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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당의 원리>(덕원, 정신세계사) 책 표지.
ⓒ 정신세계사
주변에서 보면 돈이 좀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돌아가신 부모의 묘를 쓸 때 풍수지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곤 거창한 묘소로 집안의 위세를 자랑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명당자리를 위해 남의 땅을 가로채기했다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그들이 위세를 떨쳐가며, 묘소를 단장하는 것이 어디 부모를 위함이던가? 자신과 후손의 영화를 위함임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더구나 문제는 그렇게 쓰는 묘들이 이젠 나라 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버려 심각한 지경에까지 와 버렸다.

문제는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묘를 쓰고, 건물을 짓는 데 바탕으로 삼았던 풍수지리가 거의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바로 <명당의 원리>(덕원, 정신세계사)란 책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나왔던 대부분의 풍수지리 책들은 형기론이나 이기론에 의한 바깥 세계만 보았기 때문에 진짜 명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글쓴이는 풍수지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현대과학으로는 아직 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는 실제로 존재한다. 우주 만물은 각기 특유의 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기를 찾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풍수지리학이다."

▲ 위 최부자집 명당도(3개의 기맥선과 9개의 대혈이 있다). 아래 대명당인 최부자집 대문.
ⓒ 덕원
또 이 책은 "명당은 기존의 풍수개념, 즉 용혈사수(龍穴砂水)만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자연의 이치를 알고, 천, 지, 인이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우친 후, 인간의 마음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땅의 이치가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자칭 풍수가들이 보는 풍수는 눈으로 보는 중국 풍수로, 실제 우리의 전통 풍수는 마음으로 보는 풍수다. 마음으로 혈을 보는 심혈법에 의거하면 우리 주위에 무수히 많은 명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란다. "현대 과학에서 과학적 현상이란 지속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해 통일된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우에만 그 이론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혈의 형성원리를 터득하고, 일정한 지식의 바탕 아래 수련을 거쳐 기맥과 지하수맥을 찾을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반복해서 혈을 찾을 수 있으며, 그 혈 안에서는 비석비토(非石非土)나 오색토(五色土)가 나오기 때문에 풍수지리는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이해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꽤 있었다. 그건 쉽게 쓸려고 노력은 했지만 전문 풍수지리 용어를 설명 없이 그대로 쓴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룡, 사룡, 박환, 원운, 진혈, 승금, 상수, 혈토, 인목, 내룡 따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가 하면 이야기의 중복이 너무나 많았다. 물론 강조하려다 보니 그랬을 것이라는 이해도 되긴 했지만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 놓는 경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떤 내용은 대여섯 번씩 등장하여 글쓰기의 기본을 생각하게도 되었고, 편집자들의 역할이 없었던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분명 가지고 있다. 그것은 풍수지리를 미신의 범주에 내버려두지 않고, 과학의 세계로 끌어내려 한 점이다. 또 풍수이론의 본래 자리를 찾는 것은 단순한 땅 읽기가 아니라 잃어 버린 우리의 정신문명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주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동해 무릉계곡 삼화사 명당자리에서 찍은 사진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주산, 좌청룡, 안대, 우백호).
ⓒ 덕원
또 글쓴이가 풍수지리는 과학이지만 명당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인양 착각하는 모습이어서는 안 되고, 부모를 편안하게 모신다는 자세와 마음을 비우는 모양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도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풍수지리가는 명상, 바른 호흡과 자세,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의 합일점을 찾는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충고를 하는 점도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지은이는 전국 사찰명당과 서원명당을 중심으로 발로 뛰어 절 따위의 경내 평면도와 기맥도, 사진 등을 이용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할 만하다. 그는 용주사, 불국사, 통도사, 월정사, 석굴암, 도산서원, 병산서원, 필암서원, 그리고 경주 최부자집터 등을 소개하고 있다.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고, 과학이란다. 그렇다면 그렇게 주장하는 책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보고, 우리 나라에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풍수지리를 공부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정말 명당은 있는 것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모두 생각해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 보길 권한다.

▲ 부석사 명당도.
ⓒ 덕원
▲ 김유신 장군의 묘(중국 풍수이론에 의한 한국 최초의 명당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자체발생 풍수에 의한 전형적인 분묘).
ⓒ 덕원

수맥파 피해 막는 데는 황토, 숯 그리고 소금
[인터뷰] 지은이 덕원

- 어떻게 풍수지리를 연구하게 되었나?
“풍수지리는 수행자의 수행 공부 중 한 과정이다. 다시 말하면 득도로 가기 위한 방편이다. 또 풍수지리는 자연을 알기 위한 기초 단계이다.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알아야 천지인이 일치가 되어 깨우치게 된다. 그런 까닭으로 풍수지리는 내가 해야 할 당연한 과정이다.”

- 자생풍수와 심혈법을 좀 더 쉽게 얘기해 달라.
“내가 쓴 내용은 창작이 없다. 예전 선인들 즉, 원효, 자장, 도선국사 같은 분들이 얘기하신 것을 전한 것뿐이다. 중국풍수도 사실은 우리의 풍수가 전해진 것인데 어려운 한자로 전달하다보니 중간에 와전되었고, 그것을 우리가 아무 비판없이 받아 써왔기에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 선인들이 말한 풍수는 심혈법 즉 마음으로 보는 풍수이다. 요즈음 성행하는 것은 형기론과 이기론인데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땅 속의 혈을 잘 찾아내는 것이다.”

- 마음으로 혈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
“꼭 그렇지는 않다. 마음이 들뜨지 않고, 차분할 때 가장 편한 마음으로 보면 다 보이는 것이 혈이다. 비워야 하는 마음을 욕심으로 가득 채우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단한 명당을 찾아 팔자를 고치려 하니까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책에 너무 기대는 경향이 있는데 잘못된 책을 보면 오히려 까막눈이 되어 버린다. 그것보다는 자연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하면 저절로 보인다는 것을 말해둔다.”

- 이 책은 대중서인가, 전문서인가? 일기엔 설명이 없는 전문용어 등 좀 어려운 부분이 잇던데...
“분명 대중이 보는 책을 쓰려고 했다. 물론 좀 어려운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상세한 도면 등이 있어서 3번 정도만 읽으면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 수맥의 피해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관심사인데 이를 막을 수 있는가?
“수맥이 아니라 수맥파가 문제이다. 수맥파는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음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피해의 원인이 수맥파인 줄 모르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또 이미 지어진 건물을 새로 고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수맥파를 막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아니 막는다기보다는 중화시켜주는 것인데 황토 위에 숯을 놓고, 그 위에 소금을 뿌려두는 일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명당의 원리 - 읽어버린 우리의 정신문명

덕원 지음, 정신세계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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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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