에 앉아 있고 한 명은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박광현 감독의 사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서 있어 마치 사인을 지키기 위한 경호병 같다. 영화에서는 연합군이 앉아 있다 스미스를 구하기 위해 낙하산을 타고 침투하는 장면 등을 촬영한 곳이다. 이 작전으로 인해 여일(강혜정분)이 총에 맞고 “여가 뜨거와, 마이 아파” 하고 생을 마감했다. 평화로운 마을 동막골이 전쟁의 아픔을 겪게 되는 시발점이 되는 부분을 촬영한 것이다.

영화에서 본 것과 비슷한 낙하산도 전시되어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급박했던 침투 직전의 암울하고 비장한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는 답답한 공간이다. 밖으로 나오자 세상이 한결 환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 뒤로 B-26K 경폭격기, F4U-4 전투기, F-9j 전투기가 이어진다. 다시 시선을 압도하는 녀석은 B-29 중폭격기다. 역시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기체 내부에서 촬영되었다. 아쉽게도 내부는 개방을 하지 않아 볼 수가 없다.

▲ C-54수송기 내부의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정수
프로펠러가 4개나 달린 엄청난 덩치의 이 녀석 앞에 서면 우리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를 경험했는데,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 역시 이 기종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한 장본인으로 6·25 당시 투하한 폭탄만 16만7천톤에 이른다. 녀석의 화려한 전력은 모든 관람객의 기를 꺾어 놓기에 충분하다. 이런 폭격기가 다시 전쟁에 투입되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C-124 수송기 내부에 올라 병찬이와 하나의 사진 촬영을 하고는 실내전시관으로 들어갔다. 실내전시관은 자유수호관과 항공우주관으로 나뉜다. 자유수호관은 6·25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영화 <웰컴투 동막골>과 연결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6·25 당시 김일성이 타고 다니던 것을 우리 국군이 포획한 김일성 승용차가 특히 이채롭다. 1948년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소련제 고급승용차로, 이승만대통령이 ‘월톤워커’ 장군의 미망인에게 선물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지만 고장으로 미국 승용차와 교환한다.

▲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촬영된 C-123수송기
ⓒ 김정수
(사)유엔한국참전국협회가 이 자동차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다 자동차 수집상에게 다시 사와 31년만인 1982년 부산항을 통해 돌아왔다. 그리고 1996년에야 본래의 검정색으로 복원되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영화에도 나왔던 전쟁 당시의 각종 총과 옷, 생활용품과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어 전후 세대들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항공우주관은 국제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의 모형, 비행기의 역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미래 항공산업의 전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J47 터보제트엔진이 전시실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 우주복 복장의 얼굴 모양에 구멍이 나 있어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병찬과 하나도 이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추억을 남겼다.

이곳은 6·25전쟁과 항공우주에 관한 이해를 돕는데 도움을 주는 박물관으로,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람객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이다. 삼천포해상관광호텔의 양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창선, 삼천포대교의 야경을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 C-123수송기 내부의 완전군장한 국군 마네킹과 박광현감독 사인
ⓒ 김정수

▲ UH-1B 구조헬기 위로 구름이 운치있게 깔렸다
ⓒ 김정수

▲ 실내전시관인 자유수호관에 전시된 김일성 승용차
ⓒ 김정수


사천항공우주박물관은 어떻게 가나?

사천항공우주박물관 관람 정보

관람시간 : 09:00~17:00
전시관 입장 마감시간 : 16:50
정기휴관 : 설날/추석 연휴
주차비 : 무료
입장료 : 어른 1,000원, 청소년.경로 500원
관람문의 : 055-851-6565. 홈페이지 http://aerospacemuseum.co.kr

10월 26~30일까지 박물관이 자리한 진사산업단지 일대에서 사천항공우주엑스포가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http://festival.aerospace.go.kr 참고.

추천숙소

남양동의 남양사거리에서 대방동으로 이어지는 실안해안도로변에 자리한 삼천포해상관광호텔은 영화 <하늘정원>의 촬영지였다. 편의시설로는 한식당과 양식당, 웨딩홀, 연회장, 야외가든인 하늘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창선, 삼천포대교와 어우러지는 삼천포 앞바다의 경관이 일품이다. 문의 : 055-832-3004. 홈페이지 : www.3004hotel.com

맛있는 집

삼천포해상관광호텔에 자리한 하늘정원은 야외가든으로 실안낙조와 창선, 삼천포대교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장어구이, 장어탕, 낙지덮밥 등의 식사가 가능하다. 생과일쥬스, 콜라, 사이다 등의 음료수와 주류도 맛볼 수 있다.

삼천포항의 노산공원 입구에 자리한 해륙불고기는 영화 <하늘정원>의 출연진이 주로 식사를 한 곳이며, 영화 <남자 태어나다>의 촬영진이 식사를 한곳으로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버섯전골과 불낙전골의 담백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생등심, 생갈비, 소양념갈비를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다. 문의 : 055-832-6677

교통정보

-자가운전 : 남해고속도로 사천IC를 빠져나온다. 3번 국도를 타고 사천읍을 지나 삼천포항 방면으로 간다. IC에서 10분 정도 달리다 삼거리에서 진사산업단지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박물관이 나온다.

-대중교통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사천행 버스를 타고 사천시외터미널에 내린다. 사천터미널에서 삼천포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진사산업단지 입구에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박물관이다. 항공우주엑스포 기간 중에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덧붙이는 글 | 10월 여행이벤트 공모

로케이션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TV 드라마 & 영화촬영지 여행"은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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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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