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것도 여행 중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을 만들어 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지난 12일 풍요와 민심이 만발한 땅 전라남도 하고도 담양에 들렀을 때다. 읍내를 들어서면서부터 드리워지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 넋을 놓으며 죽녹원이라는 대나무가 무성하다는 곳으로 향했다. 내 딴에는 '죽녹원'이라고 해 봐야 대나무 밭이 얼마나 있겠냐 하며 그렇게 들어섰다.

▲ 소쿠리, 죽부인 등을 실어 정겨움을 자아낸 대나무 달구지.
ⓒ 염종호
그런데 입구에서 매표를 하고 들어서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어!"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고 말았다. 달구지에 대나무 공예품을 실은 소가 금방이라도 박차고 나갈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죽림욕은… 담양에서만 할 수 있어요."

▲ 울창한 대나무 숲.
ⓒ 염종호
▲ 대나무 통도 아주 굴고 실하며 단단하다.
ⓒ 염종호
들어오면서 받은 팸플릿에 쓰여 있는 글귀였다. 달구지를 지나니 운수대통길이란 소로가 나온다. 물론 그 전에 좌우로 대나무가 나를 삼켜 버린 지 이미 오래였다. 그런데 그 길만이 또 아니다. 운수대통길은 시작에 불과했고 샛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추억의 샛길, 죽마고우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8가지 길이나 있었다.

▲ 곧게 뻗어 하늘까지 가린 대나무.
ⓒ 염종호
▲ 사랑이 변치 않는 길과 추억의 샛길 이정표.
ⓒ 염종호
▲ 가을의 햇살을 담뿍 담은 대나무 잎.
ⓒ 염종호
운수대통 길을 지났으니 이제 내 인생은 펴리라 하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이 변치 않는 길로 들어섰다. 이 길은 명칭대로 조금 요상하다. 길이 꼬불꼬불하고 대나무들이 더욱 우거져서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길이면 연인들이 와서 절대로 변치 않을 사랑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산림욕은 들어봤어도 죽림욕은 예에서 처음 듣는 말이었는데 과연 그렇겠다 싶었다. 오밀조밀 얕은 고개 길이 버겁기보다는 마치 너울을 타듯이 슬슬 잘 넘어가는 것이 과연 좋은 공기보다도 더한 죽림욕 탓이리라.

▲ 어느새 포위된 듯한 무성한 대나무 숲.
ⓒ 염종호
▲ 단아하게 뻗어 나는 대나무 잎.
ⓒ 염종호
▲ '맹종죽'이라는 이름의 대나무. 중국명은 '모죽', 일본명은 '모소치쿠'.
ⓒ 염종호
담양의 공기도 좋은데 대나무 향까지 맡으니 내 폐가 얼마나 좋아할까, 하며 걷고 또 걸었다. 중간 중간에 쉼터도 마련해 주어 느긋하게 온 가슴으로 죽 내음을 맡을 수 있었고, 대나무 분재 와 생태전시관을 비롯하여 영화 <알포인트> 촬영지도 보는 등 볼거리도 쏠쏠했다.

▲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솟아 오른 대나무들.
ⓒ 염종호
사랑이 변치 않는 길을 벗어나자 인공폭포와 생태 연못이 나타나 한숨 쉬어 가게 했고 '추억의 샛길'을 돌아 '철학자의 길'로 가는 정자 등 시간가는 줄 모르게 두루두루 돌게 했다. 그런 길의 총 길이는 2250m고, 소요 시간은 66분이라고 한다.

그렇게 돌아 나오니 땀은 온데 간데 없고 온 몸이 가쁜 하니 마치 내가 대나무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런 귓가에 또 들려오는 대나무 흐트러지는 소리. "스 스스슥~~"

덧붙이는 글 | 죽녹원의 면적은 5만평이고 개방 시간은 09:00~19:00(휴무일 없음)이며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입니다.

위치는 담양읍 향교리 산 37-6번지로 담양 IC에서 나와 담양 읍내로 가는 29번 국도를 따라 추월산 방면으로 가다 보면 죽녹원이란 푯말이 잘 보입니다. 담양 항교도 바로 옆에 있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브리태니커회사 콘텐츠개발본부 멀티미디어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스마트스튜디오 사진, 동영상 촬영/편집 PD로 근무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