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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7월 호박동산을 걸어가고 있음.
ⓒ 정민숙
7월 어느 날 비가 계속 내리다가 그치고, 햇볕이 쨍쨍하던 날입니다. 파란하늘 일곱 살 반 새콤들이 어린이집에서 걸어 10분이면 가는 성내천 물놀이 공원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개똥이 가끔 있는 호박동산을 지나 이름 없는 무덤가를 지나갑니다.

풀이 무성한 것을 보면, 아마 돌보는 이 없는 무덤인가 봅니다. 그 무덤가 주변에 빨간 산딸기가 무성하게 열렸습니다. 민들레 선생님은 잠시 산딸기 따먹을 시간을 마련해 주고, 아이들은 이리 저리 풀숲을 헤치며, 꼭꼭 숨은 산딸기를 다 먹습니다.

못 먹은 아이들을 위해서 민들레 선생님은 손바닥에 모아 놓고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줍니다. 잘 익은 놈은 새콤달콤한 맛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놈은 좀 떫습니다만, 그래도 아이들은 맛있다고 먹습니다. 무덤가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모기가 물어서 팔뚝이며 다리가 여기저기 부어오르지만, 긁적거리면서도 물놀이 공원에 가서 놀 생각에 줄 맞추어 얌전히 갑니다.

횡단보도를 두 번이나 지나서 도착했습니다. 공원을 지키는 아저씨의 주의사항을 듣고는 준비운동을 합니다. 그리고는 누가 보거나 말거나 홀라당 벗을 옷은 벗고, 입을 옷은 입고서는 물속으로 풍덩합니다. 한 아이는 팬티 앞뒤를 바꿔 입어서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엉덩이 한 쪽이 나옵니다만,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저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 2005년 7월 산딸기
ⓒ 정민숙
성내천 물놀이 공원 물은 아이들이 서 있으면,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서 놀기에는 안전합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물속을 뛰어 다닙니다. 너무 신나게 뛰어 가는 바람에 옆에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튀겨 한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물놀이 공원에서는 그렇게 놀아야지요.

▲ 2005년 7월 손바닥 위 산딸기
ⓒ 정민숙
놀다가 추우면, 물 밖으로 나와 말리기를 하는데, 민들레 선생님이 생선구이라고 하는군요. 어찌 보면 시체놀이 같기도 합니다만, 맨 바닥에 누웠다가, 햇살에 말리고는 다시 돌아누워 말리는 군요. 몸이 따뜻해지면, 민들레 선생님은 “다시 국물에 들어갈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해가 머리 꼭대기까지 와서 배가 고파지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수건으로 대강 옷을 닦고는, 또 누가 보거나 말거나 젖은 옷을 훌러덩 벗고는 얌전하게 그늘 아래 정리해 놓은 옷을 입고서 어린이집으로 갑니다.

▲ 2005년 7월 물놀이
ⓒ 정민숙
또 무덤가를 지나 깨꽃이 피고 있는 호박동산으로 갑니다. 영양교사인 별사탕 할머니의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집. 도착해서는 깨끗하게 몸을 씻고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는 밥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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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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