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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곡온천지구 전경1
ⓒ 김영명
2005년 9월 하순의 청명한 계절에 맟추어 늘 염두에 두었던 온천여행을 나섰다. 목적지는 전남에 있는 도곡온천이다. 이 온천은 4년 전에 한번 다녀간 적이 있으니까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셈이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서 광주쪽으로 달리다 보면 왕복 4차선인 고속도로는 항상 붐빈다. 처음 이 도로가 개설될 때는 왕복 2차선으로 건설되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4차선으로 확장되었는데 지금은 또 길을 넓히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그리고 이 도로는 88고속도로와 함께 전국에서 제일 노면이 불량한, 울퉁불퉁한 땜질도로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고도 많이 나고 있다고 한다. 도로공사 당국에서 어련히 알아서 대처를 하고 있을 것을! 내가 이 무슨 쓸데없는 걱정까지.

▲ 도곡온천지구 전경2
ⓒ 김영명
진주를 지나니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산업구조 차이일까. 광주나들목으로 나와서 남쪽 방향인 광주대학쪽으로 가도 온천에 닿을 수 있지만 나는 주암나들목으로 나와서 화순읍을 지나는 시골 길을 택했다

화순읍에 당도하여 살펴본 도로표지판 어디에도 도곡온천은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네거리에서 순찰차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갔다. 20대 중반의 앳띠어 보이는 교통경찰관에게 길을 물었다. 도곡온천 가는 길을 참으로 친절하게 얘기한다.

"이 길로 쭉 가시면 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좌회전 하시면 오성아파트가 보입니다. 그리고 한참을 가시면 고개가 나오고 그 고개를 넘어서면 또 삼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좌회전해서 가면 전남합숙이 보이고…" 설명하다가 내가 다 기억을 못할 것 같은지 그 경찰관은 "종이에 적는 게 어떻겠습니까?"하고는 내가 적는 것을 기다려 차근차근 다시 설명해 나간다.

▲ 필자가 묵은 **스파랜드 호텔
ⓒ 김영명
오! 이름은 모르지만 화순경찰서 젊은 경찰관님! 당신같은 경찰관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입니다.

1988년도에 온천지구로 지정된 도곡온천은 옛날 온천골이라는 마을이 있던 곳으로 그 곳 남산 밑의 귀틀샘에서 더운 물이 솟아올라서 마을 사람들이 채소 등을 데쳐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61만 3000㎥의 면적에 1995년부터 온천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여 10년째 개발하고 있다.

4년 전에 비해 건물(주로 모텔)이 많이 세워지긴 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많은 빈터에는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4년 전에 영업 중이던 **온천원탕은 문을 굳게 닫은 채 유령처럼 서 있고, 어두워지면서 새어나오는 모텔 창문의 불빛만 어른거린다.

온천관광지라기보다는 버려진 어느 시골인 것 같다. 그러나 이 풀냄새 나는 거리와 온천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산세의 부드러움을 나는 좋아한다.

▲ 호텔내 온천탕시설(바데탕)
ⓒ 김영명
숙박할 호텔을 정하고 그 호텔의 온천탕을 찾았다. 따뜻한 온천물에 온 몸을 담그니 두 눈이 저절로 감기면서 하루 종일 운전한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많지 않은 욕객에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최근에 대규모 물놀이 시설을 갖춘 **스파랜드가 문을 열어 새 온천객을 맞으면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온천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물놀이 시설(워터슬라이드, 바데풀장 등)을 만들어 어린이를 포함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2004년도에 문을 연 **스파랜드에 설치된 목욕시설의 변화다. 종전까지 대부분 온천탕에 설치되는 섬샤워기와 앉음샤워기의 대수 차이는 1:2 아니면 1:3의 비율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는 동수로 설치되었다.

이 사실은 우리의 온천목욕문화가 이제는 떼를 미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최근에 개업한 충남의 모 온천업소는 아예 앉음샤워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 아름다운 숲 마을 입구
ⓒ 김영명
대중온천탕이 있는 곳은 **스파랜드와 **프라자온천 그리고 *송호텔온천 등이다. 4년 전에 비해 숙박업소인 모텔이 많이 들어선 것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수요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업종보다 안정성이 높아서인지 매년 늘어난다.

맛있는 음식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호텔 식당 음식도 그렇고 그래서, 호텔 아가씨에게 물어서 소개해 주는 음식점을 찾아가 봤는데 별로인 것은 마찬가지다.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맛있는 먹거리인데….

온천지구 바깥에 맛있는 음식점이 없을까 하고 아침에 차를 몰고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갔다. 1km 채 가지 않아 조그마한 나무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아름다운 숲 마을 백암마을'이라고 써있다.

▲ '아름다운 숲'속의 정자
ⓒ 김영명
그래, 이곳이 2003년도 산림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숲 마을이다. 수 십 종류의 거목들이 수령 수 백 년을 자랑하듯이 잎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제멋대로 서 있다. 숲 속에는 앉아서 쉴 정자도 있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느낌과 숲 속에 몸을 누이는 느낌이 어쩌면 이렇게 유사할 수 있을까?

숲 입구에 **순두부집이 하나 있기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거기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음식맛도 좋고 종업원도 상냥하고 친절한데 정작 주인아주머니는 손님의 묻는 말에 대꾸도 없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 살기(?)까지 느껴지는 것은 내가 너무 민감한 탓일까. 마음 속으로 악담(?)을 해본다. '주인이 종업원되고 종업원이 주인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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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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